그래, 여기 오면 겁이 난다.
낯설고 또 낯익은 공간.
훌쩍, 5년이라는 세월이 여기로부터 멀어졌고
나는 지금 그 공간에 당도했다.
그때, 나는 학생이었고 어제는 강의를 하고 왔다.
<먼지>에 대해 생각한다.
물도 흙도 필요 없는 오로지 빛 속에서만 자라나는 유령식물.
여기는 빈집이었고, 나는 간혹 빈집에 들러
먼지처럼 누웠다가 먼지처럼 날아간다.
나는 왜 아직 글을 쓰고 있을까.
내, 말의 뼈마디가 쑤신다.
길고 긴 장마가 지난 뒤,
내가 쓴 글은 온전히 종이로 옮겨지지 못하고,
펜촉에 찔려 하나 둘 흩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허공에
글을 썼던 것이다,
내가 허공임을 알아 챈 것은
아침에 눈을 뜨니, 거미줄이 어지럽게 늘려 있다는 것
어느 시인이 그랬다, 거미는 자신의 목에는 거미줄을 감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