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바다가보이는이발소
#오기와라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단편소설집.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멀리서 온 편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때가 없는 시계.

#책그림에서 소개한 성인식 영상에 꽂혀서 읽은 책.
성인식 글이 좋았고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언젠가 왔던 길도 좋다.
엄청 슬픈 책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슬프진 않았다.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자녀와 나, 남편과 나, 부모님들과 나..
각 글마다 작게 반전도 있고
여운이 남기도 하고.
따스한 위로를 해주는 책이다.



책갈피ㅡ밑줄긋기

[성인식]
우리는 옛날부터 그랬다. 결혼하기 전부터 죽.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쪽은 나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는 쪽은 언제나 아내였다. 말을 꺼낸 나는 늘 뒤로 빼곤 했다.

그렇게 의식할 거 없어.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남을 신경쓰지 않으니까.
신경쓸거 없어. 타인을 자기를 비추는 거울로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일.

젊은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매끈거리는 피부가 햇살을 반사해 반짝거렸다. 미에코는 빛을 흡수해버렸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게바로 어른들의 매력이지 않은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대부분의 손님은 굳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원하십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젊지 않으신데 젊은 시절 스타일을 고수하려 하시거나, 각진 얼굴형인데 마치 야쿠자 같은 스타일을 원하시거나.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자신은 왕왕 다른 법이지 않겠어요. 거울에 고스란히 비쳐 보이는데 말입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한 시간 후의 나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원래의 나와 조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몇번이나 몇 번이나 파도를 쫓아 뛰고, 그 수만큼 파도에 쫓겨 해변으로 뛰어 돌아왔다. 그리고 우산과 쓰레기봉투로 물고기를 잡았다. 한 마리도 잡지못했는데, 바다에서 오랜지색이 사라지고 한없이 탁하고 비릿한 물만 남았다.
하늘도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두워지는 순간, 아카네 머리에 등불이 켜졌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그 등불이 아카네의 엷은 안개 같은 꿈과 모험을 가차 없이 비추기 시작했다. 현실의 빛이 제대로 비치기 시작하면, 모든 게 아무 쓸모없는 작동사니 장난감으로 변한다.

상상속에서 아케네는 그 빛의 길을 걸었다.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다. 바다 위를 걸을 수있는 길이다. 빛의 길은 따뜻하고 푹신푹신 부드러웠다.
그래.내일은 또 새로운 길을 걸어봐야지.좀더 멀리 가보자. 지금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섰을 때는 저녁때가 되면 무서워서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고 여기 있다.
그 사실에 아케네는 흥분했다.
아무도 없는 밤의 해변에 혼자 있다는 걸 까맣게 잊을 만큼 흥분해 있었다.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처음으로 혼자 보는 바다는 아케네를 감싸고, 아케네를 꼭 껴안고, 아케네의 몸에 새로운 무엇을 부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달빛 같은 무언가를.
고마워, 바다. 너도 힘 내.

[때가 없는 시계]
그에게 시계 수집은 가족 앨범 같은 것인 모양이다.시계포라는 가게를 하고 있기에 가능한 사치스러운 앨범이다.
그리고 불쑥 깨달았다.
아버지와 외출했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은 우리 집 앨범에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적을만도 했다. 카메라를 늘 아버지가 들고 있었으니까.

‘아닙니다. 이건 손님이 맡기신 시계가 아니라서.‘
회중시계의 바늘은 기둥시계와 똑같은 12시30분 약간 너머에 멈춰 있다.
‘가끔씩 꺼내서 손을 봐줘야지, 안그러면 아예 작동을 안해서요.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것과 멈춰놓은 것과는 차이가 아주 크거든요‘
...
타고 남은 자리에 여기저기에서 시계만 멋대로 시간을 알리고 있었어요. 공습당시 시간에 멈춰 선 놈, 운좋게 아직 움직이고 있는 놈. 그때였습니다. 내가 깨달은 게. 시계가 새기는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다른 시간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누구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죠.˝
˝손님도 그런 생각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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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완역본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회권.김영봉 감수 / 복있는사람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메시지성경 으로 읽은 전도서.
예전에 그냥 성경책으로 읽을땐 ‘헛되고, 헛되다‘만 자꾸 기억에 남았는데
메시지 성경은 빨리 읽히기도 하고 말씀이 새롭게 보인다.

하나님을 경외하라.
그분이 명하시는 대로 행하여라.
이것이 전부다. 결국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환히 드러내시고, 감추어진 의도에 따라 그것의 선함과 악함을 판단하실 것이다.

13.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14.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
전도서 12장 13-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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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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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김애란 소설 #바깥은여름 #입동
여름에 읽고 싶어서 샀는데
지금 바깥이 가을이 된 시점에서야 읽게된 #바깥은여름
지금 읽기를 잘 한것 같다.
지금 날씨, 분위기에 딱인 책 📚
#단편집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7개의 단편 중 입동을 읽었는데
마음이 아렸다.
막바지에 눈물 폭발해서 마지막 장에는 속수무책 눈물을 쏟았다.
아이가 있으니까..아이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어떨찌 헤아려지니까
마음이 아려왔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의 평범한 일상이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입동.

밑줄긋기
ㅡ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입동 이 후 한번에 다 읽혀지지 않아서 단편집 별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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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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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5월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인용했던 글 보고 소년이 온다를 읽고싶었다.
내내 읽어봐야지만 하다가
#사자왕형제들의모험 에서 #한강 작가가 쓴 글보고 이제 읽어야 겠다 싶어 구매하여 바로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책장이 잘 안넘어 가던 책이다.

1장 부터 6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슬펐다.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며 고문하고. 죽이는 장면들에서 사람이 제일 잔인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전 모씨가 생각나서 화가 나기도했다.
아직은 우리 나라가 민주주의가 되려면 멀었다고들 해왔는데 이 책을 보니 내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고, 표현 할 수있고, 공유할 수있고, 공감할 수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해졌다.
난 책에서 좋은 부분이나,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밑줄긋고 표시하며 보는 스타일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거의 대부분에 표시가 남은 책이 됐다.
마음이 아리고 먹먹해 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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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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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김지영

김지영 씨의 삶이 내가 경험한 것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이 아렸다.
특히 결혼 년도, 임신 년도, 출산과 육아를 위해 퇴직을 한 년도...
너무 비슷해서 많은 부분에서 내 얘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지영 씨의 삶보다 내 삶이 조금 더 고달팠 던 것 같다.
공무원 아버지, 딸들을 지지해주는 생각이 트인 엄마..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대학 학비 걱정없이 대학을 나온 김지영 씨.
그런 지영 씨도 아기를 낳아 육아를 하며 자신의 진로를 다시 고민해야 했고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을 보며 나도 지영 씨처럼 내 딸이 살 사회에는 아이를 낳아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지영씨와 같은 고민을 했었고, 같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어려움이 있고...
또 주위의 많은 아이 엄마들이 또 다른 김지영 일 것 같다.
소설이지만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같지 않은 82년생 김지영.

밑줄긋기.ㅡ

49. 맞은편 벽에는 커다란 세계지도를 붙였다.
여기 서울 좀 봐. 그냥 점이야, 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이 점 안에서 복작복작하면서 살고 있다는 거다. 다 가 보진 못하더라도 알고는 살라고. 세상이 이렇게나 넓다.

97.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 해. 지금도 봐, 학생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줄 알아?
어쩌라고? 부족하면 부족해서 안 되고, 잘나면 잘나서 안되고, 그 가운데면 또 어중간해서 안 된다고 하려나? 싸움이 의미없다고 생각한 선배는 항의를 멈추었고, 연말에 치러진 공체에 합격했다.
우와 멋지다. 그래서 지금 회사 잘 다닌대?
아니 6개월인가 다니다 그만뒀대.
어느 날 문득 사무실을 둘러보았는데 부장급 이상으로는 여자가 거의 없더란다.
이 회사는 육아휴직이 몇 년이냐고 물었더니 같은 데이블에서 밥을 먹던 과장부터 사원까지 다섯 명 모두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단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고, 고민 끝에 사직서를 냈고,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선배는 여자를 자꾸 안 되게 만드니까 이러는 거라고 대답했다.

104. 윤혜진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김지영 씨에게도 함께 공부하자고 했는데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단 자신 있는 유형의 시험이 아니고, 이제 와 또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는데 만약 시험에 계속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나이는 먹고, 경력은 없고, 그때는 정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108. 깜깜해진 하늘 위로 공평한 선물처럼 드문드문 일정하게 눈이 내렸고, 바람이 한 번씩 두서없이 불면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지영 씨는 가슴속에 눈송이들이 성기게 가득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충만한데 헛헛하고 포근한데 서늘하다.
남자친구의 말처럼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어머니의 말처럼 막 나대면서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119. 김지영 씨의 일상도 전쟁이었고 긴장을 놓으면 당장 피투성이가 될 순간순간에 다른 누군가의 안위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서운함은 냉장고 위나 욕실 선반 위, 두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계속 무심히 내버려두게 되는 먼지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 사람 사이에 쌓여 갔다.
...이미 바짝 말라 버석이는 묵은 감정의 먼지들 위로 작은 불씨가 떨어졌다. 가장 젊고 아름답던 시절은 그렇게 허망하게 불타 잿더미가 되었다.

123. 김지영 씨는 미로 한가운데 선 기분이었다. 성실하고 차분하게 출구를 찾고 있는데 애초부터 출구가 없었다고 한다. 망연히 주저앉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안 되면 벽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한다.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을 내겠다는 대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합리만을 내세우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는 결국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이들은 행복할까.

145.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김지영 씨가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147. 아기가 너무 예뻐서 김지영 씨는 진통할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하지만 예쁜 아기는 안아주지 않으면 밤이고 낮이고 울기만 했고, 김지영 씨는 아기를 안은 채 집안일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잠도 자야 했다. 아기에게 두 시간에 한 번씩 젖을 먹이면서, 그래서 두 시간이상 잠을 자지 못하면서, 예전보다 더 깨끗하게 집을 청소하고, 아기의 옷과 수건들을 빨고, 젖이 잘 나오도록 자신의 밥도 열심히 챙겨 먹으며 김지영 씨는 태어나 가장 많이 울었다. 무엇보다 몸이 아팠다.
손목을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김지영 씨는 집 앞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할아버지 의사는 염증이 있기는 한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며 손목쓰는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 많이 쓰지 말고 잘 쉬어. 어쩔 수 없지 뭐.
애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손목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김지영 씨가 푸념하듯 낮게 말하자 할아버지 의사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을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 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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