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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차윤정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차윤정의 우리숲 산책을 다 읽었다. 평화롭게 보이는 숲에서 나무끼리 벌이는 햇빛을 향한 치열한 생존경쟁/후대에게 생명을 물려주기위한 번식전략이 숲의 향기를 낳고, 아름다운 꽃을 선보인다.
차윤정은 참으로 축복받은 과학자이다. 그의 글발은 내가 이야기하는 축복의 본체이다. 그의 글로 우리의 산과 나무는, 갯벌과 늪은 그냥 나무와 풀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말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도감이 아닌지라 궁금한 나무의 수형과 잎새의 모양을 볼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나무는 신이 지구에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한다. 고생대이전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대기를 산소로 바꿔주고, 공기중에 가득한 탄소를 고정시켜 지구를 온도를 낮췄으며, 나무의 탄소대사로 많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지구의 일꾼이다.
이렇게 인간이라는 종자체가 나무의 은혜를 까맣게 모르고 살아가는데, 수억년전부터 탄소를 고정시켜온 나무들이 사라지고 탄소가 방출되어 기후가 더워지는 지금, 사람은 나무에게, 자연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멸종해가는 생명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 모든것이 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겨울철에 콧털이 얼어붙는 추위를 만나면 조금 더 추운날을 만나며 아직 지구가 추위로 살아있음을 전하는구나 싶어서 반갑기도 하고, 여름철에 습하고 더운 필리핀에서 부닥쳤던 날씨들을 만나면 이제 남한도 아열대성 기후대가 되는 두려움에 몸서리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직 우리집은 에어컨이 없다. 아이들에게 나무가 자라는 환경을 더 보여주기 위해 철마다 들로 산으로 찾아간다. 사실 나는 자본주의와는 맞지 않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이상 얼리어댑터노릇을 하지 않는다. 강남에서도 가장 주차장이 넉넉한 환경임에도 차를 몰고 출근하지 않는다.
수천만년동안 쌓인 나무와 동물의 에너지대사의 부산물을 대략 100년에 걸쳐 소비해대고 있다. 모든 것은 되돌아가게 마련이다. 지금 지구에서 적정인구는 대략 20억 미만이다. 시간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게 생태적으로 돌아갈날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지구에게 자연을 빌려쓰고 있지만 자연은 사람에게 다시 돌려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을것이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죽은채로 눈보라를 견디는 주목을 떠올려본다. 경주 남산자락 아래 아름드리 그늘을 드리우던 적송을 떠올려본다.
나는 나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