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대중문화와 소녀의 계보학
한지희 지음 / 경상국립대학교출판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시사IN> 제429호에 실린 '장정일의 독서일기'(68~69쪽)에 소개된 책이다. 장정일의 독후감을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었다. '소녀'의 의미와 역사를 살피고, '소녀'라는 이름에 부여된 이중적 이미지를 대중문화를 통해 살펴보는 책이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대략 3분의 2지점까지는 나름 재미있게 읽었음을 밝혀둔다.

 

책 전체를 읽는 것도 물론 나쁘지는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앞서 말한 <시사IN> 제429호에 실린 장정일의 글을 읽는 것이 책 내용을 더욱 선명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굳이 비유를 들자면, 어려운 내용의 고전을 직접 읽는 것보다 요약·해설된 글을 읽는 것이 내용을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장정일의 글을 먼저 읽고, 책이 궁금하다면 그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책의 주요 내용을 장정일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남성들의 가부장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생애주기 가운데 문턱에 해당하는 소녀 시절을 육체와 정신 양면에서 봉쇄해왔다. 소녀들은 오랫동안 성적 욕망은 물론 자신의 육체마저 의식하지 못하는 중성이나 무성애자로 훈육되어왔는데, 소녀들이 중성이거나 무성애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순진열렬함이 한 남자만을 위한 희귀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걸그룹이 활개를 치는 지금은 양상이 더 나쁘게 변했다. 걸그룹을 모범 삼은 소녀들은 자신의 육체와 매너를 섹시하게 가꾸면서, 여전히 중성이나 무성애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런 이중적인 구속은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켜 한층 더 다루기 쉬운 여성으로 만들며 여성 자신을 자학적이고 분열적 주체로 만든다. 걸그룹의 막강한 영향력은 소녀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일종의 육체 자본"으로 내면화시키고, 걸그룹에 심취한 삼촌(오빠)의 존재는 소녀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성적 매력을 이용하라고 가르쳐준다. 프리가 하우그와 그 동료들이 함께 쓴 <마돈나의 이중적 의미>(인간사랑, 1997)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화 과정은 그들의 육체와 매너가 남성이 만들어놓은 주형의 주형물이 되는 것으로 완료된다."(<시사IN> 제429호,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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