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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의 시대
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지음, 박지훈, 류희원 옮김 / 지&선(지앤선)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직한 직장에 4일 째 출근하는 날이였다. Android에서 Google Now가 나에게 현재 위치가 직장 맞느냐고 묻는다. Google은 내가 출근 시간에 이 곳으로 이동하고, 저녁에 다시 돌아가는 패턴을 보고 이 곳을 직장이라고 추론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런 패턴으로 이 근처에 온 것이고, 직장이 맞았다.
위치는 약간 오차가 있었지만(내 직장은 E마트가 아니다)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사실 상 직장 위치를 알아 본 셈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갖고 산다. 아마도 매일 95%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할 것이다. 평일/주말로 구분되는 늘 비슷한 패턴.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같은 방식으로 평소 하던 시간만큼 양치질과 세면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 버스, 자가용 등 같은 루트로 출근을 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정한 패턴대로 오전과 오후를 보내고 저녁에 퇴근한다.

Google 계정에 들어가면 대시보드에서 나의 이동패턴을 시간대별로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또 인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패턴도 있다. (졸리면 눈을 껌뻑껌뻑 하거나 관심있는 것을 보면 동공이 커지는 패턴 같은 것 말이다.)
이런 패턴의 전후 맥락을 파악을 하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또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예측이 가능해 진다는 말이 된다.
만약 누군가 새벽 4시쯤 잠에서 깼다면 다음 무엇을 할까? 새벽 4시. 그리고 잠에서 깼다는 맥락에서 볼 때 갑자기 운동을 나간다던지 밥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는 패턴일 것이다. 빅데이터 등의 기술은 이런 패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 수집한 패턴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한다.
사생활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일겠지만, 우리 생활의 상당부분을 기술적인 보모를 갖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선호하는 장르를 접한다. 영화 중 멜로를 선호한다면 멜로나 드라마를. 또 여성은 이런 취향을 갖게 될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
스마트 TV에서 LG 경기의 야구 채널을 본 기록이 종종 있다면, 이 사람이 LG 팬일 것이라는 것을 추론하고, 다음에도 TV를 틀었을 때 현재 '6회 말 LG(3) vs 기아(5)'가 경기 중입니다. 보시겠습니까?'라고 묻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미 상당수 전자 상거래 사이트들은 고객들이 보는 상품들을 보고 유사한 상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앞으로는 서점 사이트에서 20대 남성이 아무 상관도 없는 유아용 책을 페이지에서 보여주느라 페이지를 낭비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가 봐왔던 무협소설 장르를 주로 보여줄 것이며, 더욱 세분화 된 장르 분석으로 개인이 모든 분야의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셈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패턴을 속속들이 알다보니 소름끼치게 만드는 요인(freaky factor)도 분명 일어 날 수 있다. 이미 Google은 개인의 사생활을 추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의 본문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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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Google+ 에서 만난 친구 한 명을 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고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Google+와 Google Talk를 사용했다. 최근 그녀는 내가 있는 곳을 방문했고 지난 주에는 내가 그녀를 보러 갔다.
그녀의 집에서 내 Google now를 확인하고 있던 중, Google Now가 익숙하지 않은 몇 개의 주소지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을 때 놀란 나의 표정을 상상해보라. 내가 그 주소들을 보여주자 그녀는 그곳들이 그녀의 직장과 최근 방문한 친구들 집 주소라고 했다.
그녀는 Google이 이동 내역과 같은 그야말로 매우 개인적인 정보를 나와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Google은 분명히 내가 그 정보를 알 필요가 있을 만큼 우리 사이가 충분히 가깝다고 판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누군가와의 관계를 선언하는 것과 Google이 나를 누군가와 관계가 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앞서 일어난 일이 바로 그에 해당하는데, Google은 그녀와 내가 나눈 대화가 충분히 의미심자해서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판단했으며 그에 따라 내게 관련 정보들을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Google이 우리를 위해 결혼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할 것이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Google이 생성한 일정 항목을 발견할 것이며, 이 항목들은 나를 대신하여 예식장, 음식 하객 초대가 수행되었다는 내용일 것이다. Google Now는 그 다음 우리에게 아기 이름을 제안할 것이다.
p. 236,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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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미래의 PCA(Personal Contextual Assistant; 개인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비서처럼 돕는 소프트 웨어)는 여기서 더욱 확장된 상황일 것이다. 기업들은 여러가지 행동을 패턴해 그 사람의 오전, 오후, 저녁 부터 평생의 라이프 사이클을 쫓아다닐 지도 모른다.
보통의 전문가들은 개인이 가진 경험과 습관 등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빅데이터를 베이스로 두고 이런 맥락을 뽑아내는 기술은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것과 같은 객관적으로 명료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의 기술은 각 분야의 전문가 마저도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어쨋든 당신의 개인 사생활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만 인정하세요.
- Sun Microsystems의 창업자 스콧 맥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