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오리진>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물질, 반물질, 플랑크 시기, 암흑에너지, 절대온도....등 생소한 언어로 씌여진 우주에 관한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덕분에 우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주에 대해 알게 되었음이, 익숙치 않은 물리학 용어를 알게 되었음이.... 우주와 상관없을 거 같은 대한민국, 서울.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주 속으로 걷다>란 책을 읽게 된 것은 아이 때문입니다. 아이가 우주와 진화에 관심이 있다길래 읽기 적당한 책을 주려고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용어와 내용이 전문적이지 않고 적당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어요.

우주의 중심은 어디인가? 중심은 좋은 것일까? 안전한 장소일까?
별이 붕괴되도록 짓누르는 중력과 내부를 팽창하게 하는 핵융합 사이의 아슬아슬한 불안정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의 작은 몸이 죽어 거대한 우주 자체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열정과 꿈뿐만 아니라 우리의 괴로움과 상실도 우주의 뼈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책이 던지는 질문 중 제가 선택한 것은 '우주 질서 속의 나' 와 '내 안에 있는 우주' 입니다.

(1조분의 1에 다시 1조분의 1, 그리고 다시 1조분의 1, 그리고 다시 천만분의 1)초란 시간에 대폭발이 있었어요. 양과 음, 남과 여, 하늘과 땅...처럼 대폭발 잔해도 물질과 반물질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은 만나면 에너지(빛)로 변하는데, 알 수 없는 우연으로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깨져 질량을 가진 양성자가 출현하게 되었대요. 이 양성자는 원자가 되고 별이 되는 시작점인데, 만약 물질과 반물질이 균형있게 존재했었다면, 우주는 '빛'밖에 없었고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없었을 거라니,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 후 38만 년이란 시간이 흘러 우주 온도가 1억 도 이하로 내려가서야 인력이 작용해 원자가 형성됐고, 원자가 모여있는 구름에서 별이 만들어졌습니다. 별은 내부로 폭발하려는 성질(중력)과 밖으로 팽창하려는 핵융합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상태로 살다가 핵 융합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고 나면, 폭발합니다. 별이 폭발할 때,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져 튕겨져 나왔는데, 이것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별이 만들어지고 폭발하지 않았다면, 우주는 탄생 때처럼 수소와 헬륨만 가득했을 거랍니다. 이러한 내용이  원소주기율표에 은유적으로 표현되있다는 사실도 신기했습니다.

대폭발 후 양성자가 원자로, 원자가 분자로, 분자가 세포로, 세포가 모여 생명체로....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가 지금 존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원이 우주와 별이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도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릴 적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밤하늘을 보며 '저 별은 나의 별...'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단순한 여흥이었을까... 저릿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 셀 수 없이 많은 은하군, 그 중 하나의 은하, 그 속의 태양계, 태양계 속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나. 이런 시각으로 생각하면 내가 별볼일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태초의 대폭발 후 우연의 일치로 양성자가 만들어져 별이 탄생하고, 폭발하고...그 덕에 내가 존재한다는 시각으로 생각하니, 나는 당당한 우주의 일원이자 우주의 오랜 진화의 살아있는 증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는 불균형(물질과 반물질의 10억분의 1이란 비대칭) 속에서 반대되는 입자 사이의 끌림에서 시작됐습니다. 비록 양성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모르지만, 양성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듯 우리는 누군가를, 무엇을 끌어당기고, 끌려하는 건 우리가 그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주의 진화에 나타난, 여러 개체가 모여 단순한 합 이상의 '하나'가 출현했다는 신비로운 사실이 무척 감동스러웠습니다. 원자가 모여 별이 됐지만, 원자와 별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세포는 분자가 모여 출현했지만 세포와 분자를 무척 달라요. 이러한 지적 깨달음이 '우주 질서 속의 나'임을 알려주고, 내 안에 우주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우주 속으로 걷다>는 우주의 탄생부터 생명의 출현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를 스토리로 엮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저자는 행성의 지배자가 된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침으로 삼아야 할까?
우리는 단순히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우주의 인간이다.
우주의 에너지가 우리를 꿰뚫고 일깨운다.
다른 생명체와 인류가 공영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지역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여러 형태의 지구 문명을 출현시켜야 한다.
이를 보증할 수 있는가? 없다. 그러나.
단지 쿼크와 렙톤으로 구성된 우주가 별이 되고 다랑어가 됐듯, 이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우주에 관한 상세한 지식은 <오리진>이란 책에 비해 떨어지지만, 우주와 나를 연결하는 선을 발견하는데 이 책<우주 속으로 걷다>은 더할나위 없습니다.
우주적 지식을 넘어 우주적 인간관의 깨우침은, 150억 년 전 원리가 지금도 관통하고 있으며,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함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비록 유한한 삶이라 희망의 크기가 적을수 밖에 없지만, 우주적 규모로 배포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참 재밌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1. <어쩌다 중학생이 되었을까>, 쿠로노 신이치 : ★★★★★
2. <10대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 ★★★★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 ★★★★
4.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 어렵다고 포기
5. <우주 속으로 걷다>, 메리 에블린 터커 : 재미없다고 포기
6.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박홍순 : ★★★★
     

 

 

읽은 날  2014. 3. 2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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