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전쟁 - 세계 경제 위기의 진실, 누가 이 빚을 갚을 것인가?
홍석만.송명관 지음 / 나름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부채전쟁>이라는 제목을 보니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쑹훙빈의 <화폐전쟁> (어려울 거 같아 읽지 않았던 기억이...)과 이제는 감각조차 무뎌진 가계부채 입니다. 2008년만 해도 6,60억조라며 엄청 많다 했는데, 이제는 1,000조가 넘었다네요. 여전히 많은 숫자지만,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 책 <부채전쟁>은, 생산이 곧 이익창출이었던 시절을 지나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우리의 현재 좌표가 어떠한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19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절에는 생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수요부족에 봉착하게 되자 성장엔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자 이자와 부채 즉 신용창조를 통한 금융시장으로 엔진을 갈아타게 되지요. 실물경제 뒷받침 없는 금융시장 팽창은 지구촌 곳곳에 금융 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곳곳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금융시장이 팽창하는 핵심은 '이자'입니다. 

금리가 수요자와 공급자의 밀고 당기는 과정으로 결정된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권력이랍니다. 왜냐면 기준금리를 정부가 결정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차별적용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계는 국제사회에도 동일합니다. 국채를 발행할 경우 그 나라의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집니다. 

 

한 국가의 돈이 부족할 경우 가장 간편한 방법은 자국의 중앙은행에서 빌리는 것입니다. 같은 국가이기 때문에 이자도 필요없는 매우 편한 방법이나,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만 한다네요. 국채 발행 이율은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용평가시스템은 미국에 의해 발전된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듯 잘못된 평가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초법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외채이자 둘 중 어느 게 더 나쁜지 모르겠으나, 경기가 침체되어 이자나 원금상환 압박에 시달리게 되면 외채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됩니다. 

즉, 국가 부도사태에 직면하게 되면 IMF는 돈을 빌려주고 고율의 이자를 내라며, 긴축재정을 하라 압박합니다.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 가장 피해보는 사람은 여지없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긴축의 또 다른 말은 세금 증세, 복지의 대폭 축소, 임금 삭감이거든요. 세금을 늘리거나 복지를 줄여야만 일반적이지 않은 고율의 외채 이자를 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디폴트를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요? 

IMF가 발표한 <국가 부도의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채무불이행 선언 후 1년 정도는 힘들지만, 2년 이후부터는 큰 영향이 없었다 합니다. 

그러나 디폴트 선언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디폴트 선언은 채무국 정부의 정치적 이미지에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절반 이상이 선언 이후 1년 이내에 정권이 교체되거나 경제장관이 경질됐다네요. 

 

그리고 금융자본 세력의 관심사는 국채 시장 유지에 있을 뿐이며, 위기 국가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채무국이 디폴트를 하면 이자를 받을 수 없으니, 이자낼 수 있을 정도로만 지원한다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닌듯 해요) 이러한 모습은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의 위기를 노리고 있다가 빨대 꽂아 쪽쪽 빨아먹는 양심불량 고리대금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어요. 

 

채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최종 대부자는 IMF를 필두로 한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이며, 최대 수혜자는 글로벌 금융 사냥꾼(투자은행, 기관투자가, 조세 도피처)입니다. 우리가 수출로 외화를 벌면, 투기자본은 그 돈을 이자와 주주 배당, 거래 차익으로 되받아가는 구조인 거죠. 

이렇게 몰린 자금은 경제 위기 조짐이 있으면 미국 국채 등으로 빠져나가는데, 만약 빠져나가는 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신흥국은 환율 급변을 겪습니다. 

선진국은 자국의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양적 완화를 하고, 신흥국은 환율 방어하느라 돈을 풀면서 물가 고통을 받거나 이자 부담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불행히도 <부채전쟁>의 저자 홍석만.송명관은 가계 부채 악화에 재동을 걸고 안정시킬 타이밍이 지났다고 진단합니다. 최근 정부가 취하는 '부채 안정화'의 핵심은 채무불이해의 폭증에 따른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있을 뿐, 금융 채무자의 노후와 미래를 책임지는 것에 있지 않다는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지방공기업 대부분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대규모 부실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랍니다. 16개 광역 자치단체 도시 개발 공사 부채가 50조원을 넘고, 일부는 사실상 파산 상태라는군요. 부채 관리를 위한 동력이 떨어지거나 연착률할 시간을 벌지 못하면 스페인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합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미국이 시중에 풀은 돈이 약 12조 달러(1경 3천 400조 원), 게다가 EU, 중국, 일본도 돈을 풀고 있습니다. 이렇게 풀린 돈의 이자는 누가 감당하며, 누가 빚을 상환하게 될까요. 

1경 3천 400조에 달하는 돈을 풀었으나(대부분의 돈은 글로벌 은행을 구제하는데 쓰였어요), 미국은 최근에 교사 3만 명을 해고하고 공무원의 강제 무급 휴가를 실시했습니다. 돈이 절감된다는 이유로 사형제 폐지가 발의되는가 하면, 수감자들을 조기석방하고 있다네요. 

예산 적자를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희생으로 메울지 아니면 수천 억 달러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보고 있는 대기업과 부자에게 부담 지을지를 놓고 미국민들은 부채 전쟁을 하고 있답니다. 이들의 저항은 2010년과 2011년으로 이어졌고, 월 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자신이 되었다는군요. 

 

이 책은 '신용창조'로 굴러가는 금융자본주의 입장이라는 단편적 한계에도 불구, 꽤 괜찮습니다. (이 분야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일수도 있겠구요) 금융세력 파악으로 전세계 경제흐름을 안다 할 수 없겠지요. 어디선가 불쑥 블랙스완이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비록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인, 은행의 국유화.사유화나 대안화폐, 새로운 국제 통화질서 확립이 크게 와닿진 않지만, 거대 흐름 속 내가 처한 좌표를 읽어내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구렁이 담넘어가듯 결정되는 부채 논쟁(누가 빚과 이자를 감당할 것인가)에서, 최소한 알아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등록금, 기름값, 월세, 난방비.... 필수적인 재화의 공급과 서비스의 공적 기능이 악화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이 책은 앞으로 오랫동안 부채 축소에 따른 장기 불황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는 계속되고 기축통화국 중심으로 지속적인 양적 완화가 진행될 것이라네요. 

지금 우리는 빚을 내어 이자를 갚거나 환율방어를 하고 있답니다. 부채 원금이 줄거나 생산적인 산업활동에 쓰이는 게 아닌, 이자를 위한 빚이 증가하는 악순환인거죠.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악성 부채를 도려내지 않으면, 만만치 않은 세계 장기 불황 속에서 원치 않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축통화가 없는 우리의 뼈아픈 현실은, 새로운 돌파구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커다란 숙제와 동의어일 것입니다. 분명 길이 있을텐데요. 옛말에 죽으란 법은 없다고 했는데 말이죠. 

 

 

 

 

 

 

읽은 날  2013. 10. 1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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