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근원수필 (보급판) - 고전의 향기 듬뿍한 『근원수필』의 새 모습
김용준 지음 / 열화당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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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피천득 선생의 <인연>이 떠오릅니다. 

뭔가 아득한 느낌이에요. 

수필...... 

예전에는 '에세이(essay)'란 단어를, 근래에는 '산문'이란 단어를 더 보게 됩니다. 

아득하고 그리운 마음에 <근원수필>을 읽어보게 됐어요. 

그런데, 원래 읽으려던 책은 <관촌수필>...... 어휴, 기억력이란! 

 

수필, 에세이, 산문... 차이를 찾아봤습니다. 

수필은 경수필, 중수필로 나뉘는데, 중수필을 에세이라 하더군요. 

산문은 소설이나 수필을 뜻한다니, 산문 > 중수필 = 에세이 > 경수필, 정도 되겠네요. 

 

<근원수필>은 '근원'이란 호를 가진 사람이 쓴 글입니다. 바로 김용준이란 분인데, 화가이자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라네요. 그는 1950년에 월북한 작가로서, 오랜기간 금시기됐던 분이랍니다. 

 

이 수필집은 세속을 날카로이 보나 거세게 비난하지 않는 근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부를 겸손의 방식으로 드러내는데, 그 솔직함에 빙긋 웃게 됩니다. 짐짓 체하지 않아 보기 좋았어요. 

또한, 1948년에 나온 책답게 시대의 문체(?)로 씌여 있어 읽기의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고어(古語 문체가 뭔지 모르지만요) 와 현대어의 중간(?) 느낌이 신선했어요. 

 

이런 문장들입니다. 

"나는 구름같이 핀 매화 앞에 단정히 앉아 행여나 풍겨 오는 암향을 다칠세라 호흡도 가다듬어 쉬면서 격동하는 심장을 가라앉히기에 힘을 씁니다." 

"역대로 게를 두고 지은 시가 이뿐이랴만 내가 쓰는 화제는 십중팔구 윤우당의 작(作)이라는 이 시구를 인용하는 것이 항례다." 

 

근원은 자신의 수필집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수필다운 수필이란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나, 

마음속에 부글부글 괴고만 있는 울분을 어디 호소할 길이 없어 가다 오다 등잔 밑에서, 혹은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하던 끝에 공연히 붓대에 맡겨 한두 장 씩 끄적거리다 보니 그게 그만 수필이 되었다" 라구요. 

정확한 자평(自評) 입니다. 

 

근원 말대로, 수필집을 관통하는 주제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초반의 정돈된 글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무엇을 위해 글을 썼을까... 싶은게, 실망스러웠어요. 

글마다 서로 다른 느낌과 주제는 자유분방한 예술가 기질에서 나왔겠지만요. 

엉뚱한 주제의 여러 글이더라도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쁜 구슬이면 충분할까요, 못난 구슬이라도 꿰어서 빛나면 좋을까요. 

저는 후자가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술가 기질이 농후한 글과는 안 맞나 봅니다.                                  

 

 

 

 

 

푸른하소구슬목걸이

루브르박물관, 소장

 

 

읽은 날  2012. 8. 2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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