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퇴화 보고서 - 진화를 멈춘 수컷의 비밀
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축 처진 가장(남성)의 뒷모습이 안쓰럽곤 했습니다. 

여성은 어떤가요? 예전보다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 생각해요.  

남성도 여성도 그저 안쓰러운 현대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 <남성 퇴화 보고서>를 읽게 된 건,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나아진 것에 비해 남성의 지위는 떨어진 것 같아서였습니다. 

 

저자인 피터 매캘리스터의 처음 의도는 온갖 매체에서 남성의 여성화, 장식화, 무력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아닐거라는 거였습니다. 

힘, 허세, 운동능력, 성적능력, 그리고 육아 분야 등에 걸쳐 고대 남성과 현대 남성의 대결을 펼쳐 남성을 돕고 싶어했지만, 결국 이렇게 선언합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남자나 이 책을 선물로 받을 남자는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다.' 라구요. 

애초 의도와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이지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볼까요. 

먼저 힘 분야입니다. 과거 네안데르탈인은 현대남성보다 근육이 20% 많았을 거라 추정되어 힘이 셌다고 합니다.  

또한 선사시대 남자들은 야만적인 성기변형을 할만큼 허세가 강했는데, 이는 현대 남성이 연인.친구에게 하는 허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하구요. 

말재주는 호머(유럽 문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시인)의 서사시가 단지 구술에 의해서 전해질만큼 뛰어났다고 하네요. 

그 외 싸움, 운동능력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음... 글쎄요. 

저자는 여러 분야를 들면서 남성이 퇴화했다고 주장하지만, 특히 미모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과거 사례로 든 것은 니제르의 우다베 유목민들 사이에 내려오는 미남대회, 투아레그족 남성들이 여성들이 남자들 아름다움에 충격 받을까봐 했다는 베일, 타히티 남자들이 하얀 피부를 위해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현대 남성의 사례는 베컴인데요, 베컴이 성기 제모를 했다며 미모 분야에서 퇴화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더군요. 매우 불편했습니다. 

 

근육이 줄어들고, 허세 크기가 줄어들고... 보이는 단순한 것으로만 논리를 엮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문화나 가치관의 변화, 종교적 의미 포함 여부 등 다양한 시선은 전혀 없고 소수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면서 근거 수치는 밝히지 않고, 표본수가 다른데 절대적 수로만 얘기하는 것 등 수많은 오류 투성이였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생존해 있는 자체만으로 진화에 성공한 존재인데 말이에요. 

고고학을 전공하고 현재 서호주 대학교에서 고인류학을 가르친다는 저자의 경력이 무색할만큼, 저는 실망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진화한 것일까요, 퇴화한 것일까요.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위와 같은 잘못된 개념이 진화의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진화란 진보가 아닌, 개체와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즉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냐의 문제지, 개선의 뜻이 아니라는 거지요. 

현대 남성이 과거보다 힘이 약해졌다해서 퇴화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훌륭하게 진화한 거라 해야겠지요. 자연적 변화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 한가운데 있어야 했던 어려운 조건 속에서 말입니다. 

 

제목과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라는 문장에 혹해 읽었는데, 이래저래 실망이 아닙니다. 

이번 즉흥적인 선택이 실망으로 이어졌지만, 간혹 만족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계속 내키는대로 읽을 거 같아요. 

그저, 이런 책과 만나지 않길 바랠 뿐이지요. 

 

 

 

    

현대남성의 표준이 배나오고 안경 쓴 사람인걸까요? 

 

 

 

읽은 날 2012.6.2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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