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네모북)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털없는 원숭이, 데스몬드 모리스>

 

사람은 사람이다. 인간이다. 만물의 영장이다. 신을 닮은 존재이다....

태어나 이렇게 학습했고 주위도 이런 시각 일색이었다.

어린 시절, 온 세계가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사람도 동물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면

놀라 펄쩍 뛰곤 한다. 어떻게 사람이 동물과 같을 수 있냐며 손사래를 친다. 그 후 학교를 통

한 학습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문화, 역사, 과학 속에만 존재할 뿐 46억년 지구 생물체 중 '하

나'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구를 거쳐간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가 아닌, 지금 현재 유일

한 존재 '하나'가 익숙한 개념이다. 신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책 <털없는 원숭이> 는 사람이 동물임을, 46역년 지구 생물체 중 '하나'임을, 그리고 우리

또한 지구를 거쳐가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임을, 그리고 언젠가 지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

는 유한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건만, 이 책이 출간됐을 때(1967년) 파장은 매우 컸다.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털 없는 원숭이>가 판매 금지되었고, 교회는 이 책을 몰수해 불태

웠다. 인간 진화론은 조롱 거리가 되었고, 이 책은 소름 끼치는 악취미의 농담으로 여겨졌다.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종교적 선전물이 홍수처럼 나에게 밀려 들어왔다.

나는 종교적. 성적 금기를 깨뜨렸을 뿐 아니라, 인류가 선천적인 강력한 충동에 지배를 받는

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을 짐승처럼 만들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이 책의 장점은 유인원, 진화.....교과서에서나 보는 딱딱한 단어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듣기

편한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 털 없는 원숭이는 곤충을 잡아먹는 원시적인 식충류에서 출발해 일부는 초식동물이 되

고 일부는 곤충 외에 먹을거리를 넓혀갔다. 유인원 단계에서 숲은 나무와 풀이 우거져 안락

고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그들에게 에덴 동산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동으로 약 1500만년 전 숲이 크게 줄어들자 일부는 숲 속 요새를 고수하거나

일부는 숲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성공이었다. 대성공을 이끈 밑바탕에는 뛰어난 '두뇌'의 힘이 매우 컸다.

다른 종보다 이미 크고 발달한 두뇌를 가졌고, 갑자기 숲이 아닌 지상에서의 암담한 현실에 맞

닥뜨렸으나 필요는 두뇌를 더 발달시켰고.......

급기야 그는 정말로 에덴 동산을 떠났고 생물학을 벗어나 문화의 영역으로 일찌감치 들어왔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이 외에도 '가능한 한 섹시하게' 편을 통해 사람이 한 쌍의 암수관계를 강화

하기 위해 진화한 얘기를 해주고 있다. - 이 모든 것이 단지 암수관계 강화만 위한 것이라 보기

엔 거부감이 있지만 -

"입술, 귓볼, 젖꼭지, 젖가슴과 생식기처럼 분화한 신체기관에는 말초신경이 풍부하게 분포되

어 있어서 성적 자극에 극도로 민감하다. 사실 귓볼은 오로지 이 목적을 위해서만 진화한 것처

럼 보인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앞으로 툭 튀어나온 통통한 코도 해부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신체기관이다. 해부학자들은 코를 '기능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군살의 일

종'이라고 불렀다."

 

이 외에도 동물과 다른 감각기관 및 신호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못 흥미롭다. 사람의 겨드랑이와

생식기에 냄새 분비샘이 집중되 있는 이유에 이르면, 누가 내 독서를 지켜보고 있을지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때로는 서사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이 책의 주제는 시종일관 동일하다.

우리는 웅대한 사상과 오만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도 한갖 동물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으며, 우리는 생물학적 통제를 초월해 있다는 기묘한 자기 만족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흥미로운 동물들이 과거에 수없이 멸종했듯,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조만간 우리는 사라질 테고,

다른 동물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우리는 자신을 생물학적 표

본으로 철저히 인식하고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읽은 날 2009. 7. 2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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