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 역사와 기후의 충돌
로스 쿠퍼-존스턴 지음, 김경렬 옮김 / 새물결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바람에 실려오는 지식의 조각들을 꿰메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 - 지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적정한 인구수를 위한 지구의 오래 된 감소비법이 있지 않았을까?  기후의 변화, 전쟁, 전염병 등등. 그런 일로 사회혼란이 발생되면 가진자의 명단이 교체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란 생각.
하지만, 타인의 평화를 위해 나와 내 가족이 희생해야 한다하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미치면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었음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은 날씨의 변덕 - 엘니뇨 현상을 예로 들면서 기후와 역사의 충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엘니뇨의 간단 백과사전을 보자.

'남미 연안은 평상시 페루 연안에서 부는 남동무역풍에 의해 표층해류가 호주 연안으로 이동하므로 심층으로부터 찬 해수가 용승하는 세계적인 용승 지역으로 연중 수온이 낮아 좋은 어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무역풍이 약해지게 될 때가 있는데, 이로 인해 용승이 줄어들며 페루 연안에서 엘니뇨가 발생하게 된다.'
[출처] 엘니뇨 | 네이버 백과사전
 

저자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엘니뇨가 발생한 몇몇 경우 전쟁, 반란, 혁명에 의지하는 것이 계속 반복되어온 대응 방식이었다' 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엘리트들이 궁극적인 패배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거의 예외 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자연재해의 예봉을 정면에서 맞게 되었으며, 결국 너무 허약해지거나 조직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반란이라고는 꿈도 꿔볼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인 기상 이변은 지주, 노예 상인, 고리대금업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해서 먹고사는 데 도통한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따라서 홍수, 가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재앙들은 빈부격차를 넓혀왔으며, 사회적 평등을 한층 더 약화시킨다.  기아선상에 놓이면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데,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 못하고 만다'

아주 어릴 적, 부시맨과 코카콜라병 영상물을 보며 엄.청.나.게. 웃었던 적이 있다. 현대인의 시야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기에 코카콜라병을 우리와 다르게 취급하는 그 부시맨의 행동과 모습은 기이함과 엉뚱함으로만 보여 그저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시맨이 (그리고 피그미 부족들 외 다수가) 엘니뇨의 영향이 가장 강력하게 미쳤던 지역에 살고 있다는 점으로 '원시적인' 유산으로 바라보기보다 고도로 적응된 사회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신선하긴 했으나, 엘니뇨와 역사의 충돌을 너무 힘들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독자는 살짝 지치기 쉽다.  그리고 엘니뇨 외 다양한 기후현상과 역사를 접목했더라면 더 나았을텐데 굳이 엘니뇨로 얘기하다보니 볼 거리가 줄어든 느낌이다. 
 

또한 과거의 사례를 미뤄보아 앞으로를 추측하는 글은 다음과 같이 짧고 허망하여, 재미없음을 참고 끝까지 읽어온 독자를 허망하게 한다.

'엘니뇨와 관련된 사건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한 비용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으며 과거와 같은 대기근이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날 기근 구제, 부의 증가, 향상된 의학, 홍수 예방 계획과 같은 일련의 요인들은 기후 변화의 충격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떠한 근거로 생명과 관련된 비용이 줄었다는건지, 과거와 같은 대기근이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다소 위안이 되었던 점은, 본의 아니게 하루를, 내일을, 한달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 내게 긴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 아둥바둥 살아봐야 한번이면 끝장(?)날 수 있다는 - 해주었다는 것 뿐이다. 
 

읽은 날 : 2008. 7. 1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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