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아이들에게 들려줄 성장 소설을 고르던중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주었던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책을 고를때 내가 생각하던 성장소설의 의미.......
성장소설에는 어린 나이의 고민과 갈등이 많이 포함되어있을테고,
사춘기라 비밀이 많은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과의 대화를 우선으로 할뿐 어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잘 살것인가라는 조언을 구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살면서...
이런생각들은... 이런일들은 미리 알았더라면 삶을 사는데 참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었던 부분들이 참많았다.
다시 되돌아갈수 없는 그때 그시절........

어른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 특성상 또다시 어른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살 우리 아이들.....
그럼 책을 통해서 그걸 가르쳐 주는건 어떨까?
지식을 요하는 책도 아니고 단순 흥미를 이끄는 아닌 그런 이야기들......

그런 의미에서 난 홀로 갈등하는 가운데의 느낌을 다룬 부분의 글들을 참 좋아한다..
힘들었던 부분... 그리고 그걸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부분....
거기에 사랑과 감동이 있으면 참 좋은거 아닐까....

죽음 직전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아주 좋아하는 소녀...
그리고 정체를 알수없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병원에서 생을 마칠 생각이 없는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렸을때 떠나왔던 고향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를 주장한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그리는 그림 한장의 집념...
손이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거기에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녀의 불안함이 아주 잔잔하게 그려진다.
할아버지가 그리는 강의 주인공 리버보이...
그러나 그림 어디에도 소년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속의 모습이 아닌 주변의 묘한 분위기속에서 소녀는 신비한 소년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강한 소원은..
비단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린시절 꿈꾸었던 소망....
아마 그림을 통해서 두가지를 동시에 이루려고 했던 듯하다...
리버보이는 실존인물이 아닌 할아버지의 꿈속의 이미지 였던듯 하다...
꿈꾸었던 할아버지의 어린시절...
그 꿈속의 소년이 할아버지의 소망을 그의 손녀를 통해서 이룰 수 있도록 나타났던건 아니었을까...

사랑하지만 아름답게 보내줄줄도 아는 방식을 배워나가는 그런 소설....
읽고 나서 느끼는 점은
비단 그런 도움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한건 아니라는 사실....
깊이있는 대화가 부족한건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참 잘 고른거 같다

<< 책속에서 >>

"아마도 이러셨겠지. '화가는 그림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그림마다 독특한 생명이 있고, 시가 그렇듯이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 그걸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야.' 또 이러셨을거야. '그림 그리는것, 그 자체로 충분히 힘들었다. 그런데 또 세상의 바보들에게 그 의미를 일일이 설명해야 되는게냐!"
"음... '바보'가 아니고 '무식한 인간들.' p.23

"그래, 비슷하구나. 어쨌든 네가 이 그림에 대해 뭔가 알고 있기를 기대했는데, 넌 할아버지의 작은 요정이잖니."
"요정?"
"응, 요정. 다른 말로는 뮤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야."p23

이곳은 왠지 수상하다. 이유없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무서운 것은 아니다. 뭐랄까, 마치 이곳 전체에 영혼이 깃든것 같았다. 기분 나쁜 유령이나 소름끼치는 어둠의 느낌이 아니라 강의 정령, 풀잎과 나무와 언덕의 정령, 밤이 부리는 마법같은게 이곳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것 같았다. p37

그녀는 그런말을 듣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포기하실 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포기했다. 그리고 포기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더 괴로워하고 계셨다. 패배, 그것은 어떤 물리적인 고통보다도 할아버지를 더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휠체어를 타고 병동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좌절하고 분개하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것. 그것은 제스 역시 한번도 상상해본적 없는 결말이었다. p148

"왜 울고있니?"
.
.
.
"있잖아..."
그녀가 머뭇걸리면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때문이야. 내가 울었던 이유 말이야."
그는 아무 대꾸도 안했지만, 그녀는 그가 숨소리까지 죽인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았았다.
"할아버지가 죽어가. 그런데 누구도 할아버지를 도와줄수 없어. 할아버지는 점점 시들어가고 있어. 게다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던 일도 포기한 채 죽어가고 있어."p.155


"할아버지가 그림을 완성하신다면, 소망을 이루고 돌아가신다면 네 상실감이 조금은 줄어들것 같니?"
"아마도."
그녀가 썩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대답했다.
"그럼 할아버지도 좋아하실까?"
"응, 당연해."
"그렇다면 도와드려." p157

그녀는 발아래 물을 내려다보았다. 이 조그만 개울이 저 먼곳에 있는 저 거대한 바다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다. 그녀는 소녀시절 여기에 서 있었을 할아버지를 다시한번 상상했다. 틀림없이 지금의 그녀처럼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을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 아득한 옛날에, 오직 하늘과 바람을 벗 삼아 이곳에 서서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린 예술가의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그녀는 눈을 바다에서 떼지 못한 채 소년 옆에 앉았다.
"저렇게 멀리까지 보일줄을 몰랐는데. 이건 마치... 마치..."
그녀는 마치 성스러운 장소에 있는 사람처럼 소리죽여 속삭이고 있었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그녀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그의 눈은 수평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에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움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은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p.192

"할아버지는 괜찮으실거야. 더이상 걱정할 필요없어." p195

"네게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다. 저 초상화에 대해서 어찌생각하니?"
"무슨초상화요?"
"할아버지 초상화말이다. 자화상이라고 해야겠지."
그녀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할아버지가 자화상을 그리신건 몰랐는데요. 그게 어디에 있어요?"
"거실에. 네가 이리로 오기 전에 봤단다."
 그녀는 급히 거실로 갔지만 그녀가 본 것이라고는 벽에 세워진 리버보이 그림뿐이었다. 알프레드 할아버지가 터덜터덜 그녀를 뒤따라 들어왔다.
"재미있는 그림이더구나. 그 친구가 잘 포착하긴 했구먼."
그녀가 다시 알프레드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강 그림이잖아요."
알프레드 할아버지가 잠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내가 잘못봤구먼, 네 말이 옳다! 거기에 강이있었구나. 아까는 못 봤는데, 이제야 알겠다. 그 친구는 항상 강에 얽매여 있었지."
"무슨 뜻이죠?"

"그 친구는 강을 사랑했단다. 시간만 있으면 수영을 하곤 했지. 실제로 잘하기도 했고, 제대로 훈련만 받았다면 최고의 장거리 선수가 됐을거야. 하지만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어. 그 친구는 언젠가 꼭 한번 강의 시작점에서 바다까지 헤엄쳐 갈 거라고 말하곤 했지. 물론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큰 화재가 나서 가족 전부를 잃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가슴 아픈 과거를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한시바삐 이 마을을 떠났다. 그러니 그 희망을 이룰 기회가 없었지. 아마 앞으로도 힘들 것 같구나."

알프레드 할아버지의 말은 그녀의 뇌리에 총알처럼 박혔다. 그녀는 다시 그림으로 눈을 돌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림을 살폈다. 검은 얼룩은 머리카락, 안개로 덮인 물길들은 코와 입, 검은 점들은 눈처럼 보였다. 거기에는 얼굴이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그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불과 얼마 전에 폭포에서 마주쳤던 그 얼굴을,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나의 '리버보이'를...p206-207

 절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결국엔 자신이 승리할 것을 알고 때를 노리며 몰래 뒤쫃아 온 식인 물고기처럼. 그녀는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는 멀미와 싸우며 간신히 헤엄쳐 갔다.

그녀가 느끼는 멀미는 몸에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지가 약해지면서 생긴 멀미였다. 리버보이의 뒤통수조차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안간힘을 썼는데도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비록 브레머스에 도착한다해도 할아버지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결국 이 세상을 떠나버렸을 거라는 생각, 자신은 할아버지의 영혼이 저 먼 곳으로 가버린 후에야 그 곁에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녀가 남긴 것이라고는 이 공허한 물길의 흔적뿐일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멀미였다.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