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비밀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백설자 옮김 / 현암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 제목만 봤을땐 신용카드 얘기였나했다가 책을 받아들고 전체적으로 한번 휙 넘겨봤을때는 카드를 활용한 퍼즐이나 점괘같은내용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정식으로 읽기 시작했을때에야 비로서 아~ 이책 철학책이었구나라는 생각... 머리아프겠다...
학창시절 도덕 교과서에서 한번 접해 보고나서 잊고 지내다가 상식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려고 한번 시도를 해 봤었지만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포기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한스랑 아버지는 그리스 아테네로 오래전에 집을 나간 엄마를 찾으러 자동차여행을 떠난다. 주유소에서 난쟁이 한명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확대경 하나를..... 난쟁이가 알려준 마을의 빵집에서 마법의 책을 얻는다. 책 이야기는 아버지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없는 시간 아버지가 다른데 신경을 쓰는 짧은 시간 틈을 내서 읽기 때문에 약간은 더디지만 그 사이사이의 여백에 실제 여행이야기와 책에서 읽고 느낀점을 한스 자신의 생각인양 아버지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아버지의 철학적인 면을 이끌어내는 구성을 하고 있는데 3가지의 이야기가 아주 절묘하게 물려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있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조커란? 단순이방인인가? 철학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무리속의 가장 똑똑한 구성인일까?
단순히 외톨이일까? 아님 리더일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일까?
카드속에 감추어진 숫자이야기
우연속에 감추어지는 필연적인 이야기 등등..
철학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책속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아버지와의 대화속에서...
"넌 네가 그런 화성인이라고 생각해 본적 있니?"
나는 아버지의 이러한 질문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탁자 모서리를 꼭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면 지구인이라 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을 뭐라고 하든 그건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아.
중요한건 너 역시 우주안에 있는 지구 위에서 이리저리 기어 다니는 두 다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거야."
"화성인과 똑같이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떡였다.
"네가 정원에서 어떤 화성인과 우연히 맞닥뜨리지 않을지라도 너는 네 자신과 우연히 맞닥뜨리는 일이 생길수 있지.
만약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넌 아마 비명을 지르게 될것이다.
내 말이 틀림없을거야. 우리가 우주 안의 작은 섬위에서 살아있는 행성인이라는 사실을 날마다 깨달으며 사는 건 아니니까." p.118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의심하지 않고 어떻게 그냥 세상에서 종종걸음 치며 돌아다닐 수 있는지 의아했다. 어떻게 이 행성에서의 삶에 대해 그저 모른체하거나 아니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p.177

여러 면에서 이렇듯 총명한 - 이를테면 우주와 원자의 구조를 탐구하는- 우리 인간이 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은 너무나 현명하다고 생각되어 여기 글자 그대로 인용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우리 두뇌가 단순하다면, 우리는 결국 그것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거야." p.183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언젠가 한 러시아 우주 비행사와 두뇌 외과의가 기독교에 관해 토론을 했지. 두뇌 외과의는 기독교 신자였고 우주 비행사는 아니었단다. '난 이미 저 밖 우주에 가 본 적이 있지요.'하고 우주 비행사는 자랑했지. '하지만 난 아직 어떤 천사도 본 적이 없습니다.' 두뇌 외과의는 우선 그를 뚤어지게 바라보고는 말했단다. '그리고 나는 현명한 두뇌를 제법 많이 수술해 봤지만, 아직 단 하나의 생각도 본 적이 없습니다." p.211

"아니야, 신은 죽었어, 한스 토마스야. 그리고 우리가 신을 죽였어." p.212 
(이건 마지막에 카드들이 자신들의 창조자인 프레디를 죽인걸 연상케하는 구절) 

아테네의 철학자들이 주장한 바에 의하면 흘러가지 않는 것도 있단다. 플라톤은 그걸 '이데아의 세계'라고 했지. 그러니까 어린아이의 모래 상자에서 제일 중요한 건 모래성이 아니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쌓기 시작하기 전에 생각하고 있던 모래성의 상(像)이란다. 넌 왜 아이가 모래성을 완성하자마자 금방 부숴 버린다고 생각하니?"
나는 두 번째 대목을 첫 대목보다 더 잘 이해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들려고 했는데, 제대로 안 될 때가 있지? 너는 몇 번이고 시도하지만 절대로 되지 않는다. 그건 네 머리 속에 있는 상이 네가 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더 완벽하기 때문이지.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렇단다. 우리는 우리 머리 속의 상이 실제로 보이는 것도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 한스 토마스야?"
나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제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 안의 상들을 모두 이데아의 세계에서 가져왔기 때문이야. 실은 우리 고향은 거기란다. 시간이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이곳 모래 상자가 우리 고향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다른 세계가 있는 거군요?"
아버지는 비밀스럽게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 영혼은 육체를 거처로 삼기 전에 거기 있었지. 그리고 육체가 시간의 이빨을 이겨내지 못하면 거기로 돌아가지." p.289

 

꼬마책 안에서..
나는 이 대화가 서로의 언어가 다른 것보다도 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단다. 왜냐하면 그들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차라리 서로 말없이 몸짓으로 얘기하는 편이 더 나을 뻔했지. p.128
(빵장수 한스)

"가장 큰 의문은 이 형상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 아니라, 그들이 정말로 정원에 있을것인가하는 점과 또 언젠가 섬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난쟁이들이 보일까 하는 점이라네."
-중략-
"다른 큰 의문은, 내가 어느날 떠나고 없더라도 여전히 그들이 여기 존재하게 될까 하는 점이라네." p.232

"아주 확신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므튼 신들은, 인간이 그들을 믿는 동안만큼은 세상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것만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신들은 사람들이 자기들을 의심하지 않는 한 늙지도 닳아 없어지지도 않아요." p.239

주인이 잠들면 난쟁이들은 그들 자신의 삶을 산다! p.130
52년후 파선당한 이의 손자가 마을로 온다 p.131
제빵사는 마법의 섬의 보물을 숨기고 있다 p.133
진실은 카드 속에 있다. p.133
유일하게 조커만이 마술을 꿰뚫어본다 p.133
진실은, 유리 세공사 아들이 자신의 상상물을 광대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p.145
안의 상자는 바깥 상자를 풀어 열고, 바깥 상자는 안의 상자를 풀어 연다. p.148
카드속에 미래에 대한 예언이 들어있다." p.165
해 공주는 바다로 가는 길을 찾아낸다. p.166
은빛 쌍돛범선이 노한 바다에서 침몰한다!" 


책 중간 중간에 카드들이 하는 알수 없는 이런 한마디한마디가 무슨뜻일까??
나름 많이 궁굼해 하면서 읽었는데 그 비밀은 섬이 가라앉는 마지막날인 조커들의 날에서 밝혀진다.
비밀의 섬은 홀로 조난을 당했던 프레디가 외로움을 견딜수 없어서 만들어냈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던 거였고,
카드들은 한마디씩 말을 만들어서 최후에 조카가 그 말들을 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설정이다..
그 이야기가 단순한게 아니고 하나의 예언을 만들었던거..
그게 최초의 창조자인 프레디로부터 꼬마 한스토마스에게 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예언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상상속의 섬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구도.. 우리 인간도 프레디처럼 어떤 신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진건 아닐까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거 같다.

우연에 대해서
나는 꼬마책이 결국 내 의문점에 전부 답해 주리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또다른 어떤 것이 있었다. 다이아몬드 난쟁이 여자들은 유리 공장에서 유리를 불어 만들어 내었다. 그건 내가 마침 한 유리 공장에 갔다 왔었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었다. 나는 나의 유럽 여행과 꼬마책의 내용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믿음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었다. 꼬마책에서 읽은 것은 아주 오래전에 제빵사 한스가 한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삶과 제빵사 한스, 엘베르트, 루드비히가 나눠 가진 커다란 비밀은 서로 신비한 관련이 있는걸까?
p.150-151
 
"난 단 하나의 긴 우연의 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단다." 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이 고리는 최초의 생명이 있는 세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 세포가 분리됨으로써 오늘날 이 행성 위에서 자라고 번성하는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나의 고리가 언젠가 30억 년이나 40억년이 흐르는 동안 중단되지 않았을 확률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남았어. 그래, 빌어먹을, 그게 나야. 그리고 내가 이 행성을 너와 함께 체험한다는 게 얼마나 환상적인 행운인지, 이 행성에 있는 작은 벌레조차도 저마다 얼마나 운좋은 존재들인지 난 알고 있단다."
"그리고 운이 나빴던 이들은요?"
"그런 사람은 없어!" 아버지는 고함치듯 말했다. "그들은 결코 태어난 적이 없어. 삶이란 당첨 복권만 눈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복권 뽑기야." 그러고 나서 아버지는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p.155

'난 모든게 너무도 계획된 것 같아요.'하고 그가 말했는데 자신의 걱정스런 표정을 숨기느라 애쓰는게 역력했다네. '너무도 철저하게 생각했고 철저하게 조직적이예요. 난 우리를 그림쪽으로 뒤집어 놓으려 하거나 그대로 두려고 결정하는 어떤 것에 우리 운명이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커이야기
조커는 카드와는 달리 좀 멍청한 카드이다. 클럽도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하트도 스페이드도 아니다. 조커는 8도 9도 아니고 킹도 잭도 아니다. 조커는 이방인이다. 조커는 다른 카드와 함께 같은 한 벌 속에 들어있지만 거기가 조커의 고향은 아니다. 그래서 조커가 없어진다 해도 아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난 아버지가 아렌달에서 독일 병사의 아이로 성장할 때 자신이 마치 조커와 같다고 느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철학자로서도 조커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이상한 것들을 보고 있다고 믿었다. p84

"우리는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을 철학자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철학자가 특별히 지혜롭다는 말은 아니야. 그 차이를 이해하겠니?"
-중략-
"그렇게 서두르지 말아라."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만일 어느 두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눈곱만큼도 아는게 없는데, 그런데도 한 사람이 아주 많이 안다는 인상을 준다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현명한 거지?"

나는 더 현명한 사람은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란걸 시인해야만 했다.
'그럼 넌 이 문제를 이해한 거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철학자로 만든건 바로 그가 정말 괴로워했다라는 점이란다. 즉 자신이 인생과 세계에 대해 더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아주 끔찍이 괴롭혔단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제외된 듯한 느낌이었지." p.217-218
(소크라테스는 그 시절의 조커였을까?)

나는 그리스신들이 그리스 북쪽에 있는 커다란 올림포스 산에 살았었으며, 이따금 땅으로 내려와 인간들 틈에 섞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 그들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카드 한벌 속의 거대한 조커와 같았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p273

"한 세대는 다른 세대에 이어지지만, 시간이 파괴할 수 없는 광대하나가 세상을 돌아다닌다."
"운명을 꿰뚫어보려는 자는 운명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조커는 섬이 스스로 파괴될때 빵장수한스와 함께 섬에서 탈출했다. 오랜세월동안 죽지 않고 예언이 완성되는걸 지켜봤고 꼬마 한스토마스에게 확대경을 선물하면서 뒤를 쫓아다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다만 궁굼증이 너무 많았고 자기 존재에 대해서 너무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창조자를 죽였을뿐...똑똑함이 좋은걸까 나쁜걸까??? 아마 인간들도 신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조커로 인해 프레디와 섬이 파괴되었듯이 되지 않을까? 신의 존재자체에 대한 의문을 심어주는 부분인거 같다

나는 왜 무지갯빛 레모네이드가 위험한 음료이기도 한지 벌써 이해했다네. 무지갯빛 레모네이드는 결코 완전하게 소멸될수 없는 어떤 갈증을 불러일으켰지. 나는 벌써 그 이상을 바라고 있었네. p87
"반짝이는 음료는 조커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자극적이고 먹으면 행복해지는 음료..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인해 모두들 점점 둔해졌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됐다. 조커만 빼고는.......진실을 잊고 살게 만드는 우리 시대의 네모네이드는 뭘까?)

 

카드속에 감추어진 숫자이야기
책을 처음봤을때 이 부분을 보고 퍼즐이나 게임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부분이다.
자칫 딱딱해질수밖에 없는 철학이야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 부분이었다.
난 재밌었는데 더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으려나?
 
카드 쉰두장 = 52주
52주 * 7일 = 364일
28일인 달이 13일이니까 마찬가지로 364일 (이건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음)
365일 - 364일 = 하루 모자라는 날 : 조커의 날
한스의 생일은 1972년 2월 29일(윤일에 태어났으니까 조카의 날에 탄생)
매주마다 각각 제 카드가 있고, 달마다 각각 에이스에서 킹까지 있고,
매계절마다 각각 네 패가운데 하나가 있음(스페이드,클럽,다이아몬드,하트)
한패의 숫자를 전부 합치면 91
(1+2+3+4+5+6+7+8+9+10+잭(11)+퀸(12)+킹(13)) = 91
91 * 4패(스페이드,클럽,다이아몬드,하트) = 364 + 조커


프레데 - 빵장수 한스 = 할아버지와 손자사이(52년간의 간격)
빵장수 한스가 꼬마 엘베르트를 만난건 섬이 가라않고 52년후
엘베르트가 루드비히를 만난건 레모네이드를 마신후 52년
루드비히 - 꼬마한스토마스 = 할아버지와 손자사이(52년간의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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