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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트랜스젠더 김비 이야기
김비 지음 / 도서출판 오상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3년전 겨울, 나는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퀴어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취재건 때문이었는데, 나도 차마 갖고있지 못한, 부드러움과 온화함과 조용함이 배어있는 그녀는 사람을 참 편하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 했다. 취재건은 결국 흐지부지 되었지만, 나는 그녀와의 그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참 좋아 마음에 남겨두었고, 그 좋은 감정은 그녀의 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접하게 되면서 소설을 쓰는 그녀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그의 나이 예순넷'이 궁금한 넘들은 알아서 잘 구해봐라. 나도 구하는 방법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순전히 그녀에 대한 관심 때문에 펼쳐보았다. 한 개인의 삶이나 인생을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다 이야기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자서전이나 일대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 인생과 삶을 소설마다 조금씩 담는 것이 훨씬 더 좋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소설을 즐겨 읽는다. 사실, 한 작가의 소설을 여러 개 접하면서 그 작가의 숨은 인생을 그 이야기 안에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해서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수필집이나 자서전은 읽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자서전이나 일대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거나 권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함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자신의 육체의 성과 정신의 성이 다른 사람. 그렇게 정의 내리면 될까? 김비씨 이후에도 몇몇의 트랜스젠더를 만나보았지만, 그저 나에겐 그 정도로 밖에 인지되지 못했다. 그런데, 김비씨의 간추린 인생과 생각들을 읽으면서, 언제나 내가 갈망해오던, 정신적인 삶. 그것을 이들이 하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 그것은 단지 남성의 몸을 하고 있는데 여성의 정신을 갖고 있는 그런 성적인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차마 시도할 엄두조차도 못내는 그런 초월적인 삶을 극복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틀에 순응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어렵고 고된 싸움을 하는 그들은 진정 멋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김비씨는 그녀의 이야기 곳곳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며, 껍데기, 즉 외형으로 모든 걸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눈으로만 본 것들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자서전이라는 이 형식이, 인생이야기라는 이 형식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다. 잘 기억나지 않는 어렴풋한 유년시절을 '그런 것도 같다' 라는 단어로 표현하게 됨이란, 매사에 확실함을 좋아하는 내 취향엔 그리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금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다른 것보다도, 그녀의 솔직한 인생 이야기가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이해도 된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글의 묘미라고 생각할 때, 나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녀가 이 책에서 하려던 이야기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 일수도 있고, 트랜스젠더들의 성 정체성에 도움이 되고자 일수도 있고, 그 외의 다른 것을 이야기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의도로 썼건 내가 느낀 점은 그런 것들이며(궁금하냐? 그럼 책 읽어봐라), 내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이, 그래서 그녀의 혼란으로 빚어진 현상들이 내게는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녀의 혼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단순한 호기심도 좋고, 그녀에 대한 관심도 좋고, 내 말에 혹해서도 좋고, 심심해서도 좋다. 어쨌든 한번 읽어봐라. 니가 뭘 느끼든, 어쨌든 무언갈 느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