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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르라미 별이 뜨는 밤 ㅣ 반올림 38
김수빈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3월
평점 :
며칠을 가지고 다니면서 쉽사리 책을 펴지 못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전 우연히 펼친 책.
한숨에 읽어내려갔다. 나의 책읽기는 눈물을 쏟아지고나서야 끝이 났다.
눈물을 쏟은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방송작가인 엄마, 미숙아로 태어나 누워서만 지내는 아픈 언니 비, 단짝 수아, 비뚤어진 말을 쏟아내는 지수, 든든한 애인 환희, 건강한 아이 은세, 정신적 보호자 아저씨. 그리고 그들과 얽혀 살아가는 나 단결과 갑자기 나타나 너와 내가 9번째 매인이라고 말하는 윤진의 이야기이다.
등장하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쟤가 저런 병신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럼 내가 이런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사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사생아인 단결은 어렸을때부터 왕따를 당했고 언니 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서만 살고 있다. 단결은 언니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아빠의 존재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단결은 이런 현실을 도망치고만 싶다.
-아저씨와 내가 만든 세계가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닌 환상 속의 신기루일 뿐이라는 진실.
비의 아빠인 아저씨와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단결. 같은 상처를 갖은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이런 단결에서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너랑 내가 13년 매이와 17년 매미의 결합을 위해 지구로 보내진 매미인이라는 거야?"
다시 만난 진이는 알수 없는 말을 한다. 같이 이 지구를 떠날 수 있다고 떠나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결이는 생각에 잠긴다.
"너도 그냥 여기 남으면 안 돼? 내가 함께 가지 않는 이상, 네가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안 돼."
"왜"
"남을 이유가 없으니까."
진은 학교폭력,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이 세상을 떠나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결 또한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진과 결의 차이라면 결은 결을 지켜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나도 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행복을 찾아서 떠나기로 결심한 진을 무작정 붙잡기에는 나 역시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존재였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보트피플일지도 모른다.
나오는 인물들이 얽히고 얽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무거운 현실에 떠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된 결이. 놓여진 아이들이 갈곳이 매미 행성만은 아닐 것이다.
지독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견뎌내어 뜨거운 여름을 매미소리로 가득 채워줄 아이들이다.
섬세한 인물 묘사와 관계 설정에서 놀라움의 연속이다. 읽는 내내 내가 결이가 되었었다.
가족과 친구, 이별, 여러 삶의 모습이 녹아있는 마음 아프면서도 따뜻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