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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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로 활동중인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의 셜키입니다.


2012년 12월 추천신간으로 '죽음이란 무엇인가' , '눈물 닦고 스피노자' 라는 두 권이 선정되었었습니다. 이번 달 도서는 두 권 모두 평소 전혀 일면이 없던 철학 쪽 분야라 그저 읽는 것은 물론 읽고 이해하는 데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12월 신간으로 추천된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 대한 생각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 책의 두께, 책의 제목 그리고 전반적인 외관상 분위기만 보아도 단 번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화제작 '정의란 무엇인가' 와 그 느낌이 비슷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의 저자 셸리 케이건 역시 마이클 샌델 교수처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철학자이기도 하구요. 마이클 샌델교수가 하버드에서 '정의'에 관한 뛰어난 수업을 계속해오고 있었듯이 케이건 교수도 예일대에서 17년 연속 교양 철학강좌 'DEATH' 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혹여 이런 이유들로부터 '정의란 무엇인가'와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고 책을 폈다면 정말 많이 놀랄수도, 혹은 실망할 수도 있을 법한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논리전개 방식도 판이했으며, 케이건 교수는 그만의 언어로 '정의'와는 또 색다른 '죽음'에 관한 논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책상 교수님'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셸리 케이건 교수

▲'책상 교수님'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셸리 케이건 교수          ▲'정의'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실 모습



▶오직 이성과 논리로 풀어낸 죽음과 삶의 의미 


누구나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와 존재, 그리고 최종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혼자서 고뇌의 고통에 빠지기도 합니다. 죽음이란 뭘까? 난 어디서 왔을까? 난 누구이며 뭘 해야 하는가? 여기 왜 존재하는 것인가? 등등 어찌보면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사실 이 책에서 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목되어있던 철학적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주길 원하는(대부분의 독자들이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사람들은 약간의 실망을 느끼고 어려운 철학적 논리에 그만 흥미를 잃어 책을 덮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빈틈없는 탑을 쌓아가듯 기본적 구성과 기승전결식으로 구성된 챕터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어가다보면 그것이 바로 철학의 방법이며 철학의 참맛에 빠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최종탑을 쌓기 위해 철저히 철학적 논리전개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 개념을 도입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셸리 케이건 교수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존재의 고뇌와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해결해주는 심리학 치료사는 아닙니다. 책의 표지에서도 나와 있듯 '오직 이성과 논리로 풀어낸 죽음과 삶의 의미', 즉 철학적 단계를 따라 이성과 논리라는 현미경을 가지고 죽음과 삶을 풀어 해석하는 일종의 이론이자 정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논리를 따라 생각을 다져가다보면 우리의 본성적인 물음들에 공포와 회의를 가지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리주의와 이원론


그렇다면 기승전결식 전개와 어떤 주춧돌을 쌓으면서 그가 논리를 전개하는지 알아봅시다. 죽음과 삶에 대한 모든 논의에 앞서서 물리주의와 이원론에 대한 개념이 필수적입니다. 물리주의는 영혼이란 없다, 즉 인간은 육체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을 하며, 이원론에서는 인간이 영혼과 육체 두가지 모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 두 시각에서 육체의 존재는 모두 인정을 하며, 영혼의 유무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것이지요. 일단 저는 '영혼이 무엇인가' 에 대해서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를 증명하기 위해 케이견 교수는 '영혼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원론자들의 입장들을 보여줍니다. 

▲영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요? 존재한다면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soul'이란 키워드로 이미지검색을 해보았더니 유령같은 이미지뿐이었습니다. 영혼은 우리가 상상하기는 힘든 영역입니다.


그는 자신은 물리주의자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쪽의 입장과 이견을 모두 소개하면서도 이원론쪽의 근거는 타당하지 않고~ 식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책 전반부에 걸쳐 그는 이원론자들의 '영혼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주장과 근거 그리고 비유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모두 조목조목 반박하며 따라서 근거가 부족하다~ 타당치 않다~ 는 식으로 물리주의에 대한(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입장을 굳혀갑니다.(책은 모든 주장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론 그의 의견을 위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그런데 '죽음'을 조명하기에 앞서 '나'가 도대체 뭔지, 존재의 여부에 대한 물음에도 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에 앞서 존재는 필연적이니까요. 케이건 교수는 여러 SF급 상황들과 비유들까지 들어가며 자신이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니면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아니면 욕망, 기억, 기쁨 등의 개인의 본질적이고 내재적인 '인격'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바라보아야 할 지에 대해 주장을 펼칩니다.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에 대한 물음은 그에게도 확고한 믿음이 부족했던 걸까요. 각 경우에 대해 정말로 참신한 비유들을 들고 다시 정말로 참신한 비유로 반박을 했지만 챕터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요약을 해버립니다.


내가 죽고 나서 내 몸이 부활하거나 내 인격이 이식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이 나의 진정한 종말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나의 끝이자 내 인격의 끝이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


존재에 대해 확고히 규명하지는 못했지만(그가 논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영혼, 육체, 인격 세 주장이 너무 팽팽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이 문제를 내려두고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해 논의가 시작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 절반을 이런 기조적인 주춧돌을 쌓는 데 투자한 뒤 제 7장에서 비로소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나쁜 것인가', '영원한 삶은 가능한가' 등. 죽음의 개념부터 시작하여 죽음의 가치와 기회비용,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공포와 더 나아가 영생은 가능한지, 그렇다면 영생은 과연 행복한가? 에 대한 물음까지 기발한 비유들과 기승전결식 전개는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중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과 철학적 이론들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특히 본격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심리가 아닌 철학이란 도구로 다루기 시작하자 이야기가 더욱 더 빛나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그저 공포의 대상으로, 의문의 대상으로 여기고 무기력함에 예속되는 것보다는 철학적으로 이론과 정리를 전개 해나가다보면 '죽음'이란 대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령 '죽음이 왜 나쁜지'에 대한 물음에서는 '박탈 이론'을 도입하여 설명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누리던 행복, 기쁨 등을 박탈 당하기 때문에 죽음이 존재에 비해 나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는 되받아 칩니다. 만약 죽어서 우리가 존재 자체를 하지 않는데 존재할 때의 소유에 대해 소실감을 느끼는 것을 나쁘다는 식의 점수로 매기는 것은 개념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쓰고보니 횡설수설이네요. 역시 철학자들은 한줄의 개념을 가지고 온갖 비유와 쉬운 언어로 , 거창한 언어로 풀어쓰기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다시 반박합니다.


예를 한 가지 더 들어보겠습니다. 제 12장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무거움'에서는 죽음의 특질을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죽음의 필연성, 죽음의 예측불가능성, 죽음의 편재성 이라는 특질을 들면서 죽음은 피할 수 없으며 우리에게 무거운 것임을 설명합니다. 일종의 공포감으로부터 비롯하는 심리적 불안감과는 달리 죽음의 무거움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삶을 향하여


그렇다면 피할 수 없고 그토록 무거운 죽음이라는 문제를 짊어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는 제 13장 '죽음을 마주하고 산다는 것'을 통해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 해답' 을 제시합니다. 마무리로는 '자살'에 관해 과연 죽음과 어떤 관계이며 합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마무리 격인 에필로그에서는 철학적 사고를 잠깐 벗어나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인생선배로써의 조언을 해 줍니다. 


~중략

사실 영생은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를 거대한 미스터리, 너무 두려운 나머지 감히 마주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코 합리적인 태도라고 볼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나는 '부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죽는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기회를 부여받은 게 얼마나 놀라운 행운인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인생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중략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이 책을 덮고 나거든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500여쪽여 걸쳐 죽음에 대해 철학적 전개를 했지만 부족했던 죽음에 대한 감성적 대면을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모두 쏟아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비로소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의 강의실에서 마지막 수업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며 애틋한 마무리였습니다.


그는 결국 그런 얘기를 하고자 장장 500여쪽에 걸쳐 죽음을 생각하고, 직접 대면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철학적인 사고는 비록 지금은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많은 독자들이 치부할 수 있겠으나, 비로소 이런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민 뒤에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고, 초월적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과 직접 대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그의 제자들.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불멸하다고 여겨 죽음을 꺼리지않고 삶을 잘 다스렸습니다. 비록 그는 케이건 교수처럼 물리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죽음에 대면하는 모습과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셸리케이건 교수가 보여 준 가장 끔찍한 주제, 가장 매혹적인 강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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