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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에서 일한다 - 더 나은 삶을 향한 한 가장의 해외 취업, 이민 생존기 ㅣ 해외 취업/이민 생존기
이홍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대기업에서 IT를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로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20여 년간 근무하다가
캐나다로 이민 간 저자의 리얼 이민 생활기!!
내 주변에는 해외로 이주한 사람도 없고, 현재 해외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해외 취업이나 해외 이민에는 약간의 환상 같은 것도 있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여행 외에는 해외를 가본 적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생활했다는 분들을 보면
왠지 외국어도 현지인처럼 잘 할 것 같고, 좀 더 유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과연 실제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나는 캐나다에서 일한다>에는 생생한 이민 체험기가 나와있다.
2000년, 21세기를 앞두고 90년대 후반에 북미권에서는 Y2K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Y2K라는 1950년대 생긴 컴퓨터 처리 과정에서 연도 표시에 오류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1983년은 '83', 1990년은 '90'과 같이 두 자릿수로 사용했기에 99 다음은 100이 되어야 하는데 00이 된다면 프로그램이 오작동해서 큰 혼란을 야기할 거라는 주장이 있어서 자릿수를 네 자리, 2000으로 넓히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덕분에 북미권에서 프로그래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아시아권의 프로그래머까지 손을 뻗치게 된 시기였는데 당시 프로그래머들은 유행처럼 해외 이주를 위해 떠나갔고, 저자도 한 군데 오퍼를 받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 추가 서류를 첨부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고(당시는 지금처럼 온라인 발급도 없던 시절)
결국 시간이 흘러 프로그래머 수요가 갑자기 위축되어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메일을 받게 된다.
몇 달 동안 준비한 이민 계획은 자연스레 사그라지고 다시 회사 생활에 충실하던 그는 10년 후 해외 이주 관련 세미나에서 기술 이민을 알게 되고, IT 프로젝트 매니저로 기술 이민을 결심한다.
캐나다에서는 2018년 기준 최저 임금이 시간당 $14로 정해져 있고,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에 7.5시간, 한 달 22일로 계산했을 때 월 $2,300 정도의 수입이 발생된다.
일단 캐나다에서는 집값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든다. 보통 $1,500 이상이 집값으로 나가고, 자동차 보험료도 한국에서 일 년 치가 캐나다에서의 한 달 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부분만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월 200만 원 이상은 그냥 나가니 캐나다에서는 맞벌이가 필수고, 먹고살기 빠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으면 아이들 초, 중,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에 사교육비가 거의 없고, 미성년 아이들을 위한 보조금 제도도 잘 되어있어서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후덜덜이라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비슷하다고 한다.
캐나다의 회사 생활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았고 부러운 점도 많았다.
우선 '나인 투 파이브'라고 해서 대부분의 근무시간이 아침 9시부터 5시까지이다. 점심시간은 30분이지만 오전, 오후에 15분씩 공식적인 휴식시간이 있다고 한다.
점심은 보통 샌드위치 같은 간단식으로 가볍게 사 먹다 보니, 한국의 국이나 탕 종류처럼 냄새나는 음식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먹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재택근무도 많고, 실적과 결과를 중시하는 업무 형태라 근무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든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일과시간에 은행을 가든 집안일로 쉬든 자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되, 그에 따른 결과는 본인이 확실하게 책임지라는 결과 중심의 직장문화이다.
회식도 없고 야근도 거의 없으며 입사 순서나 나이와 같은 서열이 무의미하다는 게 제일 부러웠다. 이렇게 유연해 보이지만 캐나다에서는 회사 근무시간에 다른 개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한눈팔지 않고 일만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요즘 워라밸을 중시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원래부터 균형 잡힌 직장 생활과 개인생활이 당연시되던 곳이라 워라밸이라는 신조어도 필요 없다고 하니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와 너무 비교되는 것 같다.
이런 게 선진국이쥬.....
다만 매년 연봉 인상률이 적다 보니 자기계발을 하며 능력을 쌓아서 자주 이직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노후에는 정년퇴직 후 재택근무를 하고, 연금도 나오다 보니 캐나다 노인들은 쪼들리게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전혀 몰랐던 캐나다에서 거주하며 발생하는 여러 현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정말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할뻔한 적도 있었고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회사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취업에 성공했으나 아무래도 모국어처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니 입사 첫날 매니저와 둘이 밥을 먹거나 팀미팅을 할 때, 환영 인사를 하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웃프게도 리스닝, 스피킹 시간의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뱅킹, 직장 구하기, 브릿징 프로그램 등 이민을 생각 중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필수 내용들이 나와있다.
난 사실 이민 계획은 없지만 이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보니, 이 책에 나와있는 현실을 알고 나서는 이민에 대한 환상도 좀 깨진 게 사실이다. 역시 어디서든 먹고사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책에는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있는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민 1세대, 1.5세대, 2세대의 이야기를 보며 이민 1세대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생활한 후 이민을 간 케이스라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어 현지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가끔 신랑에게 "베트남 가서 떡볶이 장사나 하자~"라고 장난 식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만약 내가 지금 이민을 간다고 해도 이민 1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힘들 것 같아 전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러 이야기 중 딜루와 닐루라는 쌍둥이 인턴 자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캐나다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어서 캐나다로 취업을 하거나 이주를 생각 중이라면 꼭꼭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담북스에는 <나는 캐나다에서 일한다> 뿐만 아니라 시리즈로 <나는 독일에서 일한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나는 중국에서 일한다>도 있어서 각 나라 생활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면 읽어보길 권한다.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