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갓난아이가 태어날 때 왜 크게 우는 줄 알아요? 응아, 응아, 큰 소리로 안 울면 의사들이 놀래요,

아, 이거 뭐 잘못됐구나, 해요. 인간은 원래 힘들고 무섭고 놀래면 소리 내고 우는 게 정상이에요.

사람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탯줄 끊는 순간부터 고행길입니다. 그 고행길을 크게 소리 내면서 걸어요.

뭔데, 말해봐요. 내가 들어줄게요.

 

 

 

 

 

드라마 <전원일기> 속 '일용엄니'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젠,젠,젠~젠틀맨이다"라는 노래를 유행시킨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배우 김수미.

<수미네 반찬>이 방송에 이어 책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 책은 그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김수미의 시방상담소>이다.

시원한 한방이 있는 '시방상담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연재된 오디오 방송이다.

제목부터 화끈한데, 벌써 70대인 인생 대선배에게 듣는 욕 반, 위로 반의 상담 내용은 어떨지 너무 기대된다.

책에는 [나, 일, 가족, 인간관계, 돈, 남과 여]는 6가지 주제에 대해 욕도 섞어서 후련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선물 받으면 너무 아까워서 조금씩 쓰다 유통기한 다 지나서 버린다는 '아끼다 똥 만드는 스타일'은 어느 정도 내 이야기 같아서 반가우면서도 공감되었다.

나도 비싼 가방을 사면 고이 모셔놓고 결혼식장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만 가방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마음먹고 구매한 명품 패딩도 아까워서 잘 입지 않고,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화장품을 여러 개 사와서는 아끼면서 쓰다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대한 김수미의 답변은 첫 문장부터 강렬했다.

"내 또래 할마씨나 그러고 살지. 젊은 게 왜 그러고 사냐."

좋은 말로 돌려서 고분고분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정신 차리게끔 센 소리와 함께 위로를 해준다.

집에서는 엄청 팔팔한데 회사만 오면 죽을 것 같다는 사연에는 이렇게 답변했다.

"사는 게 재미도 없고 다 귀찮고 산속 들어가서 '나는 자연인이다' 하고 싶지?

근데 누구는 안 그러냐. 이 새끼야! 다들 죽지 못해 출근해."

순간 매일 일하기 싫다고 투덜거릴 때마다 다들 똑같이 고생한다던 우리 엄마 말이 퍼뜩 떠올랐다.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오늘도 꾸역꾸역 퇴근시간만 바라보는 한심한 나란 인간..

무기력은 꼬리가 길어서 한번 늘어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고 한다.

 

 

 

 

 

[가족] 파트에는 뭉클한 내용이 많았는데, 특히 김수미가 오랫동안 키웠던 강아지 삼식이와의 이별 스토리를 읽으며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집 고양이 이름이 춘삼이와 춘식이라서 둘을 합쳐 "삼식이들~"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어린 냥이들이지만 나중에 이별의 순간이 오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많다 보니 이 이야기에 나처럼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재미와 감동, 사이다 같은 한방이 있는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진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되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피식거리면서 봤는데, 김수미표 해결법에 내 속이 뻥 뚫리듯 다 후련했다.

머릿속에서 김수미의 목소리도 자동으로 재생되니 어찌나 재미있는지..ㅋㅋ

요즘 책태기가 올 것 같은 위험이 있었는데, 머리도 식힐 겸 유쾌한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