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그림책이 참 좋아 77
서지현 지음 / 책읽는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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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지현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쓴 그림책 '귤이'를 참 맛깔나게 읽었다. 전체 내용을 한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 길고양이가 떠돌아다니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이웃이 되어준 그들에게서 '귤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러면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표지에 크게 쓰인 제목 '귤이'는 주황색으로 되어 있고 '이'의 'o' 위에 이파리가 두 개 보인다. 제목과 연결해서 바로 '귤'이 떠오르게 된다. 그 제목 아래에 귀엽게 미소짓는 고양이가 보인다. 고양이 이름이 '귤이'인 듯하다. 그리고 제목과 고양이를 빙 둘러싸고 검정색의 돌로 만들어진 돌담, 물질하는 해녀, 경운기를 타고 밭을 가는 사람, 동백꽃, 버스 정류장, 귤, 오른쪽 눈가에 점 하나 찍힌 것 외에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 '대평리'라고 글씨가 적힌 바위가 보인다. 해녀, 귤, 검정색 돌담으로 유추해 보건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책표지를 넘기면 면지 양 쪽으로 그림이 6칸에 걸쳐서 나온다. 각 컷마다 고양이가 보이는데, 바로 표지에 있던 그 고양이이다. 고양이를 제외한 나머지 그림은 어둡고 탁한 색깔로 나타나 있다. 아마도 고양이의 지금 상황이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뒷표지 앞에 있는 면지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앞쪽 면지와 다르게 노란색을 주조색으로 하여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쌍둥이와 고양이의 미소 띤 모습을 그린 그림, 해녀 할머니, 귤 농장 아주머니, 담장 위에 앉은 고양이에게 미소를 띠며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귤이네 집'이라는 팻말이 붙은 고양이집. 앞표지의 면지가 어두운 느낌이라면 뒷표지의 면지는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의 분위기와 이야기 마지막 부분의 분위기를 면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길고양이가 바닷가 마을로 들어와서 그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어울어지게 되는 과정은 직접 책을 보면서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주게 되면 책을 보는 재미를 줄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가 '대평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제주도에 실제로 그런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었다. 그래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니 그림책 속에서 본 모습들이 나왔다. 귤이가 앉아 있던 바닷가의 모습에서 멀리 보이던 언덕은 '박수기정'이란 이름을 가진 절벽으로 실제의 모습과 책 속의 그림이 판박이처럼 보였다. 책 속에 나오는 제주도 방언도 하나하나 검색해보면서 방언이 주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작가가 대평리 출신인가 하여 찾아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출판사의 서평에 의하면 작가가 '사는 일이 힘이 부칠 때면 제주를 찾곤 했는데 여행 중 드로잉을 하면서 떠올린 이야기 중 하나가 '귤이'라는 그림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곳곳에 제주의 향기가 오롯이 묻어 있고,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제주도, 그것도 꼭 대평리를 찾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여행을 마음껏 갈 수 있는 그 어느날, 제주도 대평리 입구에서 소리쳐 부르고 싶은 이름. "귤이야!"하고 외치면 꼭 그림책 속 고양이가 달려와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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