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 배수아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5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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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서히 무너지는 잇몸에서 어느 순간 마침내 모든 이가 남김없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처럼 붕괴된다. (<은둔하는 북의 사람> 중에서.)

그 붕괴를 그려내는 것. 바투 뒤쫓아오는 실패를 겨우 예감만 할 뿐이거나, 이미 실패해 있는 삶에 질식하거나, 더러는 소멸에 매혹되거나, 떨어져내리기 시작하는 현재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그려내는 것. 마치 머스탱을 몰고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 도로 위를 내달리며 자멸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한 인물들을 관찰하는 시선. 그 시선이, 우리 손에 주어진 기회의 하찮음, 피로, 권태, 나약함, 불평등, 외면하고 싶은 삶의 온갖 한계상황을 부각한다. 붕괴를 예견한다.

작가는 결정적인 무너짐 이후의 삶을 그리지 않지만, 우리는 이야기의 뒤를 살아가야 한다. 그 파괴에서 남은 부분이 있거나 말거나, 설령 어떤 희망이나, 심지어 그러고자 하는 의지조차 전무할지라도 삶은 재건되어야만 한다. 쓰레기가 되어버린 영광의 기억들, 오물로 얼룩진 도덕과 이상, 치유될 수 없는 배신감 따위를 바닥에 깔고서, 계속할 명분도 설계도 없이 쌓아 올리는 ‘삶’이 제 이름값을 할 리가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이 이 뿐이며, 되돌아갈 길은 언제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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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 / 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 주제들(THEMEN) 시리즈 2
게르하르트 노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에디투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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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를 느낌이 아닌 머리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번역과 주석이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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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그 철학적 의미
K.해리스 지음, 오병남ㆍ최연희 옮김 / 서광사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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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철학의 역사적 흐름 전반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탁월하다. 논지가 명확해서 이해가 쉽고, 번역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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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자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주 페렉 지음, 조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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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끄러진다, 너는 흘러가도록, 머뭇거리도록, 너 자신을 내버려둔다. 빈 곳을 찾을 수 있도록, 거기를 벗어나도록, 걷도록, 멈추도록, 앉도록, 식탁에 앉도록, 팔꿈치를 괴도록, 눕도록 너 자신을 내버려두기.” (P.78)

눕기 위해서는 자신을 ‘눕도록 내버려두어야만’하는 사람, 눕는 일을 절로 행하지 못하는 사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내버려두기를 연마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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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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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대립구도에 갇히지 않은 치밀하고 명쾌한 ‘기본소득’ 논의이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한데 뒤로 갈수록 더 재밌다. 긴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본문을 인용하는 것도 요약하는 것도 책의 정수를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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