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 - 항상 돈에 쪼들리는 사람에게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


오래 살진 않았지만 평생 이런 책을 사 본 적이 없었다. 이 무슨 사기성 제목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샀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사람이 자기개발전문가나 투자상담가가 아니라 심리상담사여서. 돈을 화두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걸까, 아니면 정말 돈에 관한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다시 학생 신분이 되고 나니 돈이 궁했다. 입에 풀칠 못할 만큼은 아니어도 공부가 길어지면 머지 않아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단 예상을 하던 참이다. '돈 잘 버는 법'에 관한 책은 아니고, 분명 '구애받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눌렀다. 


표지 뒷페이지 작가 소개란은 '일본 도쿄와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심리상담사.' 라고 시작하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이면 뭐든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꼬인 성격의 나로서는 제목과 함께 지은이의 첫 소개도 마음에 안 들었으나, 기왕 샀으니 첫 장을 넘겼다.


"돈이 많으면,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호화로운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고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습니다. 또 매장 점원이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줘서 마음속이 만족감으로 가득 찹니다.

그래서요?

당신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

-본서 1장 에피소드1 '내가 돈으로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중-  


멈칫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사실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많을 때의 안도감'이라는 해석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통장 잔고와 상관없이 앞으로 돈이 궁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이 책을 샀으니까. 안심하고 싶어했던 게 분명하고, 꼬박 꼬박 월급이 들어올 때도 지출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모았던 것은 아니었다. 

첫 장의 인상이 꽤 강렬해서 술술 책장이 넘어 간다. 


"돈은 일해서 받는 '대가'가 아니다."

"돈은 아낄수록 사라지고 쓸수록 들어온다."

"오늘의 돈 문제는 오래된 가족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열심히 하면 오히려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


상식과 정반대의 도발적인 제목들인데, 전체를 요약하면, 우리는 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가지고 있을 때의 마음의 평화(안심)를 원하는 것이고, 무조건 아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생각때문인데, 사실 돈은 공기처럼 주변 어디에나 있고 무의식중에 공기를 들이마시듯 자연스럽게 흘러다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무릎을 딱 칠 만큼 맞아! 하고 공감되는 내용은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려우며,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어릴 때부터 돈은 노동의 대가이고, 고생해야 얻을 수 있고, 불로소득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기르게 된다는 말에는 특히 수긍이 간다. 저자의 말처럼 돈은 어디까지나 '가치의 상징'이지 그 자체에 도덕성은 없다. '좋은 돈 나쁜 돈'의 구분은 돈을 '벌거나 쓰는 과정의 행위에 대한 도덕률'을 돈에까지 확장에서 적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논리적 오류이다. 그래서 돈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돈은 있거나 혹은 없을 뿐이고, 있다면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돈은 쓸 수록 들어온다던지, 돈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악착같이 모으기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던지 하는 여러 가지 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그 중에서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는 것은 '존재급'이란 개념이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당신은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게 전혀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서 남들에게 폐만 끼치고 잠만 자는 상태입니다. 

자, 그런 당신이 매달 받을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요?"


질문을 읽자마자 순간적으로 0원이라고 대답했다. 저자는 설명하기를, 실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가 아닌 "어느 정도의 가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 인정하는 '자신의 가치'가 바로 '존재급'(월급의 기본급에 해당)이라고 한다. 나처럼 0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를 0원이라고 여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웁스. 

이처럼 자각하는 존재가치가 낮은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성과급'이란다. 같은 돈을 벌더라도 존재급이 높은 사람은 성과급을 많이 얻을 필요가 없어 여유롭고, 존재급이 낮을 수록 성과급으로 필요한 양만큼의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설명이다. 왠지 억울한데, 맞는 것도 같다. 실제로 월급과 일을 생각해 봐도, 같은 일을 할 때의 퍼포먼스는 월급과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다. 내가 기대한 월급이 300만원인데 실제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그 차이만큼 덜 하는 것은 아니고, 500만원을 받는다고 정확히 차액만큼 더 일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나의 퍼포먼스는 일정하고, 그에 대해 스스로가 부여하는 가치는? 분명 제로는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은 기대했던대로, 돈을 화두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누구나 자신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생각(높은 존재급)을 할 때 걱정하지 않아도 돈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는 것이고, 그 흐름을 억지로 끊지 않으면, 다시 말해 악착같이 벌어들이기만 하고 선소비를 하지 않으려는 욕심만 버리면 돈은 공기처럼 돌고 돌아 언제라도 부족하지 않게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자신의 가치를 많이 인정할 수록, 돈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해석하에서, 공감가는 논리다.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보다도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책. 흥미로운 책. 

처음 한 번은 반신반의하며 훑듯이 읽어버렸지만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책장에서 다시 꺼내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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