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42 1
코테가와 유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책이 도착했을 때는 큰일이다 싶었다. 2권의 표지를 채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무래도 순정만화를 산 것 같아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 몇 장을 읽는데도 기분이 좋질 않았다. 조금 엉성해 보이는 그림체였기 때문에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파고들어가보니, 거기 있는 것은 감동의 드라마. 그 부분을 보던 순간의 감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굉장히 큰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폐지해선 안되지만 사형수가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찬성반대의 거센 충돌이 일어난다. 이 만화는 그 문제에 작은 해결책을 내어 놓았다. 사형수의 뇌에 칩을 넣는 것이다. 그 칩은 살인을 할 때만큼의 파괴충동이 일어나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사형수 042호가 첫 실험대상으로 그 칩을 달고서 사회봉사를 하며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동의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의 바깥 공기를 마시고 사람들과 만나며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말로 설명하면 이렇게 간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작가는 멋지게 만화로 만들어냈다.(연출해냈다?) 042호의, 아니 료헤이의 감정과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감정과 료헤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감정과... 그런 것들에 감동하고 있을 때, 내가 료헤이라는 남자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을 때 보게되는 그 부분. 그리고 마음의 모순, 슬퍼지다가도 기쁘다가도 애매해져버리는 마음. 그리고 끝까지 이 남자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생에게 만화책이 너무 멋지다고 침이 튀도록 설명하고 쥐어줬다. 동생이 이런 분위기의 만화를 많이 접해보질 않아서(소년만화만 파는 동생) 이 감동에 공감해 줄까 걱정했지만 "좋았다"고 말했다. 작가가 마지막까지 이 느낌을 지켜준다면 어떤 결과라도 나는 납득하며 책을 덮을 것이다. 료헤이에게 어떤 끝이 기다리고 있든지간에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고, 있어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오랜만에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아낸 것이다. 끝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데 이런 말을 하는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그럼 일단 1,2권만을 적극 추천하고 다음권들을 본 후에 또 추천하면 되지. 그러니까 결론은 당신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리뷰를 읽어보게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서 보라는 것이다. 망설이다가 사형수 042를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  
참고로 작가후기를 본 후, 나도 왠지 식물이 키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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