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정우성이 웅엉거리며 말을 했기에 더러 알아듣지 못하는 대사가 있었다.
김갑수의 연기야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바이지만,
정우성은 매체에서 놀라운 연기변신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봐서인지 별론데 그것들이 참으로 호들감들 떨었군. 했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 <챔피언>을 통해서
많은 관객들을 추억의 저편으로 잠깐 갔다올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똥개> 또한 마찬가지였다.(<똥개>는 앞서 말한 두 편의 영화와는 달리 현재시점에서 그려진 영화다.)
이렇듯 추억거리라는 점을 안고 있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 ‘비둘기’가 늘 등장하듯이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서는 소위 ‘달리기’가 늘 등장한다.
<친구>에서는 잊지 못할 친구들간의 내기 달리기가,
<챔피언>에서는 좋아하는 여인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버스와의 달리기,
그리고 이번에는 전직 소매치기였던 여자애와 정우성과의 오토바이 추격 달리기.
곽 감독은 매번 영화에서 달리기를 등장시킴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똥개>에서는 오토바이 추격신이 그리 인상깊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오토바이 추격장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우성의 나래이션이 가끔 생각날 수 있는 몇 마디를 만들어 주었다.
(알고 싶다면 영화를 봐라. 사실 어설프게는 기억나는데 정확하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자식이 하도 웅엉거리며 얘기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핑계다. 나이 탓이다.)
달리기 장면을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보다 보니
곽 감독 내면에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이 숨겨진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이 <똥개> 영화를 본 뒤 정우성을 자꾸 보니까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는 개(Dog) 같았다.
그것도 복날에 잡아 먹고 싶은 토종 잡개.
이번 영화에서는 폭력이 최대한 절제된 면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여운을 남겨 주었고,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난 웃는 게 좋다. 많이 좋다. 일상에서 웃을 수 있는 일이 적다면
재미있는 영화를 찾아 보면서라도 웃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또한 로맨스가 없어도 로맨스의 그 언저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모든 것을 다 보여 주려고 하는 과욕을 최대한 절제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패거리들 간의 패싸움에 대한 죄의 잘잘못을 법의 심판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각 패거리들의 우두머리 격이 일 대 일로 붙어 진 쪽 패거리들이 감방간다는 서면합의가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코믹터치로 애교스럽게 다루고 있었던 것도
원리원칙만이 다가 아니라는 일면을 보여 주는 듯했다.
몸값도 싸고, 똑똑함의 정도도 별로고, 단지 뭔 날만 되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똥개’
이 똥개라는 놈들은 쓸데없는 것에 사력을 다해 힘을 빼는데
결국은 질리는 근성으로 승리는 이끌어내는 덕에 말미에 성질에 대한 인정을 조금 받는다.
이 영화가 딱 똥개 그대로를 보여 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짐승에서 인간으로 환생한 인간 똥개로.
곽경택 감독만이 보여 주는 영상처리와 소박미를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또 볼지도 모르겠다. 그 놈이 하도 웅얼거렸기에.
영화 보는 중이라 그놈이 도대체 뭐라 중얼거렸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