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인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애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 디즈니애니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적 판타스틱 감각,
억지스럽지 않은 코믹터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름’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뒤돌아 볼 수 있는
가장 기본 바탕이 ‘이름’이라는 것을 이 애니는 잘 보여 주고 있다.

애니 후반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아예 끝날 때까지
해결하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마치 후속작을 기다려 보라는 듯
강한 인상을 남겨 놓았다. 내가 <반지의 제왕 2탄>을 기다리고 있듯
<스타워즈 에피소드 3>(스타워즈 에피소드 2는 어제 창민옹과 봤으므로)를
기다려야만 하듯 말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몇몇 작품을 봤지만, 단 한 편도 실망을 안겨 주진 않았다.
오히려 애니 속으로의 동경을 불러 일으켰고, 내면의 고요 속 침묵를
요동치게 만들어 폭발적인 관심으로 끄집어 내 주었다.

애니를 향한 적극적인 행동가로서 거듭나게 만들어 준
오시이 마모루,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이들을 동경하고 추종하는 자들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저멀리 할리우드의 명감독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가 그들이다.

스필버그 그는, <에이아이>라는 영화에서 <공각기동대>에서 사용한 명칭을
각색없이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마모루 감독을 향한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가 있는 일본이 부러워지는 이유다.

국내 애니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는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여러 면에서 미흡한 면이 눈에 띄었다.

감독의 색이라 할 수 있는 원화의 채색이
동심을 끌어내기엔 너무 어둡지 않았나 본다.
결코 밝을 수 없었던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었지만,
동심의 상징을 대변할 수 있는 화려함을 너무 아낀 느낌이다.

애니 채색이 세계 제일의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지만,
하청의 입장이 아닌 국내작을 작업한다는 점에서
배경의 사실전달에는 많이 미흡한 듯하다.
사실 이 부분을 이해하긴 매우 힘들다.
인물의 동적이고 입체적인 움직임을 뺀 나머지 처리에서는
평면적인 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화지 그림으로 이어진다는 아쉬움이다.

무엇보다도 <마리이야기>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배우의 더빙이다. 애니와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목소리가 애니의 움직임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을 때 바로 받아 쳐야 할 대목에서
한 템포씩 쉬고 들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애니의 흐름을 끊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 성우가 아니라서? 라는 이유가 성립될 지는 모르지만,
대화와 대화가 잇는 시간차가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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