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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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1년마다 재협상을 하고 재계약을 한다. 나 또한 해마다 이를 반복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이런 나는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게다가 고유가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날마다 오르는 물가로 경기는 침체에 빠져 있고, 기업은 더욱 몸을 사린다. 대통령도 정부도 기업인도 하나같이 부르짖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분명 아닌 것이다. 그러니 신입사원을 뽑을 리 만무고, 오히려 짐이 되는 고위직 간부, 중간급 일부를 정리해야 할 판이다.

과연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만들면 만사형통이 될까? 그 환경이 되면 기업도 직장인도 일반 시민도 모두 잘 살게 되는 것일까? 혹여 기업주만 잘 사는 것은 아닐까? 신자유주의를 부르짖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히 실행하려는 지금 시민사회의 불안해소와 서민경제안정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과 기업가를 강력하게 대변해 줄 신자유주의는 고용불안을 더욱 촉진시키고 비정규직을 더욱 양성해 낼 뿐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용주의 고용인 해고도 타당하고 적법하다는 게 신자유주의다. 고용주에 대한 강력한 권한과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고용인에게는 불안한 삶을 안겨 준 신자유주의는 사회구성원을 더욱 양극화시킨다. 종횡이 아닌 상하의 구조로 시대를 역행하는 악성 경제논리인 것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성하려는 이유는 (물론 여기에는 정치인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비용절감 대비 이윤을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질리 없고, 최소권리조차 보장받기 힘든 것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고, 오늘날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말한다. 그저 참고 또 참고, 조금만 더 참으면 나아지겠지라고. 하지만 이들의 양보와 당장의 일자리 유지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다.

이 책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는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을 위한 아름다운 실천을 다루고 있다. 노동력 착취와 임금 착복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그들은 최소의 권리보장을 위해 외쳤지만, 영업장 불법점거, 무엇보다 영업방해와 그에 따른 손실배상이라는 굴레를 쓰고 범법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들은 단지 8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현실의 잘못을 바꾸고 싶었고, 언제 어느 때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정된 직장생활을 바랐을 뿐인데 기업과 기업을 옹호하는 정치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보장도 비정규직에 있어서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했고, 비정규직에게는 기댈 아무것도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외쳐온 소리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 탓인지 울타리 밖 사람들은 그들의 절규를 듣지 못했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힘든 싸움을 그들은 하고 있었다. 한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그들. 그들을 투쟁의 전선에 세우고, 공권력의 위협을 받게 만든 기업이 여기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기업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비정규직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기업을 정치권에서 돕고 있는 한 기업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사람 위에 돈이 자리 잡고 있는 세상에서는, 돈이 자리를 만들고, 돈이 권력을 부여하고, 돈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 한 쉽지 않다.

사회가 이렇게 흘러가는 게 안타깝다. 변하지 못하는 사회에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게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막연했던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의 도움으로 바로 잡을 수 있었고 그들이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비록 그 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 분들이 하는 행동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고용인의 삶을 사는 지금의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느 때 그 분들과 같은 것을 겪을 지 모른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비겁한 삶이 지금의 자리를 보장해 주지만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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