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쉽게 하기 - 인체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1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일본 고서점가를 두루 다니다가 와세다 대학을 들른 적이 있다. 대학 내 박물관에서 일본의 한 유명 건축가의 애장품과 건축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그때 그 전시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전시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병풍식으로 건축가가 직접 만든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본 건축물과 풍경이 연필 선을 따라 때로는 펜 선을 따라 스케치북 위에 새롭게 건축되거나 새롭고도 같은 풍경이 거기에 스케치되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병풍식 스케치북은 펼치기 전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공책처럼 보였지만 가로로 길게 펼치면 길이가 1.5미터가 넘는 긴 종이로 변했다. 그 위에 마치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듯 멋지게 스케치된 그림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건축가의 넘치는 열정과 말릴 수 없는 정열을 보았다. 그러한 열정은, 일본 곳곳에 혹은 세계 여기저기에 건축이라는 결과물로 탄생되었음도 그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새삼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게 된 것은 김충원 선생의 이 책 <스케치 쉽게 하기 인체 드로잉>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다닌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김충원 선생의 특별지도를 받으면서 스케치된 그림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 받고, 선을 그어나갈 때 손목의 잘못된 동작을 지적 받아 하나둘 고쳐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조곤조곤 말을 풀어갔고, 연필 스케치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 주었다.

김충원 선생의 은근한 설명에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게 되었고, 수록된 스케치 그림 하나하나를 구도틀에 넣은 채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만들었다. 눈은 어떻게, 코는 어떻게, 머리카락은 어떻게, 인중은 어떻게, 턱선은 어떻게, 이마는 어떻게, 그리고 귀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선은 어떻게. 이렇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책 속에 있는 인물 스케치들을 눈길로 뜯어보았다.

예를 든 다양한 스케치 그림들과 옆에 풀어놓은 글들은 마치 이젤 위에 커다란 스케치북을 올려놓고 따라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스케치의 기본기를 익히기에 충분한 설명과 그림이었다.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꼭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미술은 쉽게 배울 수 있고, 특히 스케치같이 크게 도구가 필요하지 않는 분야는 도전해 볼 만하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다. 그 정도로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말이다.

새롭게 무엇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고, 책을 펼칠 때마다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이서 선생이 강의를 해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적은 분량의 책에 충분한 그림과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설명을 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그래서 김충원 선생을 다시 보려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예시로 제시된 그림들의 선 방향을 따라 손동작을 해 보일 정도로 매 페이지는 집중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젠 용기를 내 직접 스케치북 위에 나만의 스케치를 배볼 생각이다. 생각만으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책을 눈에 띄는 곳에 두련다. 그리고 언제나 이 책을 펼쳐 보아 자극을 받으련다. 새로운 무명의 화가가 탄생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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