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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영어로 유쾌하게 사는 법
막시무스.이지예 지음, 오영욱 그림 / NEWRUN(뉴런)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제 막 태어나는 아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어느 영어학원을 다녀야 하지?” “엄마가 한글보다 알파벳을 먼저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나는 영어를 써야 하는데 왜 한국에서 태어난 거야?” 등등을 생각할까?
영어 병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일원인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영어를 위해 인생의 일정 부분을 할애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라는 말만 들어도 먹던 밥이 체할 정도로 부담과 거부감이 일천만 배의 강도로 다가올 뿐이니. 이 영어 때문에~라면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또 꼬일 때 영어를 탓하거나 저주를 한다. 이놈의 영어 때문에!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운다는 것이 과연 속성으로 될까?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가 나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부족해서 이야기를 못할까? 역으로 생각하면 외국 사람이 한국어를 배울 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먼저 배울까?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학교 영어실력만 있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이 책은 되려 많은 부담을 안겨 주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지구에서 영어로 유쾌하게 사는 법을 찾아봤다. 한 장 한 장 간신히 넘어갈 뿐 그 어디에서도 영어로 유쾌하게 사는 법을 알려 주고 있지 않다. 내가 못 찾는 건지? 게다가 번역을 지나치게 의역돼 있고 생략을 너무 많이 해 원문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이 책의 기획집필 의도가 무엇인지 되려 저자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다. 너무 영어를 얕잡아 본 것은 아닌지? 아니면 우리 한국 독자들을 너무 과대평가를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들의 노고는 단지 여기저기 나오는 좋은 글들을 묶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좋은 글을 바탕으로 저자 나름의 시선이나 학습법이 스며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모든 것이 아쉬운 책이다.
설마 이 책이 「판의 미로」에 나오는 지하왕국의 요정이 오필리아게게 백지에 미션의 힌트가 그려지는 마법의 동화책을 준 것과 같은 그런 책은 아니겠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글은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종이 위에는 분명 영어와 한글이 있고.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유쾌해지고 싶었던 나는 그만 우울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