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쉽게 하기 - 기초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2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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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서 단단하게 다지고 그 다진 땅 위에 주춧돌을 놓아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얻는다. 이 책이 나아가는 순서다.

누구나 한번쯤은 4B연필을 들고 누군가가 보는 앞에서 멋들어진 스케치를 해 보길 꿈꾼다. 손목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연필선은 때로는 굵고 때로는 가늘게 그리고 진하고 흐리게를 반복하면서 한껏 뽑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손 쉽게 스케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텍스트와 예제 그림을 번갈아 가며 눈길을 주면서 때로는 나도 모르게 한쪽 손이 마치 4B연필을 쥐고 있는양 스케치의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그림의 구도와 각도를 잡아 가면서.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책에 시선을 꽂았다.

이 책의 부록격인 기초 드로잉 연습장을 빼면 65쪽의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수영 속성반에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숨쉬기와 발동작, 물속에서 구르기를 하고, 다음날은 키판 들고 발차기를 하면서 수영장 왕복 턴하기를 배우는 것과 같이, 이 책 역시 적게는 4쪽에서 많게는 8쪽으로 스케치의 기술적인 부분을 빠르게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케치를 하기 전에 버려야 할 것이 있음을 저자는 시종일관 강조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잘못된 옛 관념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세밀한 비판적 관찰을 뒤로 하고 실제와 다르게 사람의 머리를 크게 그린는 등의 자세는 관찰자적 스케치를 방해하고 실력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이는 어릴 적에나 있어야지 이성이 자리잡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존재한다면 그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케치 배우기를 포기하란다. 이해를 돋우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면 인물 스케치를 할 때 분명 모델은 장동건인데 결과물은 짱구인 것이다. 이해가 갈런지. 

동양화를 그리기 전에 선 연습을 많이 하고, 붓으로 글씨의 첫 자를 쓰기 전에 선 연습을 많이 하듯이 스케치 역시 선이 생명이니 선 연습이 필수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다양한 직선이 존재하고(왼쪽에서 시작되는 선,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선, 위에서 혹은 아래에서, 그리고 사선으로 시작되는 선), 다양한 곡선이 존재하고, 다양한 짧은 선이 존재하듯이 그 연습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어떤 사물을 놓고 스케치를 할 때 무수히 많은 선들이, 무수히 다양한 선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당연한 잔소리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역시 선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거듭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을 외면하고 당장 사람을 앞에 앉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스케치가 아닌 그냥 단순한 모양 혹은 형태로 존재하는 그림(?)으로 머무르는 사단을 방지하자는 차원이니 친절 그 자체의 저자인 것이다. 

이 책의 순서대로, 그리고 일러 주는 잔소리대로 한다면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스케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만큼 많은 양의 연습이 따라야만 나오는 결과이겠지만 이 책이 일러 주는 대로 한다면 가능하리라 본다. 쉬운 설명과 친절한 스케치 예제들이 한껏 이해를 돋워 주기 때문에. 

이 책을 접하고 고마움을 표한다면 구도와 각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단지 차이점이라면 나 같은 경우는 그림을 거의 다 그린 시점에서 구도가 나오고 각도는 그려가면서 나온다는 것이다. 구도와 각도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잡아야 함을 알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 같이 스케치에 기초는 없고, 유화 그림은 취미로 그리는 이들이 갖는 단점인 스케치할 때 그 어떤 방법으로 해도 선이 뭉게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대를 많이 한 것이 연필을 세워도 눕혀도 선이 뭉게지는 나 같은 사람들, 그리고 연필선이 선명하지 못하고 새로 막 깎은 연필로 스케치를 해도 선이 명확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팁이 없었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아무래도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술학원으로 가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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