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와 한.미 SOFA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엮음 / 두리미디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월드컵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며
4강 신화에 열광할지라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를 누비고
호프집에서 들뜬 맥주잔을 기울일지라도
그새 우리의 우방 미군 2사단의 장갑차가
친구집 가던 열다섯 효순이와 미선이를
갈갈이 찢고 지나가는 한
우리는 모두 찢긴 영혼들이다

유식하게 학문적으로 한미관계를 우려하거나
자식들에게 미국 시민권 쥐어주고 안심하든
세 살부터 영어를 가르치며 발버둥치든
어쨌든 말이다 십 년 전에도
스무 살 미군 케네스 마클이 우리의 누이 윤금이를
한반도의 아랫도리를 콜라병과 우산대로
쑤시고 다녔으니 그 상처
금세 잊고 마는 우린
어시장 하수구마냥 상한 영혼들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들먹이고
무역수지나 우방의 심기가 걱정인
정치인, 관료, 우국지사들이여
지난 해, 미군 2사단의 22900볼트 고압선에 감전되어
팔 다리 다 잘린 전동록씨에게 미군은
60만 원을 던져 주었다 그게 다였다

매향리에는 매화 향기 없고
미군 포탄이 산을 이루었는데 아직
반미(反美)
미군철수
깃발 세우지 못하고
사과하라 사과하라고 외치는 우리는
화약 내음 숯검뎅이 속이 타는
반신 불구의 영혼들이다


- eilee,「우리는 불구의 영혼들이다」

···

"부디 그대들이 상상할 수 있는 분노 그 이상의 힘으로 우릴 저주해 주오

우리에게 남겨진 生이 끝나는 날까지 그대들의 마지막을 망각하지 않도록

우리들은 그대들의 끝 간 데 없는 그 참혹한 낯빛으로 더 강해질 거라오"



2002. 12. 5.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여중생장갑차살인사건 무죄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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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조막만한 손자가 어여뻐도 고 작은 눈망울이 반짝여도

저는 우리 할머니 어디 탈이라도 나실까 그게 더 걱정이랍니다

할머니 그 주름진 눈으로 무얼 그리 즐거워 웃음꽃 피우셨나요

조막만한 손자 어루만지며 간 과거를 생각하시나요

아님 할머니가 못 계실 수도 있는 올 미래를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럴 때 가슴이 막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요

또 어떨 적에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워지기도 해요

할머니는 안 계시고 장성한 손자만 떡 하니 버티고 섰을 미래

지혜는 부재하고 부패하지 않는 지식만 그득 찬 냉장고가

사람은 없고 더는 사람이 필요없는 잿빛의 기계 기계들이

캄캄한 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을 거리와 거리 사이가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는 무서운 생각 쉬 헤어나질 못해요

할머니 그리 우리 곁에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아마 머잖아 필요로 할 순간이 오면 그리워만 질 테죠

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우리는 무엇을 찾아 누구를 위해 이만큼 흘러온 걸까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천국을 저만큼 앞에다 두고

오늘도 올 미래와 간 과거 사이에서 무서운 현재를 살 뿐이죠

미련할 만치 순해빠진 후배 녀석의 착한 손에 칼자루를 쥐게 한 세상

···

"미처 예상치도 못했던 김종철 先生과의 근접 재조우

막걸리 한잔으로 얼큰하게 익어가던 미더운 이야기들

세상은 아직 우리들의 우려만큼 아프기만 한 건지요"



2002. 11. 28.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우리시대 고전(4):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 著)]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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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
질베르 시누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예담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조금 늦습니다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꼭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모임장소에 들어가 처음 당신의 얼굴모습을 맞닥뜨리는 순간 저는 조금 실망을 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첫인상 때문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처음 나온

당신의 첫 번째 저작 책날개 앞에 오또카니 서있는 다부진 당신의 얼굴모습뿐입니다

당신의 얼굴모습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당신 역시도 누구처럼 너무 늙어버린 건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저 혼자 들릴 만큼의 한숨 한번 내쉬고 당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입니다

스무 해 동안 제 나라에서 젊은 벗들과 부대끼며 살지 못한 세월은 그러나 흐르지 않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으며 당신의 귀 기울임 또한 성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모습은 세월만큼 늙었지만 당신의 마음얼굴은 아직도 태양처럼 젊습니다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당신의 첫인상마냥 아직 당신은 여전히 눈부신 靑年의 모습입니다

자리를 함께 한 제 나라의 젊은 벗들도 그걸 아는지 하나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모습입니다

당신을 태우고 올라가야할 기차시간이 가까워 당신은 이제 그만 자리를 일어나야 합니다

운 좋게도 저는 당신을 기차역까지 태우고 갈 승용차에 당신과 함께 동승을 합니다

기차역까지 달려가는 길에 당신을 이번 모임에 초대한 제 나라의 젊은 벗 하나 당신에게 묻는데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글을 그리 잘 쓸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잘 쓰지 못한다고 손사래 치며 안경테를 매만지던 당신은 황석영 선생의 말씀이라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좋은 글은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쓰는 것도 아닌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석한 벗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네며 덧붙인 당신의 이런 말도 저는 썩 괜찮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하자" 바로 이십세기 최고의 맑시스트라는 그람시의 말입니다

···

"단 한번도 홍세화를 진심으로 바라본 적 없는 너희들의 생명 없는 비판을 나는 듣는다

그러나 나는 냉소한다 내가 본 홍세화는 여전히 튼튼하게 순결무구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한번도 젊은 적 없이 곧장 늙어버린 수많은 지식인들의 肖像을 응시한다"



2002. 11. 21.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시대와 비평(2):
『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역자 홍세화와의 대화]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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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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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대의 나이를 분명하게 나도 살았지만

그대만큼 치열하였는지 고통스러웠는지

분명하게 반성하고 각성하는 메마른 나

···

"스무살이 되면 나는 이 더러운 세상에 없을 거야

스물과 서른 그 어디메쯤 헤메이고 있을 맵고 당돌한 맹세

다시금 돌아가고프게 만드는 스물 이전의 삶이여"



2002. 11. 14.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베스트셀러 뒤집기(2):
『호밀밭의 파수꾼』(J.D. 샐린저 著)]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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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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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녕하세요 저는 화성에서 온 '화성 남자'랍니다

그럼 당신은 금성에서 오셨다는 '금성 여자'시군요

반갑습니다 그 동안 우리 서로 참 모르고 많이 다투었더랬지요

사실 우린 스스로가, 서로가 그간 '지구인'인 줄 알고 살았더랬잖아요

지구인이 지구인일 수 있는 기간은 아이일 때뿐인 거였는데 말이죠 지금껏

지구인이라 믿은 부모님 역시도 사실은 우리와 같은 화성 남자, 금성 여자셨으니

이상도 하지요 왜 화성엔 남자들만 사는지 금성엔 여자들만 사는지

암튼 지구라는 행성에 반쪽이 산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던가 봐요

그래서 그리 먼 길 당신, 금성 여자를 만나러 나, 화성 남자는 왔던가 봐요

내가 당신에겐 암말 않고 혼자 동굴 안으로 들어가 낑낑 고민한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알아주길 바래 봐요 그것은 마치

당신이 당신 고민을 내게 터놓고 이야기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요

당신의 이야기에 성의껏 귀기울이는 일이 당신을 기쁘게 한단 걸 내가 알려 노력하듯

내가 혼자 동굴 안에 있을 땐 조금만 더 지켜보고 이해하길 당신도 그래줬음 한단 거죠

당신과 나는 지금껏 다른 행성에서 살아온 다른 존재이니까요, 그 다름이 틀림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서로 다름 즐겁게 긍정하며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만나 어여쁜 지구 아이 만들어 가요

― 근데 많은 사람들이 많이도 읽었다는 베스트셀러 뒤집으래서 내 하나만 뒤집어 볼라는데

男性과 女性은 다르니 서로 이해하자는 '뻔한' 얘기를 이렇게 늘여서 쓸 필요 있었냐는 거지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며 길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쓰여진 데다 서툴기 짝이 없는 번역까지

···

"오늘 가지 못한 것까지 하면 벌써 한 달째 못 만난 것이 되네요, 그러니 더 그래요

오늘은 얼마나 많은 '외계 친구들'이 왔다가 저마다의 '별'로 사라졌나 궁금하다는 얘기죠

이상, 경산까지 한 번에 날아가지 못하고 대구에 머물고 만 '화성 남자'였습니다^^"



2002. 11. 7.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베스트셀러 뒤집기(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著)]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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