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조막만한 손자가 어여뻐도 고 작은 눈망울이 반짝여도

저는 우리 할머니 어디 탈이라도 나실까 그게 더 걱정이랍니다

할머니 그 주름진 눈으로 무얼 그리 즐거워 웃음꽃 피우셨나요

조막만한 손자 어루만지며 간 과거를 생각하시나요

아님 할머니가 못 계실 수도 있는 올 미래를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럴 때 가슴이 막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요

또 어떨 적에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워지기도 해요

할머니는 안 계시고 장성한 손자만 떡 하니 버티고 섰을 미래

지혜는 부재하고 부패하지 않는 지식만 그득 찬 냉장고가

사람은 없고 더는 사람이 필요없는 잿빛의 기계 기계들이

캄캄한 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을 거리와 거리 사이가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는 무서운 생각 쉬 헤어나질 못해요

할머니 그리 우리 곁에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아마 머잖아 필요로 할 순간이 오면 그리워만 질 테죠

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우리는 무엇을 찾아 누구를 위해 이만큼 흘러온 걸까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천국을 저만큼 앞에다 두고

오늘도 올 미래와 간 과거 사이에서 무서운 현재를 살 뿐이죠

미련할 만치 순해빠진 후배 녀석의 착한 손에 칼자루를 쥐게 한 세상

···

"미처 예상치도 못했던 김종철 先生과의 근접 재조우

막걸리 한잔으로 얼큰하게 익어가던 미더운 이야기들

세상은 아직 우리들의 우려만큼 아프기만 한 건지요"



2002. 11. 28.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우리시대 고전(4):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 著)] 後記



<웹습작실 "단상斷想, image, 어느 날의 나"> 구경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