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모르는 회사의 숨은 돈
송현채 지음 / 라온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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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소기업 CEO들이 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절세를 통해 견실한 회사로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담은 책이다. 대기업에는 경영전략본부, 기획조정실, 미래전략실과 같이 사회적, 정책적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장기적인 사업 방향 전략을 짜는 부서들이 있다. 또한 인사팀, 자금팀, 회계팀, 기획팀, 총무팀 등 각 업무에 필요한 전문 조직을 운영하면서 현안에 대응하고 회사를 관리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이러한 업무들을 CEO 혼자서 해내야 한다. 기업의 규모가 작더라도 각 분야별 업무는 모두 수행해야 하지만 인력과 자금은 부족하기에 결국 CEO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 회사의 대부분을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중소기업 CEO들에게 힘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어떻게 해야 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튼튼하게 키울 수 있는지 절세를 통한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중소기업 CEO들에게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세무, 법무, 노무, 영업, 자금, 특허, 인증 등 여러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CEO들은 혼자서 기술 개발, 생산, 마케팅, 영업, 자금조달, 총무관리, 인사관리 등 모든 걸 다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하겠다는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집중적으로 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과거에 하던 대로 한다는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예전에는 과거의 관례에 의거해서 어느 정도의 탈세는 습관처럼 해왔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탈세를 하다가 발각될 경우 평생 일구어온 사업체의 운명이 끝이 날 수 있다. 시대가 바뀐 만큼 탈세가 아닌 절세를 통해서 회사를 견실하게 가꾸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절세는 조세 회피와 탈세와는 차이가 있다. 절세는 세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 합리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세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을 통해 CEO가 직접 공부해서 절세해도 좋고 앞에서 말했듯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조세 회피는 우회 행위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으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세법상 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 탈세는 말 그대로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불법이며 발각되었을 경우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이후의 책 내용은 세금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중소기업 CEO들에게 소개한다. 정책 자금 우선 대상 기업 선정 방법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통한 법인세 감면, 법인 전환, 특허권 양도 시 절세 방안과 같은 방법들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개괄적인 내용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CEO가 어떻게 절세를 할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방법을 알려주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노무 관리와 과태료 관련 내용이었다. 절세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노동과 관련된 사무인 노무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과태료를 물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절세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을 잘 숙지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잘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또 다른 절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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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운영하는 여러 방법들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내용도 알차서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중소기업 CEO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다. 아버지가 숱한 사업을 했었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회사를 경영하느라 진땀 흘리는 중소기업 CEO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거라 추측한다. 그들이 회사를 경영할 때 겪는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낸 채 책 안에 다양하고 실용적인 방안들을 담은 것이 눈에 보여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자의 바람대로 앞으로는 경제 위기가 해소되어 전국의 중소기업 CEO들이 예전처럼 본인의 사업을 잘 진행시켜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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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다은 변호사가 설명하는 복잡한 법 말고, 진짜 성범죄 사건 - 개정판 복잡한 법 말고, 진짜 사건 시리즈
채다은 지음 / 지혜와지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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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여러 성범죄 사건들을 사례로 들어 상황에 따른 판결과 그 사유를 법리적 해석을 곁들여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 법과 관련된 책이면 설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은 사례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법과 관련된 내용들은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어서 읽기 수월했다. 또한 다루는 주제가 최근 들어 심각한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성범죄 사건이어서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주었던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활발히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성차별이 만연하던 과거의 인식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옛 생각은 버리고 성인지 감수성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법을 기준 삼아 성과 관련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남녀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법에 의해 특정 사건이 성범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와 같은 책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용어 정리 내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법과 관련된 서적들을 읽을 때면 늘 단어의 생소함 때문에 고생했었다. 또한 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단어들이 필수일 것이라는 생각에 꺼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명시된 용어의 뜻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처음 봤을 땐 더 많은 단어들의 뜻풀이를 해줘야 하지 않나 의문이 들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에 나오는 단어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어서 책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송치'라는 단어를 자주 듣기는 했으나 명확한 뜻을 몰랐는데 경찰이 검찰에게 사건을 넘기는 것을 송치라고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하나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처벌을 받는 억울한 상황도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모든 수사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준수하며 진행해야 한다. 유죄로 최종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유죄인지 무죄인지 모르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단정 짓고 수사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례에 나온 것처럼 준강간 혐의로 고소되었다면 자신의 억울할 경우 증거를 이용해서 해소하면 된다. 항거불능 상태에서 강간하였을 시 준강간 혐의가 적용되므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면 된다. 상대방의 합의가 있었음을 이후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증명이 된다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은 남녀 구분해서 적용하지 않으며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된다. 죄가 있으면 죗값을 치르면 되고 죄가 없으면 만반의 준비를 하여 억울함을 풀면 된다. 

다른 사건들보다도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 초기 때부터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서 첫 경찰 조사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은 다른 범죄들보다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첫 경찰 조사 때 진술했던 말들이 나중에 부메랑처럼 나에게로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대동하여 발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인이 완전히 무죄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거나 솔직하게 모든 내용을 진술하고 오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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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처음 놀라웠던 사실은 성범죄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성범죄 사건들이 많이 생겼으므로 우리 모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는 생각보다 억울한 성범죄 사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악한 마음을 가지고 죄를 저질렀다면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죄를 지을 생각이 없었고 실제로 한 행동도 범죄는 아님에도 오해를 사거나 상대방의 계략에 넘어가 졸지에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여럿 있었다. 이 경우에는 신속하게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성범죄의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려 노력해도 나도 모르게 엮일 수도 있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변호인의 조언을 구한 다음에 최소한의 피해만 생기게끔 노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막막함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bookmessenger 에게 책을 제공 받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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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농서 - 이름 없는 영웅들의 비밀 첩보 전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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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삼국 시대에 전장에서 명장들의 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수면 아래에서 몰래 움직이는 간첩들의 비밀 정보 전쟁을 다룬 첩보 소설이다. 위, 촉, 오나라가 자웅을 가리던 전쟁의 시대에 제갈량이 천하를 향해 출사표를 던지고 북벌하는 동안 서로의 적국에 잠입하여 정보를 캐내려는 간첩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삼국지를 통해 알고 있던 영웅들은 대부분 잠들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제갈량이 한나라의 부흥을 이루고자 촉나라의 군대를 가지고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항상 전장에서 싸우는 장수들만 기억해왔었다. 그러나 전쟁은 전장에서 전투만 한다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정보가 중요하다. 적국의 정보를 사전에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전투에서 이기고 최종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간첩들과 이들을 잡아내고자 하는 수사 부대 간의 지략 싸움을 다루었다.

소설의 초반부에 나오는 촉나라 고정간첩의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했다. '진공'은 위나라에 파견된 촉나라 고정간첩으로서 오랜 세월 위나라 천수군 태수부의 주기로 위장 근무해왔다. 위나라에 숨어 있는 많은 촉나라 간첩들이 색출되었으나 진공을 비롯한 몇 명만 간신히 들키지 않고 살아남아 지금까지 위나라 정보를 캐내서 촉나라로 보내 주고 있었다. 진공은 위나라 군대의 많은 정보를 알아낸 다른 촉나라 고정간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 비밀리에 접선하려 한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위나라 장수 '곽강'은 그들의 접선 장소를 알아내어 두 간첩이 만나는 즉시 그 장소를 덮쳐서 일망타진하고자 한다. 촉나라 간첩을 쫓는 위나라 군대의 추적 전술과 접선 장소에서 펼쳐지는 상호 간의 심리 싸움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상당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조국을 위해 첩보 수집을 하는 것과 그 첩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고자 하는 것 둘 다 보통의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으로 조국을 위하여 싸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알게 되자 대단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첩보를 둘러싼 전쟁은 촉나라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위나라 간첩을 색출하고 첩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순후'는 낙천적이고 온화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업무를 추진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결단력 있고 담대하게 진행했다. 촉나라에 위나라 간첩이 파견되었으며 촉나라의 비대칭 전력 기술인 노기(여러 대의 화살을 연달아 쏠 수 있는 발사 장치) 제작법을 훔쳐 가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순후'는 본인의 지략을 최대한 활용하여 집요하게 위나라 간첩을 추적한다. 또한 본인보다 상관인 간첩을 색출하는 정안사의 지휘관과 촉나라 군대를 이끄는 군 지휘관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여 조국을 위한다는 같은 목표로 나아가게끔 정치 활동도 능숙하게 수행했다. 

간첩을 색출하는 부대인 '정안사'와 촉나라에 잠입한 위나라 간첩 '미충'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가장 큰 볼거리였다. 정안사의 추적 기술도 매우 뛰어났으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충의 탈출 기술은 정안사를 능가했다. 단순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탈출하는 와중에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간첩의 임무를 진정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간첩들을 무슨 수를 써서든 잡아내려 하고 설사 간첩을 놓쳤다 해도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막고자 최선을 다하는 정안사 부대원들의 모습 속에서도 그들의 임무에 진심인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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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서평 하는 것은 참으로 난처하고 힘들다. 소설은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내용이 공개되면 그 재미가 반감되기에 내용이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글을 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들을 소개하고 싶은데 소개하면 소개할수록 읽는 독자들은 소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소설 전체의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삼국지를 좋아했고 첩보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정말로 추천한다. 삼국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지략 싸움과 첩보 전쟁을 손에 땀을 쥐며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이후의 전쟁과 간첩 이야기를 재미나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를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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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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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백영옥 작가의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 삶의 이야기들을 따듯하고 다정한 위로의 문장들로 써 내려간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가 청춘의 시간을 겪어오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덤덤하게 그리고 유려하게 풀어낸다. 그간 지녀왔던 단상들을 삶의 이야기에 곁들여서 수려한 문체로 나타낸다. 삶이란 매우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성공적인 삶이더라도 본인에게는 실패한 삶일 수 있다. 멀리서 봤을 땐 괜찮아 보일지라도 가까이서 함께 겪어보면 매 순간이 고통일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저자는 본인의 삶을 매우 주관적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바라본다. 성공이나 꿈의 달성 여부는 상관없다. 그저 과거의 아픔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러한 삶 속에서 깨달은 바를 길잡이 삼아서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저자의 청춘은 스러졌다. 서서히 희미해지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들고양이처럼 빠르게 지나가서 스러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두렵고 힘들었기에 빨리 사라지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청춘은 아픔의 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청춘의 시절이 그립지 않을까? 아픔이 함께 했기에 상처가 치유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젊음이란 무기와 함께 청춘의 시간을 헤쳐나갔기에 무섭지만 무서울 게 없었을 것이다. 용기와 두려움이 공존하던 그 시절, 아프고 두려웠던 그 시절은 돌이켜 보니 치유와 용기가 함께 했던 순간들이었고 그 시절들이 모여서 청춘이 되었다. 청춘은 더 이상 돌아가고픈 과거가 아니기에 현재의 내가 좋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만족스러운 현재를 살고 있는 나지만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된다. 뒤돌아 보면 저 멀리 보이는 과거의 나들이 모이고 모여서 현재의 내가 되었기 때문일까? 과거의 내가 살아왔던 청춘의 시절들은 그래서 더욱 그리운가 보다.

글을 읽다 보니 그립기만 했던 나의 청춘에 후회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저자의 글 쓰는 삶을 동경해서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책을 좋아했고 소설에 푹 빠진 채 청소년기를 보내왔으나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은 가슴 깊이 묻어두고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청춘을 흘려보냈다. 현실의 벽은 높디높다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면서 그랬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저자의 청춘이 달리 보였다. 저자 본인은 스러졌다고 여기는 저자의 청춘이 나는 왜 이리도 부럽고 경험해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작가가 되기까지 힘들고 두려움의 연속이었던 저자의 삶이 그저 멋있어 보이고 한편으론 나는 왜 저러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나의 청춘에 대한 회환이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나에게 후회가 덕지덕지 묻기 시작했다. 후회와 회한으로 얼룩진 과거의 나들이 모이고 모여서 완성된 현재의 나는 이제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쁘게 얘기하면 과거에 대한 후회가 생긴 것이고 좋게 얘기하면 남들은 늦었다고 여길 지금 이 순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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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일상과 단상과 감성이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니 웃음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다가도 한 쪽 가슴이 시렸다. 작가로서의 삶을 읽어보니 동경하는 마음에 가슴이 시렸다. 매 순간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깊고 감성의 표현이 너무나도 수려해서 더욱 그랬다. 나도 저자와 같은 청춘을 보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겨 하는 나의 온전한 모습을 성찰하고 나서 나아가는 청춘을 보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 그러나 그러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에 갇혀 살아야 할까?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하고픈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하면 된다. 그러면 후회는 사라지고 삶은 행복해지리라.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지금처럼 말이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책을 무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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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 - 내 안의 잠든 사유를 깨우는
정인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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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름을 이끌어내는 아티스트의 통찰력을 살펴보는 책이다. 집요한 관찰을 통해 다른 이들은 찾지 못하는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이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는 아티스트의 삶을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동서양의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조각, 사진, 행위 예술 등 다양한 작품을 바탕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아티스트의 통찰력, 즉 인사이트는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저자는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개의 주제를 통해 아티스트의 인사이트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준다.

첫 번째 주제인 '관찰'은 창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집요한 관찰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미세한 변화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느끼면서 '진짜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관찰의 자세를 보여준 아티스트는 클로드 모네였다. 그는 무한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리기 위해 정원의 연못을 바라보며 수련과 연못에 비치는 자연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림을 그렸다. 양쪽 눈에 백내장 진단을 받고 시력이 약해져 2번의 수술을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원 연못의 인상을 표현했다. 수련과 연못을 그린 여러 그림을 보면 그가 얼마나 미묘한 변화까지 관찰하여 빛과 자연을 그림 속에 담고자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서 경이로울 정도였다. 자연과 하나 되어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한 모네의 간절한 마음이 그림에서 나타나서 보는 나도 절로 숙연해졌다.

두 번째 주제인 '성찰'에서는 삶의 전체에서 내면의 진실을 지향하는 아티스트들의 성찰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내면의 진실을 추구해야 함을 알려주는 주제다. 이 주제에서는 자신을 온전히 성찰하지 못해 비극적인 삶을 맞이한 프라고나르의 그림과 삶이 눈에 띄었다. 그의 대표작인 '그네'는 남작의 주문으로 그렸는데 남작의 요청사항에 관능미와 경쾌함까지 더해서 당시 귀족 계급의 타락한 연애관과 퇴폐적이고 경박한 귀족층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그림을 탄생 시켰다. 그러나 프라고나르의 그림은 프랑스 혁명 이후 시대에 뒤떨어진 저급한 미술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후원자들이 사라지자 가난에 시달렸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그만의 경쾌함을 지닌 그림을 꾸준히 그렸다면 자신만의 세계관을 인정받아 계속 승승장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도덕한 권력자의 취향에 재능을 바쳤고 그 최후는 비참했다. 타인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세 번째 주제인 '창조'에서는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예술을 창조해나가며 파괴적 혁신을 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원근법을 없애거나 현실 세계를 낯설고 신비로운 세계로 그려내는 등 당연함과 불문율을 과감히 파괴함으로써 그들만의 예술을 창조해낸다. 아티스트들의 창조 사례 중 가장 창의적이라 느꼈던 작품은 '4분 33초'라는 음악이었다. 이 음악은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다. 악보에는 조용히(Tacet)라는 글만 적혀 있다. 음악은 연주되지 않지만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기침하거나 잡담하는 소리, 건물 밖의 바람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등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모아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고자 한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을 담아 창조해낸 아티스트의 창의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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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제인 '발견'은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티스트만의 창조로 이루어진 작품을 발견하고, 예술을 통해 아티스트 본인의 취약점을 발견한 뒤 혁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는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차이를 발견한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관객들도 그 작품을 통해 아티스트와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느낀다. 이처럼 예술은 관련된 모두가 각자의 발견을 하면서 본연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여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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