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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은 백영옥 작가의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 삶의 이야기들을 따듯하고 다정한 위로의 문장들로 써 내려간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가 청춘의 시간을 겪어오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덤덤하게 그리고 유려하게 풀어낸다. 그간 지녀왔던 단상들을 삶의 이야기에 곁들여서 수려한 문체로 나타낸다. 삶이란 매우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성공적인 삶이더라도 본인에게는 실패한 삶일 수 있다. 멀리서 봤을 땐 괜찮아 보일지라도 가까이서 함께 겪어보면 매 순간이 고통일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저자는 본인의 삶을 매우 주관적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바라본다. 성공이나 꿈의 달성 여부는 상관없다. 그저 과거의 아픔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러한 삶 속에서 깨달은 바를 길잡이 삼아서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저자의 청춘은 스러졌다. 서서히 희미해지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들고양이처럼 빠르게 지나가서 스러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두렵고 힘들었기에 빨리 사라지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청춘은 아픔의 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청춘의 시절이 그립지 않을까? 아픔이 함께 했기에 상처가 치유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젊음이란 무기와 함께 청춘의 시간을 헤쳐나갔기에 무섭지만 무서울 게 없었을 것이다. 용기와 두려움이 공존하던 그 시절, 아프고 두려웠던 그 시절은 돌이켜 보니 치유와 용기가 함께 했던 순간들이었고 그 시절들이 모여서 청춘이 되었다. 청춘은 더 이상 돌아가고픈 과거가 아니기에 현재의 내가 좋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만족스러운 현재를 살고 있는 나지만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된다. 뒤돌아 보면 저 멀리 보이는 과거의 나들이 모이고 모여서 현재의 내가 되었기 때문일까? 과거의 내가 살아왔던 청춘의 시절들은 그래서 더욱 그리운가 보다.
글을 읽다 보니 그립기만 했던 나의 청춘에 후회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저자의 글 쓰는 삶을 동경해서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책을 좋아했고 소설에 푹 빠진 채 청소년기를 보내왔으나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은 가슴 깊이 묻어두고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청춘을 흘려보냈다. 현실의 벽은 높디높다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면서 그랬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저자의 청춘이 달리 보였다. 저자 본인은 스러졌다고 여기는 저자의 청춘이 나는 왜 이리도 부럽고 경험해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작가가 되기까지 힘들고 두려움의 연속이었던 저자의 삶이 그저 멋있어 보이고 한편으론 나는 왜 저러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나의 청춘에 대한 회환이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나에게 후회가 덕지덕지 묻기 시작했다. 후회와 회한으로 얼룩진 과거의 나들이 모이고 모여서 완성된 현재의 나는 이제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쁘게 얘기하면 과거에 대한 후회가 생긴 것이고 좋게 얘기하면 남들은 늦었다고 여길 지금 이 순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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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일상과 단상과 감성이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니 웃음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다가도 한 쪽 가슴이 시렸다. 작가로서의 삶을 읽어보니 동경하는 마음에 가슴이 시렸다. 매 순간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깊고 감성의 표현이 너무나도 수려해서 더욱 그랬다. 나도 저자와 같은 청춘을 보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겨 하는 나의 온전한 모습을 성찰하고 나서 나아가는 청춘을 보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 그러나 그러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에 갇혀 살아야 할까?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하고픈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하면 된다. 그러면 후회는 사라지고 삶은 행복해지리라.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지금처럼 말이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책을 무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