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코 이야기
김민정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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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에 의해 끌려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칠십 년의 세월을 캄보디아에 살면서 한국의 가족을 찾으려 했던 훈 할머니의 실제 사연을 모티브로 하여 글로 쓴 소설이다. 1930년대부터 1945년 일본이 패전하기까지 일본군은 '군대 위안소'를 설치하여 점령지와 식민지 여성들을 성 노예로 동원한다. 일본은 아직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거짓말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벌 수 있다며 거짓말로 꾀어내는 취업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강제로 여성들을 끌고 가는 등 인간으로서 도저히 하기 힘든 행동들이 아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망상 아래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다. 이 소설은 일본군에 의해 캄보디아로 끌려가서 일본군 위안부로 살며 고통을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캄보디아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착취 당하며 살아가다 일본의 패전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동생을 캄보디아에 두고 온 언니가 칠십 년 후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과 방송국 관계자들이 언니인 분이 할머니를 모시고 캄보디아에 와서 분이 할머니의 동생분을 찾는 여정을 동행하며 촬영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로 온 할머니는 아무리 칠십 년 만에 왔어도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살아나며 괴로울 것이다. 우리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고통이 영구적으로 남아 있기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고 기분을 잘 헤아려야 하지만 할머니와 동행하는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각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할머니의 의중보다는 성과와 결과물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들은 보기 불편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나도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할 수 있었다.

악마 같은 일본군들의 행동은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들은 목숨이 걸려 있는 전쟁 앞에서 제정신일 사람은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는 진짜 변명이다. 이 전쟁이 일본의 범죄로 시작된 무의미한 전쟁이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일본군은 애써 외면한다. 국가의 명령을 따른다는 핑계를 삼아 전쟁을 치르고 전쟁 중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갖 악행들을 저질렀다. 그렇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 회상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소설의 묘사도 이토록 참혹한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큰 고통을 겪었을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아마 평생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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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년 만의 상봉에서 할머니 두 분은 서로를 언니와 동생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이라도 가족을 만나고 고향을 다시 방문해서 지난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소설과 함께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시민들의 관심이 하나둘씩 모여야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일본을 조금이라도 압박할 수 있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낫게 할 수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이 진심 어린 반성을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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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 고급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특허등록) 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고광철 지음, 김두식 감수 / 제네시스에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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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 문장의 구조와 원리를 학습하는 책이다. 기존의 5형식에 의거한 가르침에서 벗어나 '문장 마디'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영어 문장을 분석한다. 문장을 문장 마디로 나누어 주어, 서술어, 보충어(목적어, 보어), 수식어를 찾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문장 마디별로 '대표 품사', '품사 덩어리', '이야기 구성', '6하 원칙', '힘의 이동 방식' 등 저자가 특허받은 방법들을 적용하여 영어 문장의 어순 및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이 책의 앞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은 의심이었다. 물론 나는 여러 영어 공부 방식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영어를 정복하는데 실패했다. 실패한 사람이 할 말은 없지만 꼴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해봤다는 생각에 이 책의 영어 공부 방식도 다른 책들과 별반 다를 게 없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앞에서 언급한 설명들이 이해가 안 됐다. 품사는 알지만 '대표 품사'는 뭐고 '품사 덩어리'는 또 무엇인가. '힘의 이동 방식'은 예전 문법책에서 한 번 본 적 있긴 했지만 체득하지는 못했었다. 이때는 저자의 영어 공부 방식이 좋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의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방식대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은 채 How to study 부분을 보면 처음엔 이해가 잘 안된다. 이 부분은 사실 아쉬운 점이다. 공부를 한 다음에 읽으면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는지 알 수 있는데 공부를 하기 전에 읽으니 갑자기 처음 보는 단어들 때문에 이해가 잘 안되고 어떻게 공부를 하라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예를 들어 1번에 있는 '0~5까지의 문장 마디 및 문장 매듭'이란 말은 공부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2번에서 품사별로 정해진 자리가 있으니 익히라는 말도 감이 잘 안 잡혔고 5번에 영어 구문 지도가 무슨 말인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읽는 부분인 만큼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다음에 소개할 학습 가이드 다음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학습 가이드는 영어 구문, 문장 구성요소, 문장 마디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영어 공부 방식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에 여기서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책의 끝까지 저자가 해주는 설명은 정말로 자세하다. 새로운 개념을 익혀야 하는 어려움을 저자도 알기에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다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5형식의 개념은 잠시 버려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에는 원래 알고 있던 지식과 상충될 수 있는데 설명을 읽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 반복적으로 구문 분석 연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문장 마디에 따른 대표 품사에 대해 공부하며 구문을 분석하는 법을 반복 숙달한다. 설명 중 참 친절하다고 느낀 점은 '명사는 1/3/5 마디의 대표 품사 역할을 한다'라는 문장 옆에 12쪽을 참조하라고 덧붙인 저자의 한 마디였다. 학습 가이드를 열심히 읽고 왔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새로운 단어를 보니 다시 어색하고 무슨 뜻인지 긴가민가한데 이렇게 어딜 보면 알 수 있으니 다시 확인하라는 저자의 말 덕분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있는 Further study가 상당히 유익했다. 이 책의 새로운 영어 공부 방식부터 평소에 영어를 공부하며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들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림을 곁들여서 설명해 주는데 이 그림이 핵심을 잘 짚어주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장 마디별 품사에 대한 깊은 공부와 반복 숙달을 다 끝내고 나면 마지막에 Q&A 파트가 나온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진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답이 자세히 있어서 학습 가이드 이상으로 도움이 되었다. 그렇기에 Q&A 파트가 책의 맨 뒤가 아닌 학습 가이드 다음 순서에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문장 마디와 문장 5형식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었는데 이 내용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많은 독자들이 당연히 궁금해할 내용이기에 책의 서두에서 미리 설명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잉글 맵 고급편은 문장을 매듭짓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절이나 구를 관계대명사와 같은 접속사를 이용해서 다른 단어를 꾸미는 것에 대한 설명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본편에서 문장을 마디로 끊어서 분석하는 연습을 했다면 고급편에서는 문장 사이사이에 매듭을 묶어서 수식하고 꾸미는 연습을 한다. 이 방식 또한 평소에 긴 영어 문장 해석을 정말로 어려워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기존에 가졌던 상식 자체를 깨부수고 새롭고 신선하고 그리고 좋은 개념을 습득한 기분이다. 자세한 방법이 궁금하다면 잉글 맵 기본편과 고급편을 통해서 영어 공부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지금까지 영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많은 이들이 큰 깨달음과 실질적인 유익함을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단점들은 어찌 보면 책 구성에 대한 지적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내용은 아직까지는 흠잡을 구석이 전혀 안 보일 정도로 좋은 영어 공부법이라 생각하기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bookmessenger 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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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철 지음, 김두식 감수 / 제네시스에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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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 문장의 구조와 원리를 학습하는 책이다. 기존의 5형식에 의거한 가르침에서 벗어나 '문장 마디'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영어 문장을 분석한다. 문장을 문장 마디로 나누어 주어, 서술어, 보충어(목적어, 보어), 수식어를 찾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문장 마디별로 '대표 품사', '품사 덩어리', '이야기 구성', '6하 원칙', '힘의 이동 방식' 등 저자가 특허받은 방법들을 적용하여 영어 문장의 어순 및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이 책의 앞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은 의심이었다. 물론 나는 여러 영어 공부 방식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영어를 정복하는데 실패했다. 실패한 사람이 할 말은 없지만 꼴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해봤다는 생각에 이 책의 영어 공부 방식도 다른 책들과 별반 다를 게 없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앞에서 언급한 설명들이 이해가 안 됐다. 품사는 알지만 '대표 품사'는 뭐고 '품사 덩어리'는 또 무엇인가. '힘의 이동 방식'은 예전 문법책에서 한 번 본 적 있긴 했지만 체득하지는 못했었다. 이때는 저자의 영어 공부 방식이 좋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의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방식대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은 채 How to study 부분을 보면 처음엔 이해가 잘 안된다. 이 부분은 사실 아쉬운 점이다. 공부를 한 다음에 읽으면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는지 알 수 있는데 공부를 하기 전에 읽으니 갑자기 처음 보는 단어들 때문에 이해가 잘 안되고 어떻게 공부를 하라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예를 들어 1번에 있는 '0~5까지의 문장 마디 및 문장 매듭'이란 말은 공부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2번에서 품사별로 정해진 자리가 있으니 익히라는 말도 감이 잘 안 잡혔고 5번에 영어 구문 지도가 무슨 말인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읽는 부분인 만큼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다음에 소개할 학습 가이드 다음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학습 가이드는 영어 구문, 문장 구성요소, 문장 마디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영어 공부 방식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에 여기서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책의 끝까지 저자가 해주는 설명은 정말로 자세하다. 새로운 개념을 익혀야 하는 어려움을 저자도 알기에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다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5형식의 개념은 잠시 버려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에는 원래 알고 있던 지식과 상충될 수 있는데 설명을 읽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 반복적으로 구문 분석 연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문장 마디에 따른 대표 품사에 대해 공부하며 구문을 분석하는 법을 반복 숙달한다. 설명 중 참 친절하다고 느낀 점은 '명사는 1/3/5 마디의 대표 품사 역할을 한다'라는 문장 옆에 12쪽을 참조하라고 덧붙인 저자의 한 마디였다. 학습 가이드를 열심히 읽고 왔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새로운 단어를 보니 다시 어색하고 무슨 뜻인지 긴가민가한데 이렇게 어딜 보면 알 수 있으니 다시 확인하라는 저자의 말 덕분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있는 Further study가 상당히 유익했다. 이 책의 새로운 영어 공부 방식부터 평소에 영어를 공부하며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들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림을 곁들여서 설명해 주는데 이 그림이 핵심을 잘 짚어주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장 마디별 품사에 대한 깊은 공부와 반복 숙달을 다 끝내고 나면 마지막에 Q&A 파트가 나온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진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답이 자세히 있어서 학습 가이드 이상으로 도움이 되었다. 그렇기에 Q&A 파트가 책의 맨 뒤가 아닌 학습 가이드 다음 순서에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문장 마디와 문장 5형식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었는데 이 내용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많은 독자들이 당연히 궁금해할 내용이기에 책의 서두에서 미리 설명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잉글 맵 고급편은 문장을 매듭짓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절이나 구를 관계대명사와 같은 접속사를 이용해서 다른 단어를 꾸미는 것에 대한 설명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본편에서 문장을 마디로 끊어서 분석하는 연습을 했다면 고급편에서는 문장 사이사이에 매듭을 묶어서 수식하고 꾸미는 연습을 한다. 이 방식 또한 평소에 긴 영어 문장 해석을 정말로 어려워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기존에 가졌던 상식 자체를 깨부수고 새롭고 신선하고 그리고 좋은 개념을 습득한 기분이다. 자세한 방법이 궁금하다면 잉글 맵 기본편과 고급편을 통해서 영어 공부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지금까지 영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많은 이들이 큰 깨달음과 실질적인 유익함을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단점들은 어찌 보면 책 구성에 대한 지적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내용은 아직까지는 흠잡을 구석이 전혀 안 보일 정도로 좋은 영어 공부법이라 생각하기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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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도착했다 - 김수정 소설
김수정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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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기억이 '도착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기억이 도착했다'라는 소설과 글을 쓰지 못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 작가와 그의 꿈을 먹고 사는 미지의 존재의 이야기인 '꿈을 꾸지 않는 남자'라는 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기억이 도착했다'는 중편 소설에 가깝고 '꿈을 꾸지 않는 남자'는 단편 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상의 사건들과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꿈을 꾸지 않는 남자'는 SF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감정 묘사가 탁월해서 어색함 없이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SF 소설은 꽤 읽어봤는데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소재여서 속으로 감탄하면서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단편 소설이어서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 것 같아 오늘은 '기억이 도착한다'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려 한다.

기억이 도착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억은 수동적인 의미로 난다고 볼 수 있고 능동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인데 기억이 도착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낸 것을 받았다는 뜻인가? 사람이 아닌 어떤 존재로부터 기억을 받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나에게 기억을 주면 내가 그것을 받는 개념인가? 그렇다면 이건 그냥 기억이 나는 상황이랑 표면적으로 차이가 없는 거잖아. 어찌 보면 제목에 불과하지만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고민을 했었다. 

소설의 화자인 '한아영'이 말하는 기억이 도착했다는 의미는 그녀의 이야기와 감정에 몰입하여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 기억이 도착했다는 의미가 무엇이고 경험과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어떠한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언제나 느끼는 점이지만 소설의 내용은 이야기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어 재미를 반감시키므로 서평 쓰기가 참 곤란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착하는 기억들로 인해 힘들고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으나 나는 불편을 겪고 있는 화자가 아니기에 어느새 그녀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기억이 도착한다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색다른 변화가 생길까? 등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었다.

소설이 다루는 신선한 소재와는 반대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과 화자의 감정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주인공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거리감, 친근함과 같은 감정 묘사는 상세하면서도 흥미로웠다. 특히 사랑하는 감정은 그 어떤 마음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사랑은 만국 공통어라고도 한다. 다른 사회에서 살아왔고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 간에도 하나로 묶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소중하면서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슴 깊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주인공의 사랑, 주인공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면서 이후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마치 내가 느끼는듯한 공감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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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만 나타나는 기억이 도착하는 현상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경험하기 힘든 사건들이 주인공에게 발생한다. 일반인이면 그냥 놓쳤을 순간들을 주인공은 도착한 기억을 토대로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도착하는 기억이 아닌 '사람과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이 나에게 도착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수단이었다. 이야기의 끝은 사랑이었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도 사랑과 함께다. 그렇기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싹트는 사랑이 가장 소중한 마음이자 중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는 다른 신선하고도 감동이 있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속에서 빛나는 사랑이란 소중한 감정을 발견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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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대리의 한식탐험 - 내가 궁금해서 찾아 본 생활 속 우리 음식 이야기
솜대리 지음 / 올라(HOLA)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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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배고프니 밥을 챙겨 먹는 느낌이 강했다. 독신자 숙소에 거주할 때라 음식을 조리할 수 없어서 밖에서 사 먹고 들어가거나 배달을 시켜 먹었다. 친구 또는 직장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었으나 그때뿐이었다. 음식이 내 삶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니 음식이라는 존재가 아주 크게 다가왔다. 매일 점심과 저녁을 같이 준비해서 먹어야 하므로 오늘은 어떤 음식을 할지 아내와 같이 고민했다. 된장찌개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아내가 육수를 우려내는 동안 나는 옆에서 채소들을 물로 씻어서 아내에게 준다. 아내가 채소, 두부 등 여러 재료들을 먹기 좋게 썰어서 냄비에 넣은 뒤 된장찌개를 끓이는 동안 나는 수저를 놓고 요리 도중 사용한 그릇들을 설거지한다. 이렇게 같이 요리를 한 다음 음식을 먹으니 더욱 맛있고 뿌듯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아내와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특히 내가 직접 만든 김치볶음밥을 아내가 먹고 행복해할 때 나도 정말 기뻤다. 음식으로 부부가 하나 되는 느낌은 생각보다 즐거웠고, 이를 계기로 우리가 같이 요리하는 음식들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한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왜 이 음식의 이름은 이렇게 불릴까? 저 음식의 언제 어떻게 처음 만들어진 것일까? 어떤 방법으로 먹으면 더 맛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한식에 관한 궁금증들을 한데 모아 풀어 나가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떡볶이, 짜장면, 치맥과 같이 한식인 듯 한식이 아닌 것 같은 한식들부터 시작해서 불고기, 된장찌개와 같은 진짜 한식들, 한식과 관련된 세계 음식까지 여러 음식들을 다룬다. 이 책은 음식을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음식의 탄생 배경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 등 음식 자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더불어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꾸러 팁들을 담고 있다.

결혼 전보다 결혼하고 나서 훨씬 많이 먹게 된 음식 1위는 '떡볶이'다. 아내가 떡볶이를 좋아해서 일반적인 국물 떡볶이부터 짜장 떡볶이, 로제 떡볶이, 궁중 떡볶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 하면 붉은 양념만 있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쌀떡과 밀떡의 차이도 결혼하고 나서 알았다. 예전에는 쌀떡과 밀떡의 큰 차이를 모른 채 그냥 먹었었는데 식감과 양념 맛의 차이를 알고 먹으니 확실히 그 차이가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떡볶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잘 알려준다. 떡을 볶는 방식으로 요리하지 않는데 왜 떡볶이라고 하는지 역사와 함께 알아가니 흥미로웠다.

오뎅을 어묵으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들어왔다.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를 써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포인트가 있었다. 어묵이 한국말이고 어묵으로 부르는 것이 맞긴 맞으나 오뎅이란 단어는 어묵이 아니라 어묵탕을 뜻하는 단어란 사실이다. 어묵의 일본말은 '가마보코'이고 가마보코를 끓인 탕을 '오뎅'이라고 한다. '어묵'과 어묵을 끓인 '어묵탕'이 6.25 전쟁 때 부산에서 피난민들에게 식량으로 제공되면서 우리 먹거리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부산이 한국 어묵의 수도가 된 사실을 알고 나니 내 고향 부산에서 많은 어묵을 먹었던 추억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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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한 음식들 같이 한식 같지 않은 한식뿐만 아니라 진짜 한식들과 세계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먹을 때는 별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에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접하고 나니 이제는 달리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고 먹었을 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중간중간에 있는 팁들은 실질적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정말 꿀팁이었다. 평소에 먹는 음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궁금하거나 한식을 더욱 맛있게 먹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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