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도착했다 - 김수정 소설
김수정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기억이 '도착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기억이 도착했다'라는 소설과 글을 쓰지 못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 작가와 그의 꿈을 먹고 사는 미지의 존재의 이야기인 '꿈을 꾸지 않는 남자'라는 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기억이 도착했다'는 중편 소설에 가깝고 '꿈을 꾸지 않는 남자'는 단편 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상의 사건들과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꿈을 꾸지 않는 남자'는 SF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감정 묘사가 탁월해서 어색함 없이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SF 소설은 꽤 읽어봤는데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소재여서 속으로 감탄하면서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단편 소설이어서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 것 같아 오늘은 '기억이 도착한다'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려 한다.

기억이 도착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억은 수동적인 의미로 난다고 볼 수 있고 능동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인데 기억이 도착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낸 것을 받았다는 뜻인가? 사람이 아닌 어떤 존재로부터 기억을 받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나에게 기억을 주면 내가 그것을 받는 개념인가? 그렇다면 이건 그냥 기억이 나는 상황이랑 표면적으로 차이가 없는 거잖아. 어찌 보면 제목에 불과하지만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고민을 했었다. 

소설의 화자인 '한아영'이 말하는 기억이 도착했다는 의미는 그녀의 이야기와 감정에 몰입하여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 기억이 도착했다는 의미가 무엇이고 경험과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어떠한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언제나 느끼는 점이지만 소설의 내용은 이야기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어 재미를 반감시키므로 서평 쓰기가 참 곤란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착하는 기억들로 인해 힘들고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으나 나는 불편을 겪고 있는 화자가 아니기에 어느새 그녀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기억이 도착한다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색다른 변화가 생길까? 등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었다.

소설이 다루는 신선한 소재와는 반대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과 화자의 감정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주인공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거리감, 친근함과 같은 감정 묘사는 상세하면서도 흥미로웠다. 특히 사랑하는 감정은 그 어떤 마음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사랑은 만국 공통어라고도 한다. 다른 사회에서 살아왔고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 간에도 하나로 묶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소중하면서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슴 깊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주인공의 사랑, 주인공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면서 이후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마치 내가 느끼는듯한 공감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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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만 나타나는 기억이 도착하는 현상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경험하기 힘든 사건들이 주인공에게 발생한다. 일반인이면 그냥 놓쳤을 순간들을 주인공은 도착한 기억을 토대로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도착하는 기억이 아닌 '사람과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이 나에게 도착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수단이었다. 이야기의 끝은 사랑이었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도 사랑과 함께다. 그렇기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싹트는 사랑이 가장 소중한 마음이자 중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는 다른 신선하고도 감동이 있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속에서 빛나는 사랑이란 소중한 감정을 발견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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