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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 이야기
김민정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에 의해 끌려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칠십 년의 세월을 캄보디아에 살면서 한국의 가족을 찾으려 했던 훈 할머니의 실제 사연을 모티브로 하여 글로 쓴 소설이다. 1930년대부터 1945년 일본이 패전하기까지 일본군은 '군대 위안소'를 설치하여 점령지와 식민지 여성들을 성 노예로 동원한다. 일본은 아직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거짓말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벌 수 있다며 거짓말로 꾀어내는 취업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강제로 여성들을 끌고 가는 등 인간으로서 도저히 하기 힘든 행동들이 아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망상 아래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다. 이 소설은 일본군에 의해 캄보디아로 끌려가서 일본군 위안부로 살며 고통을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캄보디아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착취 당하며 살아가다 일본의 패전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동생을 캄보디아에 두고 온 언니가 칠십 년 후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과 방송국 관계자들이 언니인 분이 할머니를 모시고 캄보디아에 와서 분이 할머니의 동생분을 찾는 여정을 동행하며 촬영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로 온 할머니는 아무리 칠십 년 만에 왔어도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살아나며 괴로울 것이다. 우리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고통이 영구적으로 남아 있기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고 기분을 잘 헤아려야 하지만 할머니와 동행하는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각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할머니의 의중보다는 성과와 결과물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들은 보기 불편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나도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할 수 있었다.
악마 같은 일본군들의 행동은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들은 목숨이 걸려 있는 전쟁 앞에서 제정신일 사람은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는 진짜 변명이다. 이 전쟁이 일본의 범죄로 시작된 무의미한 전쟁이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일본군은 애써 외면한다. 국가의 명령을 따른다는 핑계를 삼아 전쟁을 치르고 전쟁 중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갖 악행들을 저질렀다. 그렇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 회상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소설의 묘사도 이토록 참혹한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큰 고통을 겪었을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아마 평생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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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년 만의 상봉에서 할머니 두 분은 서로를 언니와 동생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이라도 가족을 만나고 고향을 다시 방문해서 지난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소설과 함께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시민들의 관심이 하나둘씩 모여야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일본을 조금이라도 압박할 수 있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낫게 할 수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이 진심 어린 반성을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