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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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교향곡」이란 제목의 전작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서가에 없어서 우선 단권짜리인 「악마의 바이올린」을 읽기로 했다. 내용이 표지 분위기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흥미로웠던 건 클래식계 안에서의 신경전을 설명한 짧은 부분과 필명에 대한 설명밖에 없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자체와 파가니니의 일화-특히 죽음의 순간-는 꽤 인상적이었지만, 정작 전체 줄거리는 흡입력이 부족했다. 사무라이, 사쿠라, 할복 등 저자가 일본문화에 지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설정이 많아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살해 동기도 새롭지 않아서 맥이 빠졌다. 「10번 교향곡」에 대한 관심까지 낮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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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2 - 이경희 드라마 대본집
이경희 지음 / 유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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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인상깊게 봐서 대본집이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집어들었다. 후반에 몇 번은 영상으로 감상하지 못했음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를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끌리는 드라마가 없어서 한동안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대본집을 통해 좋아했던 드라마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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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디자인 Thanks, Design - 김신 디자인 잡문집 雜文集 Essays On Design 8
김신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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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무엇인가?’부터 이 시대의 디자인 경향과 흐름에 대한 47카리 칼럼을 모아 놓은 잡문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 정도나 디자이너의 생활상과 고충, 선진 디자인으로 나아가는 길 등의 주제를 재치있는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디자인, 디자인 말은 많이 하는데 대체 디자인이 뭐야?’라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면 자신 있게 추천한다. 

특히 백색가전인 냉장고를 화려하게 치장한 ‘아트 가전’에 대한 비판에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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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지가든 7 - 완결
이현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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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은 음식점. 깔끔한 접시에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에피타이저가 나온다. 감탄을 연발하며 접시를 비우면, 색만 바뀐 접시에 재료와 조리법이 그대로인 에피타이저가 또다시 나온다. 의아해하며 다시 접시를 비우면 역시 데코레이션만 조금 바꾼 좀 전의 그 에피타이저가 또 다시 나온다. 이리하여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배는 부르지만 즐겁지는 않은 식사가 끝이 난다.  

새비지 가든은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체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초반 3권까지 느껴지던 몽환적인 느낌은 또 다른 무언가로 이어지지 못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흐르다 끝을 맺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남장여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굉장히 많다. 관련된 작품을 몇 가지 찾아보도록 하자. 일본 순정만화인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있었고, 드라마로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있으며, 사극으로는 『바람의 화원』이 있다. 앞의 두 작품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를 주축으로 한 이야기라면, 『바람의 화원』은 재능으로 인하여 남성들의 사회에 뛰어든 여성 화원의 성장담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았다. 해피엔딩이 자연스러웠던 앞의 두 작품에 비하여, 『바람의 화원』이 가진 무게가 더 묵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새비지 가든』의 성향은 『바람의 화원』에 좀 더 가깝다.  

친한 친구인 제레미가 후작인 아버지의 후원을 받으며 살게 되었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낀 가브리엘. 그녀가 제레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고를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제레미가 죽은 시점부터 이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와 분명한 선을 긋고 시작한 것이다. 이후 가브리엘은 후작 부인의 제안으로 죽은 제레미가 되어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귀족 자제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여자인 가브리엘은 묘하게 겉도는 존재가 되는데, 유안과 레이 형제를 만나 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가브리엘의 남장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유안이 그녀에게 점차 빠져드는 점, 가브리엘이 유년시절의 충격적인 비밀을 간직한 유안에게 끌리며 형성된 묘한 감정의 흐름이 안타깝고 몽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더 이상의 진전없이 ‘자, 우리 봐라. 우리 되게 비밀스럽지? 신비하지?’의 연속이었다. 전주가 끝났으면 응당 1절이 시작되고, 1절이 끝나면 2절이 나와줘야 하는데 누가 도돌이표를 잘못 찍어놨는지 전주부분만 무한으로 구간반복되다 완결이 났다.  

문제는 주인공이자 작품에 등장하는 뭇 남성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차지한 가브리엘이다. 제레미에 대한 죄책감-제레미를 죽이고자 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적어도 그 순간엔 살해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과 귀족 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도련님이 되었다는 것은 괜찮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진짜 도련님들의 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가브리엘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해간다. 일명 “민폐 캐릭”이라고 불리우는 무능력한 인물들처럼, 그녀는 후작부인에게 협박받고 후작에게 휩쓸리고 두 형제 사이에서 여자인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못한 채 부표처럼 흔들리기만 한다. 이렇듯 주인공에게 무언가를 할 열의도, 의지도 없으니 주변 인물들이 사건사고를 터뜨려 줘야 한다. 하녀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아론이나 유안의 약혼녀인 안젤라 등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 관계 없는 이야기들이 두서 없이 끼어든 것은 주인공 대신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주변 인물들을 활용한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으나,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커질수록 가브리엘은 더더욱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존재가 되어 갔다는 게 치명적인 부작용이었다.  

보통 주변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 그럴 의지가 없었던 주인공을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새비지 가든』에서는 주변인들이 그냥 자신들과 관련한 이야기만 해댄다. 이러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초반만 해도 가브리엘은 이렇게 줄 끊어진 연처럼 쓸려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후작부인이 제시한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여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학교에 다니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들이 후작부인의 협박에 따른 결과였다고 해도, 제레미와 있었던 그녀는 결코 순박하고 천진하기만 한 소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스스로 몰락귀족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었고, 자신보다 먼저 신분상승을 한 제레미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후작부인에게 등이 떠밀려 도련님이 된 후에 시작된 사랑을 지켜내려 발버둥쳤어야 하지 않았을까? 긴 머리의 가브리엘이었을 대보다 더 유약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것보다는, 제레미에 대한 죄책감과 레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브리엘은 착해 빠진 시골 소녀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도련님이 되어 귀족 학교에 입학함으로써 귀족사회의 일면을 관찰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즉, 가브리엘은 “후작부인이 후작 모르게 제레미의 죽음을 덮어둠으로써 그에게 모욕을 주려 한다”는 사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얼굴에 점을 찍고 “너희 다 부셔버릴거야!”라고 소리치며 피의 복수극을 벌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무기가 될 수 있는 사실의 유통기한을 넘기는(후작이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일)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위태로운 십 대 소년 소녀들’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고는 해도, 주인공이 무기력하게 있다면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만다. 가브리엘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운명의 장난에 맞서 싸웠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레이가 가진 유년의 상처는 치료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아, 1권부터 6권까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끌고 가던 작품은 완결편인 7권에선 부랴부랴 이야기를 끝맺어 용두사미의 결말을 보여주었다.  

가브리엘을 안전히 대피시키려던 유안이 허무하게 총을 맞아 생을 마감하고,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레이와 가브리엘이 재회하게 된다. 많은 세월이 지나 마주하는 것만으로 감동을 자아내려면, 당사자인 남녀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난 뒤여야 한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은 것은 가브리엘이나 레이가 아니라 유안을 비롯한 주변인들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끝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가브리엘에게 크게 실망스러웠다. 감동을 자아내고자 했던 마지막 장면이 아스라한 그리움과 샛별처럼 빛나는 설렘은 커녕 시큰둥하기만 했던 건 당연한 일이다.  

작가님의 단편들은 완성도가 높은 데 비해, 장편들은 분명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여지가 있었기에 안타까움만 남긴다. 연기력도 괜찮고 외모도 근사한데 작품 보는 눈이 없는 배우를 지켜보는 기분이다. 단편을 쭉 늘렸을 때 뻥뻥 뚫리는 구멍을 채워준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의, 소장욕구를 절로 일으키는 수작이 나오지 않을까? 다음 작품은 ‘역시나’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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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왕 - 레이디 제인 그레이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2
앨리슨 위어 지음, 권영주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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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 여왕이었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일생을 그린 책이다. 각 장마다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흥미와 긴장을 놓치지 않게 짠 구성을 통해 제인 그레이의 삶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천 일의 스캔들』이나 드라마 『튜더스』를 봤다면 소설 속 장면을 쉽게 이미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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