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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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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국내 출판 소설 중에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와 「쓰리」를 인상 깊게 보았다(아직 읽지 못한「흙 속의 아이」는 제외). 그래서 이번 소설도 기대가 컸는데 그래서인지 실망스러웠다. 사회의 음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지나치게 절망적이거나 혐오스럽지 않게 잘 그려내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완급 조절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 중에 강조 표시를 한 부분은 허세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라든가 전개 방식, 등장인물에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의 화보를 찍는데 모델이 혼자 방실방실 웃는 것 같아서 소설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군수사업을 통해 재벌이 된 ‘구키’ 가문 안에는 두 개의 계보가 있다. 하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장차 가문을 이끌 인재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속한 계보이고, 또 하나는 세상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의 계보이다. 주인공 ‘후미히로’는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사’로 키워지게 된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후에 악을 저지를 인물로 키워지게 된 후미히로는 아버지가 그의 인격과 인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길 소녀 ‘가오리’를 양녀로 맞아들이며 마음의 변화를 겪에 된다. 아버지의 거대한 계획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 방법은 살인으로 치닫게 되고, 후미히로는 영혼이 망가진 채로 죽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을 연명한다.

‘구키’가에서 나온 후미히로는 타인의 신분증을 얻고 얼굴을 성형하여 적어도 외형만은 다른 사람이 된다. 후미히로는 그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인 ‘가오리’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그 과정에서 가오리의 주변을 떠도는 이들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다. 뿌리가 묶인 나무처럼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었던 후미히로는 심각한 내적 갈등으로 번민하며 가오리를 지켜낸다. 그리고 비로소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성형한 후미히로가 마지막으로 가오리와 만나서 대화하는 부분이 감명깊었다. 가오리가 옆에 있을거라고 가정했던 후미히로의 순수한 꿈과 정화하는 의미가 담겨있을 눈물, 그리고 책 마지막에 후미히로의 그 말이 실현되리라는 암시가 담긴 동행까지는 감동적이었다. 무조건 다시 읽어야 한다면 이 부분만 되풀이해서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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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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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매치기 쓰지. 

1년 2개월의 형을 마치고 출소하던 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매치기 집단이 쓰지의 동행인 지갑을 소매치기한다. 이 사건으로 애송이들에게 소매치기 당했다는 울컥함과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폭발하게 된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작정 고등학교 소매치기단의 뒤를 쫓는다. 그러나 방심한 나머지 지갑을 찾는 대신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쓰러진 쓰지를 발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이는 점술가 일을 하고 있는 청년 히루마. 그는 변호사인 누나와 친구를 두었음에도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점술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슷한 구석이 별로 없어 보이는 두 남자가 동거하게 되면서 쌓아 두고만 있던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절망, 미래의 불안 등을 공유하며 우정을 이어 나간다.

쓰지는 지갑을 훔쳐갔던 소매치기 집단에 대한 추격을 계속하고, 집단을 이끄는 리더의 아버지와 쓰지가 삼촌처럼 여기는 남자의 옛 동료였음을 알게 된다. 또한 히루마는 친구들과 찾아왔을 때부터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우울해 보여서 신경쓰였던 소녀가 그 집단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추격전은 예상치 못한 피해자를 만들고 쓰지와 히루마는 이 일을 계기로 각자 걸어가야 할 길을 찾게 된다.



글에선 쓰지가 굉장한 소매치기라고 나오지만 너무 쉽게 부상을 입는 등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활약이 강렬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단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 소매치기 집단의 리더였던 남자에 대해 흐지부지하게 끝난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쓰지와 소매치기 집단 리더가 지하철에서 함께 소매치기를 하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는 장면이 독특했다. 이를 통해 집중적 관심과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소매치기 집단 리더에게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언급이 전혀 없어서 의아했다. 구성요소는 나쁘지 않았는데 후반부를 더 말끔하게 정리했으면 작가의 메시지가 지금보다는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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