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이슬기.서현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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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에서 해방까지 강렬하고 날카롭다. 여성들의 입직과 더불어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퇴사 레퍼런스를 풍부하게 담았다. 여초 사회는 투명한 폭력과 죽음이 난무한 세계다. 그런데 그 폭력을 누가 설계했을까? 촘촘한 취재가 돋보이며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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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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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ores Hibernales

겨울나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산에 있는 나무들이 나뭇잎을 떨굽니다. 산은 그제야 자신의 모든 것을 떨굽니다. ... 겨울은 나무를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 우리도 우리가 약해졌을 때 겨울나무와 같이 있는 그대로의 가장 정확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_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p.135

 

모든 계절 중에서도 겨울에 하는 단식을 가장 좋아한다. 추울 때 단식을 해보면 인간이 얼마나 누추하고 취약하며, 그렇기 때문에 숭고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생각이 맑아진다. 추운 날의 단식은 정신을 겨울과 같은 상태로 돌려준다. 그래서 가장 정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Amicus certus in re incerta vernutur.

신의 있는 친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밝혀진다.


"내 상황이 애매해지면 대뜸 연락이 끊기는 경우를 종종 겪습니다. 저는 이것을 '사람 정리'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주로 사람 정리를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그때마다 늘 슬프고 억울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기회를 통해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대폭 정리되는 편안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오래 만날 사람은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 드러납니다. 그때 나는 꿈에서 깨어납니다Excutior somno; 엑스쿠티오르 솜노(베르길리우스, <애네이스>, 2, 302)."


_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p.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겹겹의 림보에서 연속으로 깨어나는 겨울이었다. 인간의 뒷모습은 그의 가장 중요한 진실을 말해준다. 


 

세상엔 합당한 이유도 없이 나를 죽도록 방해하고 적의를 표하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이유도 대가도 없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P75

내 인생의 아픔을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남겨두니 마세요. 아픔을 보호막으로 쓰지 마세요. 그러면 나를 보호한다고 뒤집어쓴 그 아픔이 실제로 내 앞길에 장애물이 되어 삶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 P105

혼자 견디는 태도인 고독, ‘솔리투도Solitudo‘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고독을 마주하기 두려워했고 피해왔습니다. 하지만 피해 다닌 꼭 그만큼 나의 성숙과 성장도 멈추었지요. 그래서 내 딴에는 최선이었지만 최고의 선택이 되지는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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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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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문체와 섬세한 균형, 마력과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 성악설을 믿어 왔지만 제인과 미용실 손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능가하는 것은 선한 의지라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산뜻한 심리 묘사와 시간과 공간의 결이 살아있어 놀랍다. 하반기에 읽은 소설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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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
조나단 레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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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야기

2. 무에 대한 이야기


소설은 화자인 필립과 그의 연인 앨리스가 사랑에 빠진 마법 같은 순간에서 출발한다.

흩뿌려진 바비큐 소스 얼룩처럼 제멋대로 흩어진 말들과 올리브 향기가 나던 키스.


하지만 우리는 자주 들여다보고 자주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쉽다.


그것이 무라면?


공자와 안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음을 하나로 하여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나아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는 듣는 데 그치고, 마음은 생각에 부합하는 데 그친다. 

기는 텅 비어 만물이 의지하는 바이다. 

오직 도가 텅 비어 있음을 이룬다. 

텅 비어 있음이 바로 심재(心齋)다.”


안회는 이에 대해 “제가 아직 이를 깨닫기 전에는 제가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깨닫자, 제가 저인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텅 비어 있음일까요?”라고 대답한다.


"결함"은 동양철학의 텅 비어 있음, 심재처럼 여겨진다.

앨리스와 필립의 관계 또한 공자와 안회의 관계와 닮아 있다.


필립은 앨리스라는 스승을 통해 사랑을 알게된 것일까?

그 사랑은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끔찍하게 고요한 텅 빔일 뿐이었다고.


사랑의 파괴적인 공허를 자기만의 미학으로 창조해온 미셸 공드리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영상화를 하게될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사실 주관성이 만든 함정인 거죠. 관찰자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관찰을 할 수 있겠어요? 불가능해요.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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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마을 -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
도미니크 포르티에 지음, 임명주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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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다워서 자주 멈추어서 문장에 머물러야만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캐나다의 작가 도미니크 포르티에가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 <종이로 만든 마을: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은 마이클 커닝햄의 The Hours를 떠올리게 한다.


도미니크 포르티에가 사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에밀리 디킨슨이 살았던 시골 마을 에머스트를 오가는 이 소설은 자료속으로 걸어들어간 발터 벤야민처럼 에밀리 디킨슨의 삶 속으로 독자를 옮겨다 놓는다.


p.22 에밀리는 박하잎, 장미, 캐모마일 꽃을 함께 모아 어머니에게 드렸다. 이것들은 표본집에 넣지 않는다. 부엌에 매달아 말리고 겨울에 차를 우려 마실 것이다.
에밀리는 여름이 끝날 부렵에 새들에게 훔친 씨앗을 조그만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보관했다. 주머니는 곧 정원이 될 것이다.

p.205 가을은 우리가 필요 없다. 가지고 있는 화려한 황금과 청동만으로 충분하니까. ... 가을은 알고 있다. 여름은 짧고 죽음은 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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