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
조나단 레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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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야기

2. 무에 대한 이야기


소설은 화자인 필립과 그의 연인 앨리스가 사랑에 빠진 마법 같은 순간에서 출발한다.

흩뿌려진 바비큐 소스 얼룩처럼 제멋대로 흩어진 말들과 올리브 향기가 나던 키스.


하지만 우리는 자주 들여다보고 자주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쉽다.


그것이 무라면?


공자와 안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음을 하나로 하여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나아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는 듣는 데 그치고, 마음은 생각에 부합하는 데 그친다. 

기는 텅 비어 만물이 의지하는 바이다. 

오직 도가 텅 비어 있음을 이룬다. 

텅 비어 있음이 바로 심재(心齋)다.”


안회는 이에 대해 “제가 아직 이를 깨닫기 전에는 제가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깨닫자, 제가 저인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텅 비어 있음일까요?”라고 대답한다.


"결함"은 동양철학의 텅 비어 있음, 심재처럼 여겨진다.

앨리스와 필립의 관계 또한 공자와 안회의 관계와 닮아 있다.


필립은 앨리스라는 스승을 통해 사랑을 알게된 것일까?

그 사랑은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끔찍하게 고요한 텅 빔일 뿐이었다고.


사랑의 파괴적인 공허를 자기만의 미학으로 창조해온 미셸 공드리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영상화를 하게될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사실 주관성이 만든 함정인 거죠. 관찰자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관찰을 할 수 있겠어요? 불가능해요.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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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마을 -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
도미니크 포르티에 지음, 임명주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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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다워서 자주 멈추어서 문장에 머물러야만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캐나다의 작가 도미니크 포르티에가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 <종이로 만든 마을: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은 마이클 커닝햄의 The Hours를 떠올리게 한다.


도미니크 포르티에가 사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에밀리 디킨슨이 살았던 시골 마을 에머스트를 오가는 이 소설은 자료속으로 걸어들어간 발터 벤야민처럼 에밀리 디킨슨의 삶 속으로 독자를 옮겨다 놓는다.


p.22 에밀리는 박하잎, 장미, 캐모마일 꽃을 함께 모아 어머니에게 드렸다. 이것들은 표본집에 넣지 않는다. 부엌에 매달아 말리고 겨울에 차를 우려 마실 것이다.
에밀리는 여름이 끝날 부렵에 새들에게 훔친 씨앗을 조그만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보관했다. 주머니는 곧 정원이 될 것이다.

p.205 가을은 우리가 필요 없다. 가지고 있는 화려한 황금과 청동만으로 충분하니까. ... 가을은 알고 있다. 여름은 짧고 죽음은 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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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의 돌핀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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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마지막 우리들을 위한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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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인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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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찬합에 담긴 정갈하고 깔끔한 SF 괴담들.
완벽한 미인은 두번째로 수록된 작품에서 가져왔다. 불면증이 가장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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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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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기 자신을 아무도 마시고 싶지 않은 커피로 표현했을까?
이 비유는 소설집 안에서 여러번 반복된다.
커피 이상으로 감미롭고 정신을 고양시키는 음료가 없는데
커피라는 기호를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자가 왜 이렇게까지 자학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슬프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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