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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험은 트롤리 딜레마(*)에 관한 사고 실험 설계입니다. 각자 책상에 놓인 연필 한자루와 연습지 2장을 가지고 사고 실험을 설계하셔서 여기 교탁에 놓인 답지에 파란색 볼펜으로 구상한 실험을 서술해주시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3시간이며, 시험 시간 중 50%가 경과한 뒤 퇴실 가능합니다. 답지 매수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되도록 3매 안쪽으로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주의하실 점은 첫째, 답지에는 푸른색 볼펜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외 필기구, 연필로 작성하실 경우에는 0점 처리합니다. 둘째, 50% 경과 전에 퇴실하시거나 제한 시간 3시간을 넘기고 답지를 제출하실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0점 처리합니다. 그럼 시작하십시오!"

일순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시험 시간이 고요한 것이야 으레 당연한 법이지만. 종이를 넘기는 소리도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도, 걸상을 당기는 삐걱거리는 소음도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스크린 칠판에 뜬 시험 안내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좌우를 둘러보며 다른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거나 창문 밖을 보는 눈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책상만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스크린 칠판에 괘종 시계가 나타나더니 또각 거리며 10분 단위로 시간 경과를 알려주었다. 조용한 교실 안에서, 잠자는 꼬마 병졸들 마냥 움직임도 없던 교실 뒷편에서,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이들의 어깨는 살짝 움찔거리는 듯 싶었고, 어떤 아이의 귀는 레이더처럼 쫑긋거렸다. 아마도 연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감히 누가 배신을 하는 것인지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리라.

볼트101 고등학교 G반 선생님들은 칠판 스크린 뒷쪽에서 아이들의 반응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다.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은 혈기 발랄한 사춘기 아이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나타나게 되어있다. 또한 그 양상이 G반처럼 소위 영재그룹에서 발견될때는 사춘기 아이들 특유의 폭력성과 잔인성, 그리고 악마적 지능이 결탁하여 잔혹토록 무시무시한 괴롭힘을 낳게 된다. 지금 여기 볼트 101 고등학교 G반 선생님들이 합의하여 학년 승급시험을 이 단 하나의 문제로 출제한 것도 G반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연쇄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것이 늦은 대응일지라도 말이다.

선생님들이라고 각 학생들 한명 한명 면담하여 진술을 받고 상담하고 상황 파악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아이들을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는 어느 한명을 찾는 것이 마치 바둑을 놓은 것처럼 촘촘히 쌓인 게임판 위에 있기 때문에 더이상 이에 맞대응해줄 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교묘한 언술과 매와 같은 관찰력하고 사춘기 아이의 불안한 틈을 자극하여 하나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그 아이. 하나의 행동들이 결합하여 더 큰 행동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게끔 판을 짜는 그 아이. 뒤에 숨어서 학급을 흔들며 웃고 있는 그 아이. G반의 균열은 조그마한 갈라짐들이 나무줄기처럼 엮이고 모여들어 단 한번의 망치질이면 누군가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이런 상황까지 깨달았을 무렵에는 본인들의 단 하나, 소소했던 그 하나가, 이렇게 까지 문제를 크게 만드리라 생각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심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머리로는 누구못지 않은 내가, 우리가, 그 한명에게 이렇게 까지 휘둘렸다니. 하지만 빠져나오기엔 늦었다. 자존심의 상처는 한 반에서 같이 웃고 울며 공부한 친구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보다 본인들에게 더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생님들은 정규 교과를 중단하고 며칠에 걸쳐 트롤리 딜레마를 설명해주었다. 아이들의 토론수업을 매번 구성원을 바꿔가면서 섞이고 교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서 주동자가 놓친 틈을, 주동자가 방심한 아이들의 양심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연필 소리가 시작된 뒤로 여기 저기서 연필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종이가 펄렁이는 소리, 책상과 걸상의 삐걱거림, 아이들의 호흡과 움직임이 만들어 낸 소음이 여기저기 부딪혀서 교실을 울렸다. 어느 한명이 일어나서 교탁에 놓인 답지와 볼펜을 가져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아이들도 가져갔다. 이윽고 G반 전원은 시험 시간 3시간 종료 전에 답지를 제출하고 교실문을 나섰다.

칠판 스크린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사들은 일제히 교실로 들어가서 답지를 수거해왔다. 그리고 각자가 맡은 답지를 읽어내려갔다. 이번에는 교사들 가운데서 정적이 피어올랐다. 아니, 어떤 미세한 진동이 동심원처럼 선생님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부장 교사가 먼저 운을 떼었다.

"아이들의 답지가 모두 동일한가요?"

선생님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 오직 부장 선생님만이 답지를 쥐었던 손아귀에 힘을 실어 종이를 꾸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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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가 레일 끝에 다다르기 직전에 변환기를 이용해 15도의 각도로 선로를 변경한다면, 달리는 트롤리의 속도와 변환 레일 첫부분의 각운동량이 합쳐져 결국 트롤리의 양끝이 두선로에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를 죽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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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



아이들 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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