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_ 선정자 : 마스터충달
좀비

[조건]
1. 분량 자유
2. 형식은 소설

*작성자의 말
정 글이 안 써진다 싶으신 분들은 좀비 영화 보시고 영화속 장면을 글로 옮기거나 하셔도 좋아요. 


합평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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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1. 합평 덧글 달아주세요.
2. 출석부에 글/합평 참석여부 남겨주세요
3. 불참 시 필사 과제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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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8144208144번 면회다. 변호인 접객실 H호로가면 된다."

 

코크람이 철창을 깡깡 내리치면서 내 번호를 불렀다. 눈을 찔끔감고 무릎을 세워 벽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두 손을 가슴 바로 밑에 포개놓고는 들숨에 흉곽을 벌리고날숨에 흉곽을 조였다. 그런 나를 어이없다는 듯 내려보던 간수는,우리방 문을 활짝 열고 번떡거리는 구두를 문지방 위에 올려놓았다. 열린 문 사이로 흘러들어온 재촉거림이 코 끝을 간질였다. 그 가닥을 붙잡아 흉곽으로 밀어넣었다가 다시 내뱉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제우스비츠가 넣어준 보급품 운동화를 꿰어신고 터덜거리면 계단을 내려갔다.로제타 수용소는 Z-제노사이드 기간 동안, 그러니까 그전과 중간에서 후까지, 그 사이의 불분명한 기간 동안 Z-제노사이드와 직간접적으로관련된 모든 인간 여성을 감금하기 위해 만든 감옥이다. 당시 책임자의 작명센스가 하도 기이해서, 2016 929일임무를 달리한 인공위성 로제타의 이름을 따서 이 콘크리트 간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임자의두살배기 아들의 생모 이름이 로제타였던 것도 야사급 스토리가 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야설은 입방아만내리찧을 뿐 실제 문건에 기록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변호인 접갤실은 항상 해초 냄새가 난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혀로 날름 공기를 핥아보니 미끈거리고 조금 짭짤했다. 코크람은 문을 열고 타이머를 정확히 60분 맞췄다. 또각거리는 시계가 박자를 따닥 맞추면서 7평짜리 접객실을 울려대는 데, 나는 좀처럼 문지방을 넘어갈 수가 없다. 이 쪽과 저 쪽의 경계선을 가운데 두고, 문 쪽을 등지고 앉은 커다란감색 수트를 보고 섰다. 코크람은 오른쪽 가슴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어 타이머를 두어번 쳤다. 면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60. 알아서 배분하라는 뜻이리라. 나는 흉곽 끄트머리에 숨겨뒀던 방공기를 남기없이 끄집어 올려 날숨에 뱉어내고 문지방을 넘었다.

 


2.

케이크라가 패소했습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지도부에선 가차없이 철퇴를 찍을 셈인가 봅니다.”

 

항소 기회는 쓸 수 없나요?”

 

.항소권을 특칙에 의거해 말소한답니다. 삼심제라는 귀한 제도를 허락하는 것이 인류에 대한, 아니 법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더군요. 이 문장은 판사 발언에서그대로 따온 겁니다. 다들.. 미쳤어요.”

 

제가 굳이 재판에 참석할 필요도 없을것 같은데요. 아마 똑같이 나오겠죠. 기소장이 곧 판결문이었어요. 다 부질없네요.”

 

다만, 우리 쪽에서는 공동변호를 요청하려고 해요. 지도부의 특칙 역시 긴급상황에서이례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대한 적용이니 같은 논리로 항변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포기는 일러요.”

 

글쎄요. 전 모르겠습니다. 이런 취급. 이런대우. 차라리 이 수용소 보일러실에서 타고 있을 좀비 시체가 되고 싶을 지경이예요.”

 

그런 말씀은하지 마세요. 누가 뭐래도, 당신은그리고 케이크라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것을 무관자인 지도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선을 그을 수는없습니다. 이건 인간의 기본권을 물론이고 존엄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변호사님은 아직도 인류를, 이 세상을 믿으시나요?”

 

저는 제 몸 하나 편하려고 변호사가되었어요. 제노사이드가 한창이었을 때는 법전이 무소용이었죠. 많은것이 무너지고,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시는인간이 인두껍을 쓰지 못하리라 여겼어요. 그 점에선 저는 물론이고 그 어떤 누구도 떳떳할 수 없어요. 때문의 지금 이 악법을 더더욱 막아야만 합니다. 누군가는 우리를정의를 외면하고, 자기 주장만 종용하는 정치꾼이라고 부르더군요. 어쩌면케이크라와 그리고 로제타 당신을 앞세워서 지도부의 독재를 막으려는 정치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미안합니다. 이건 잘못되었어요. 아무리생각해봐도 갖은 수단을 써서라도 막아햐 합니다.”

 

지겹습니다. 무죄로 풀려난들, 제 자식을 제손으로 죽인 비정한 애미 꼬리표는영영 붙어다닐 겁니다. 사회에선 우리를 화냥년이라 부른다더군요. 무식한인간들. 화냥년은 그런 의미가 아닌데. 어쨌든, 다시금 그 상황이 와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케이크라역시 그럴 겁니다. 그 날 그 병원에서 있었던 수술을 누군가 요청한다면 또 할 겁니다. 인륜을 내던진 살육자, 인간 쓰레기 소리를 들어도 똑같이 할 겁니다. 변론에 그대로 쓰셔도 되요. 다시금 세상을 나간다 한들, 이미 이전과 같지 않을 텐데요. 어떤 쪽이든 그 특칙 3조항은 인류 재건을 위해 가임기 여성에겐의무임신제를 적용하니, 수용소 안에서든 밖에서든 제 신체는 제 것이 아닙니다.”

 

그 부분은.. 어제 케이크라 판결문과 함께 1차 의무임신제 적용 대상자가 공표되었습니다. 명단에 든 사람들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보건소로 가라고 하더군요. 다들미쳤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제노사이드 보다 더 끔찍한 지옥입니다.”

 

현실은 언제나 공상을 뛰어넘는다죠. 현실의 주체인 인간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현실화하면서 정당화하겠죠. 그런데 케이크라는 어떻게 견디고 있나요?”

 

그 분은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마자 혀를 깨물고 자살기도를 하셨습니다. 하지만실패했죠. 아직 가임기라곧 여기 로제타 보건소로 호송될 것입니다. 언제 시술이 될 지 몰라요. 그러니까 더더욱 로제타 당신의 재판을이겨야 합니다.”

 

그 판결문 혹시 가지고 오셨나요?”

 

..여기 있습니다.”

 

 

 

 

 


3.
피고 케이크라는Z-제노사이드 기간 동안 어머니인 여성과 부부인 부모의 요청에 따라 그들의 자녀인 태아를 임신중절시술하였고 유아, 어린이에게 석시닐콜린을 주사한 혐의로 이 재판정에 기소되었습니다. 피고는 그간 재판 일정동안 피고 자신이 스스로 저지른 범죄가 지금까지 인류에게 있어 기록된역사 위에서 가장 큰 범죄라는 것을 인정했고, 또 피고가 거기서 한 역할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자신이 결코 사악한 동기에서 행동한 것이 아니고, 누구를죽일 어떠한 의도도 결코 갖지 않았으며, 결코 인간을 증오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으며, 또한 죄책감을 느끼지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믿기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동기와 양심의 문제에서 합당한 의심을 넘어선 것으로 입증될 수 있는 당신에 대한 증거는 비록 많지는않지만 일부 존재합니다. 피고는 또한 최종 해결책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우연적인 것이었으며, 대체로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역할을 떠맡았을 수 있으며, 따라서잠재적으로는 거의 모든 인간들이 똑같이 유죄라고 말했습니다. 피고가 말하려는 의도는 모든 사람, 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유죄인 곳에서는 아무도 유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상당히 일반적인 결론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피고에 대해 기꺼이 내주고 싶은 결론은 아닙니다. 그리고 만일 피고가 우리의 거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서에 나오는 두 이웃하는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의이야기에 주목해 볼 것을 권합니다. 이 두 도시는 거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죄가 있었기 때문에하늘로부터 내려온 불로 인해 파괴되었습니다. 이것은 말하자면집단적죄라는 최신식 개념과는 무관합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그들자신이 행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에 대해서는 유죄로 추정한다는 것, 또는 죄책감을느낀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법 앞에서의 유죄와 무죄는 객관적인 본질의 것이지만, 그러나 비록 그 날 그 병원에 머물렀던 십수명의 사람들이 피고처럼 행동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에 대한 변명이될 수 없을 것입니다.

운 좋게도 우리는 그만큼 멀리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피고 자신은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지르는것이 주된 생존적 목적이 된 시대에서 산 모든 사람의 편에 서서 그 죄가 현실적으로가 아니라 오직 잠재적으로만 유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내적이고 외적인 어떠한 우연적 상황을 통해 피고가 범죄인이 되는 길로 내몰렸는지 간에, 피고가 행한 일의 현실성과 다른 사람들이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잠재성 사이에는 협곡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오직 피고가 한 일에만 관여할 뿐, 피고의 내적 삶과피고의 동기에서 가능한 비범죄적 본성 또는 피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범죄적 가능성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피고는 피고의 이야기를 불운에 찬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알고 있는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만일 상황이 보다 유리했더라면 피고는 우리 앞이나 또는 다른 인권재판소로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는점도 당신에게 인정해 줄 용의가 있습니다. 논증을 위해서 피고가 유아살해와 태아살해의 조직체에서 기꺼이움직인 하나의 도구가 되었던 것은 단지 불운이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피고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피고자신의 재량을 이용하여 자기 의지를 피력할 수 없는 작고 여린 생명을 학살하는 행위를 수행했고, 따라서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를 새로 태어나는 생명과 지금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다른 생명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행위를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누구도, 즉 현재 지금 이 시점의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Z-제노사이드라는긴급한 상황에서 살인을 한 것에 유죄가 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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