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은 동거중

한병도 의원 보좌관 신영대 씨와 서울 생활
식사는 밖에서 청소는 생각나는 사람 먼저 


 


▲이색동거를 하고 있는 한병도 의원과 신영대 보좌관(안경낀 사람). (왼쪽에서 부터)먹을 것 좀 달라고 하자 텅빈 냉장고를 열어 보이는 이들은, 빨래도 같이 하고, 한 이부자리에 앉아 TV를 보는 등 오피스텔로 들어오면 친구처럼 지낸다.


전북 익산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열린우리당 한병도 의원(38)은 요즘 동갑내기 보좌관 신영대 씨와 '동거'하고 있다. 보금자리는 서울 여의도의 9평짜리 오피스텔. 한 의원이 보증금 500만원을 대고, 월세 60만 원은 공동부담한다. 이들의 알콩달콩한 자취생활을 들여다 봤다.

▲의원과 보좌관이 된 15년 지기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전인 1989년이다. 원광대 총학생회장이던 한 의원과 전북대 총학생회장이던 신 보좌관은 전대협 활동을 하며 자주 만나 우의를 다졌다. 정치입문을 결심한 뒤 한 의원은 올해 초 신 보좌관에게 선거 전략과 기획을 맡겼고, 당선 뒤에는 보좌관으로 도와 달라고 부탁해 같이 일하게 됐다. 전북이 고향인 이들은 지난 5월 국회의원 당선 뒤 "서울생활도 같이 하자"면서 이색 동거에 들어갔다.

▲식사.청소 당번 "필요 없어."

"주로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잠자러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한 의원은 국회에서 조찬 회의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거나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될 수 있는 한 식사 준비 시간을 줄이고 설거지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 실제로 이들 자취방의 냉장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따라서 식사 당번을 따로 두거나 식단을 짜거나 하지 않는다고.

방 청소는 "순서나 당번 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먼저 한다"고 말한다. 체격이 비슷하고 옷장을 같이 쓰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가끔씩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집을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고 싶죠."

그래도 신분차이가 명확한데 불편하지 않을까. "의원과 보좌관 사이인데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느냐"고 신 보좌관에게 물었다. "예전에도 서울에서 같이 자취한 적이 있는 친구 사이인데 국회의원과 함께 산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많이 놀라는 것 같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

한 의원은 토끼 같은 두 아들이 있고, 신 보좌관은 여우 같은 딸 하나가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과 아내를 자주 못 보는게 가장 큰 고통. 동병상련일까. 이들은 눈만 봐도 서로 통한다.

한 의원은 "같이 지내면서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고 충분히 상의할 수 있어 좋다"면서 "보좌진이 의원 개인의 비서가 아닌 만큼 각자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색동거 생활도 한 의원의 이 같은 탈 권위주의적 마인드에서 나온 셈이다.

우은식 기자<eswoo@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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