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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홀든 콜피드는 우울하다. 한 없이 우울하다. 그 우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읽는 내내 두려웠다.
홀든도 한스(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처럼 죽어버리는 건 정말 보고 싶지 않았거든.
<호밀밭의 파수꾼>은 여기저기서 제목을 들어왔기에
익숙한 제목 + 생경한 내용이라는 복잡한 심경으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쭉 나의 주된 궁금증은-
대체 '호밀밭의 파수꾼'은 언제 나오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하는데 있었다.
그래서일까? 명성과 달리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렇게 내 마음에 콕- 하고 와닿지 않았다.
홀든이 점점 더 우울해질 때마다 나도 우울해져버리고 말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하게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공감이 되지 않았다.
17세의 미국 상류층 소년의 입장과 20대 중반의 한국 여성의 입장.......
인생이 서로 달라서 생긴 문화와 감정의 갭은 어떤 문장으로도 메울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리라.
<호밀밭~>은 홀든 콜피드가 또 다시 퇴학을 당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1인칭으로 들려준다.
청춘의 좌절감과 우울함은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을 혼자 걸어야 하는 것과 같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홀든은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선명히 비춰준다.
그런 나약함은 점점 더 스스로 감당하기 벅찬 상황들을 연속적으로 만들어 낸다.
정말 우울할 뿐이다.
'겨울이 되면 호수에서 놀던 오리들은 어디로 어떻게 가버렸는지......'
누군가 옮겨 놓는 것인지, 스스로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것인지...
겨울을 견딜 수 없는 홀든은 오리들이 스스로 비상해서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듯,
스스로 우울의 강을 건넌다.
이 책이 맘에 들었던 건... 바로 이 점이다. 해피앤딩!
과연 요양소에서 편지를 쓰는 그가 행복할까? 라고 묻는다면 어떤 확인을 할 수 없으니... -_-;;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홀든은 다시 또 올지 모르지만 현재의 어려운 언덕은 힘겹게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 번 이겨내고 나면 다음은 쉽다. 처음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어둠 끝에서 빛을 발견한 이는 쉽게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홀든은 아마 바라는 바대로... 호밀밭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다.
<호밀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동생 '피비'이다.
마지막에 홀든을 잡는 아이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사랑스러운 꼬마...
모든 아이들이 흔들리는 형, 누나, 오빠, 언니를 붙잡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늘 눈부시다.
결국,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홀든은 호밀밭의 아이에게서 지켜짐을 당한다.
재밌는 아이러니. ^ ^
지독하게 외롭고, 우울했는데....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행복해지는 순간이 나타나는 건 알고보면 어려운 게 아니다.
관점의 전환과 약간의 신뢰면 된다.
내 주위의 누군가를 죽음보다 아픈 외로움과 우울함에서 건져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 내밀어주기. 믿어주기.
떠나려고 할때- 함께 짐을 싸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