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가 장자를 만날 때 - 사색과 실천의 역설적 풍경
파커 J.파머 지음, 한희지 옮김 / 다지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보다 완전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다간 미국의 근본주의자 스콧 니어링은 자서전에서, '좀 더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 또는 하나의 이념과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을 다른 사람, (가족 또는 공동체와 같은) 집단, 또는 특정한 목적, 주의, 이념과 일치시킴으로써 한 개인의 삶은 폭 넓어지고 심화될 수 있다' 라고 하였다.요즘 내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예수가 장자를 만날 때>(파커 J. 파머, 다지리 출판사)를 보면서 느껴지는 생각 역시 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가 장자를 만날 때>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지만-동양의 현자와 서양의 현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사실 책 내용은 사색과 실천이 만나는 과정, 혹은 그 둘이 빚어내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80년대 끄트머리에서 대학에 입학하여 90년대 중반에 졸업한 나는 어쩌면 '실천'과 '사색'이라는 극단의 명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색의 결과물로서 실천, 실천의 반성으로서 사색이 더불어 가지 못하고, 어느 한 쪽 손을 들었던 나는 지금도 기우뚱거리며 걷고 있는 내 자신을 본다.
그런 내 자신에게 이 책의 저자인 파커 J. 파머가 들려준 한 토막의 이야기는 한 여름의 분수를 만난 것처럼 시원했다. 바로 <나무조각가>라는 글인데, 나무 조각의 대가 킹이라는 사람이 만든 나무 조각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고 한다. 그 비법을 묻는 그 나라의 왕자에게 킹이 들려준 나무 조각 만들기 까지의 과정이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내 마음 속에도 흘러 들어왔다.
이 책이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이 어떤 주제에 대해 적절한 일화-주로 예수의 삶과 장자의 이야기-를 들고, 그에 대해 지은이가 진실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그 자신의 깨달음이었을 법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무거워 보이는 주제를 쉽고도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는 지은이의 미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