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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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영화 <영원한 제국>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고 단지 극의 전개가 상황을 너무 함축하여 도무지 이해 안되는 난해함으로 살짝 지루했던 기억과 안성기씨와 조재현씨가 출연했다는 것(사실 김혜수씨가 나온건 전혀 기억에 없당;;;),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무슨 폭포가 있는 곳에서 안성기님이 앉아있는 실루엣이 창문너머로 나타났던 장면 정도가 그 영화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다.

 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영화의 원작이었던 <영원한 제국>. 13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드뎌 내게도 그 아득하던 영화의 내용을 알 기회가 생긴 것이다! (책의 예전 판본을 보거나 영화를 다시 보면 될 거 아니냐고? 따지지 말아주세요; 쿨럭; ^ ^;)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한국형 팩션의 원조라는 이 작품은 과연 90년대 베스트셀러라는 명성답게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끈다. 이 책에 앞서 먼저 세종시대를 다룬 팩션 <뿌리깊은 나무>를 읽은 후라 두 소설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조선후기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영정조시대는 붕당정치와 탕평책, 사화 등의 정치적 쟁점이 들끓었지만 대외적으로 안정기였고 그로 인해 문화적으로 크게 융성했으며 그로인해 실학이나 서학같은 사상이 발돋움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대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죽여야 했던 영조와 한 나라 세자의 신분로서 뒤주속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사도세자, 그리고 그의 아들로 평생 가슴에 한을 간직한 채 전쟁같은 궁궐에서 살아남아 조선후기의 안정기를 구축했던 정조. 그들의 이야기를 뼈대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그때의 시대상황들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영원한 제국>은 제법 속시원히 풀어준다.

 
<영원한 제국>과 <뿌리 깊은 나무>는 둘 다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그 사건이 어떤 비밀서책을 중심으로 왕-정조와 세종-과 관련된 사건으로 번져나간다. 둘 다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고(영원한 제국은 만 하루 동안, 뿌리 깊은 나무는 5명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5일-기억이 가물가물;; ^ ^;), 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왕과 신하의 갈등이 주축이 된다. 두 작품 모두 치밀한 고증을 거친 터라 읽는 이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릴 정도이고 각 분야의 방대한 자료들은 읽는 이의 입을 턱턱~ 벌리게 만든다.

굳이 두 작품을 구분하자면, 결말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 외에 <뿌리 깊은 나무>가 스릴러적인 재미를 충족시켜준다면 <영원한 제국>은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안내해 준다.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를 주는 공통점 외에도,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시대의 융성했던 기술과학을 바탕으로 해박한 지식을 쏟아놓으며 우리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창제된 것인지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영원한 제국>은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가 왜 그런 격랑을 겪어야만 했는지 또한 역사책속의 간략한 설명으로만 봐서 잘 이해 못했던 붕당과 사화, 노론-남인의 갈등,이기론 등을 좀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동양의 고전에 대한 언급과 해석들도 많이 곁들여져 있으니 국사에 관심있는 학생들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어질 정도로 꽤나 깊이있게 붕당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세종과 함께 조선의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정조. 평탄치 않은 그의 삶과 그럼에도 사회 각 방면으로 절정의 꽃을 피운 성군, 정조. 정조독살설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이 소설은 정조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있기에 그 내용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가 열망했던 영원한 제국은 어떠한 나라였을까. 작가가 마지막에 밝힌 그 나라는 과연 영원한 제국이 맞을까. 소설의 쓸쓸한 마지막이 마치 조선의 안타까운 최후와 겹쳐져 씁쓸했다.  

 완벽한 팩션이라고 하진 못 할 지라도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정조시대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영원한 제국>이 아닐까 한다. 역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껜 강추! 그게 아니더라도 읽어보시라 권유하고 싶은 소설, 바로 <영원한 제국>이다.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그 내용을 음미하며 엄청 함축적이었던 추억의 영화 <영원한 제국>도 한 번 볼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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