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이 있다. 다 알고 있듯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남을 말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 폴 페레뮐터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 신통찮은 전업작가의 길, 불임과 아내와의 이혼 등으로 극한의 정신적 피폐 상태의 폴은 자신과 함께하던 개가 죽던 날 미련없이 여행을 떠난다.

삐걱대며 불안한 자신의 삶을 탈출해보려 떠난 여행에서 폴은 여러 종류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그들에게서 폴은 인간의 모순들을 보게 되고 자신의 중심을 잃는 병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렇게 이어지던 여행은 마침내 폴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의문의 죽음을 맞게된 캐나다의 플라망 호수에서 멈춘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잉거쇨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의 극한을 넘어서려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더러운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든 기운을 소진해버린듯 절망적이었던 그래서 될 데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더러운 숲에 발을 들였던 폴은, 숲을 헤매고 추위와 배고픔에 몸부림치면서 그동안 자신을 짖눌렀던 온갖 두려움을 떨쳐내게 되고 더더욱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갖게 된다. 더러운 숲을 벗어나면서 그토록 원망스럽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던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게 되고 그동안 잃어버렸었던 사람들과 잊고 살았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이란 특이한 제목만 보고선 난 이 책이 가벼운 연애소설이 아닐까 오해했다. 또한 작가이름만으로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에서 보여줬던 웃음들을 이 책에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내가 엄청나게 헛짚은 것임을 알게 됐다. 왜냐면 나의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인간의 삶과 그 내면의 이야기를 꽤나 진지하고 깊이있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동안엔 폴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함께 놀라고 절망했으며, 같이 충격으로 몸을 떨었고, 그와 더불어 더러운 숲을 지나며 삶의 심연을 오르내렸으며 동시에 환호했다.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은 뭣모르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책을 덮을 쯔음엔 깊이 울리는 감동으로 가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살다보면 우리도 (물론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길 원하지만) 폴처럼 삶의 바닥을 경험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바로 그 때가 다시 시작할 때다. 내 안의 두려움을 박차고 다시 삶의 희망을 불태워보자. 어쩜 이 책이 당신을 삶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줄 지도 모를 일이다.

 

- 이제 막 책 한 권을 끝냈다. 책을 쓰는 동안이나마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미 죽은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는 동안, 그리고 이따금 책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알아차렸다. 파리처럼 멋 모르고 뛰어든 그 이상하고 야릇한 여행을 통해 내가 막연하게나마 '모든 이의 꿈'을 이뤄냈다는 것을. 두려움이라는 숲을 건너 우리네 마음속 깊이 감춰진 행복의 나라, 우리가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 그 행복의 나라에 이르렀다는 것을. (2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