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한 사회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노택선 옮김, 신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난 사실 경제쪽으론 문외한이다. 고딩때 이과를 선택하면서부터 수학,과학은 열심히 봐왔지만 경제,경영쪽은 접할 기회도 특별한 관심도 없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내던져지면서 차차 내가 알지 못하는 이 분야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경제경영쪽의 책들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바탕지식이 부족한 까닭에 그 책읽기란 매번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 책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

세기의 100대 명저, 경제학 역사상 최고의 명작!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이 문구는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로 칭송받고 있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출판 40년만의 수정판을 내놓을 만큼 대단한 작품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책은 어렵다. 솔직히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새로운 분야라는 생각에 흥미진진했지만 이내 나의 가벼운 지식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정통 경제학서이니 나같은 일반인들이, 그것도 문외한이 보기엔 그닥 수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쉽게 읽혀지길 기대하진 않았지만 읽은 부분을 또 읽고 다시 읽느라 속도가 아주 더뎠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또다시 읽기를 시도했던 터라 이 책을 끝내기까진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나서도 그 내용이 머리속으로 명쾌하게 정리가 되지 않음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사실 비전공자인 내가 이 책을 한 번 읽고서 모든 내용을 확연히 꿰뚫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세상은-정치든 경제든- 가지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가진 사람들에 의해 변하고 있다. 기존의 여러 개념과 논리들은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활용된다. 통념이 그러하다. 대중은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박수를 치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형성하는 통념에는 익숙함이 중요한 요소이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어떤 개념이 형성되면 독착성보다는 그 통념을 전제로 한 안정된 논리들이 기득권을 형성한다. 통념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바탕으로 하게 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것을 폭넓게 수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통념은 퇴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꽤나 풍요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각종 재화들이 주위에 넘쳐나지만 기업들은 더 많이 팔기위해 마케팅과 광고에 여념이 없다. 소비가 미덕이 되어있는 이 사회, 진정 풍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많이 가졌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풍요한 사회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진 못했듯이. 잘 사는 나라의 빈곤층이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보다 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그리하여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가진 자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의 풍요한 사회의 현주소일 것이다.

마지막 후기를 통해 저자는 두 가지 풍요의 위험한 효과를 강조한다. 첫째는 풍요속에 살게 된 우리는 그 혜택과 문화로부터 배제된 이들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 그리하여 그들을 방치하는걸 합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러하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게 위해 여전히 그것들을 합리화하고 있다. 둘째는 풍요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파괴능력을 지닌 무기생산의 위험이다. 자신의 풍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하는 사회. 이것은 풍요로 인해 지속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풍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풍요함이란 진정 어떠한 것인가.. 깊이있는 통찰로 세계를 꿰뚫어보는 저자에게 감탄하며 그의 눈을 빌어 나도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끝내고 나면 나름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 책.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며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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