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한승원 외 지음 / 예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와온 바다? 와온? 와 본 바다란 말인가;; -_-
이 책의 제목을 첨 들었을 때. 나는 저렇게 무식한 소리를 했었다;; (땀삐질;; ^ ^;;)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뜻.. 와온(臥溫) 바다 - 따뜻하게 누워있는 바다라.. (표지엔 한자가 안 적혀있었단 말이닷;; 흑흑;;) 오~ 정말 멋진 이름 아닌가!!! (감탄!)
제목인 <와온 바다에서 茶를 마시다>는 11분의 작가분들 글 중에 곽재구님의 글제목을 약간 바꾼 것이다. 이 제목을 듣고 있으면 와온 바다에 가면 꼭 차를 마셔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차의 향기가 바다에서도 퍼질 듯 하다.

이 책은 茶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한지 느낌의 표지와 정사각형의 작고 아담한 크기, 그리고 깜짝 놀랄만큼의 가벼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갈 때 갖고 가기에 딱인 듯 하다.
책 속엔 11분의 향기로운 글들과 함께 중간중간 여유로운 수묵화들이 자리잡고 있다.
덤으로 책 내용의 이해를 도우면서 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상세히 설명해 둔 부록도 수록되어있다. 내게는 어디하나 나무랄 구석이 없는 맘에 쏙~ 드는 책이다. ^ ^



두어해 전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보성차밭에 갔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했으나
드라마나 광고에 유난히 많이 나오던 그 차밭은 티비화면에 비해 너무 작고 아담해서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새벽녘의 그 차밭의 향기는 너무 좋았다. 크기는 아담했지만 눈앞에 쭉~ 펼쳐진 녹색의 차나무들은 싱그러웠고, 풋풋한 그 내음도 맑았다. 차를 마실 줄만 알았지 차밭에 발을 딛은 것은 처음인지라 나와 친구는 나름 감격했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었던 지라 지리산 화개골에 차밭을 경작하신다는 남난희님의 글은 너무 좋았다.
그 분이 살고 계시다는 집이며 차밭을 머리에 그리며, 그곳의 신선한 공기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글 속엔, 찻잎을 따고 그걸 다시 차로 만드는 힘든 과정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속에 묻어나는 차에 대한 사랑은 피로감을 씻어내고도 남을 듯 충만하다. 그 분의 툇마루에서 나도 백운산을 바라보며 차 한 잔 하고 싶어진다. ^ ^

그와 함께 화개골 문덕산에 들어와 산지 11년이 되었다는 김필곤님의 글도 아늑했다.
차밭을 가꾸며 시를 읊는 시인. 차(茶)시인인 그의 글에 넉넉히 담긴 詩들도 여유롭다. ^ ^
또한. 역시나 차 밭을 가꾸고 계신 한승원님이 시인과 대화를 나눈 글도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그의 소설 <초의>도 꽤나 궁금해졌다.

 
책의 첫머리를 여는 조병준님의 글에는 역시나~ 인도이야기가 있다. ^ ^
인도의 차 '짜이'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짜이' 한 잔 들고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옆의 낯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차는 그렇게 서로의 어색한 벽을 허물고 순식간에 누군가와 교감을 나눌 수 있게도 해 준다.
- 색, 향, 맛, 이름이 달라도 세상의 모든 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불과 물과 어떤 료가 합쳐서 만들어 내는 어떤 신비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차의 연금술이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불과 물과 차 재료에 마음이 더해집니다. 마음은 정말 얼마나 놀라운,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요! 그러면 세상의 그 어떤 황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살 수 없는 귀하고 귀한 차가 만들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색깔과 모든 향기가 모든 맛을 다 담은 것, 차의 다른 이름은 어쩌면 우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정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으시다면 뭐 안 될 거 있겠습니까. (p.25)

와온 바다를 이야기하는 곽재구님의 글은 따뜻한 바다 만큼이나 온기가 서려있다.
와온 바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노스님과의 대화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 주인공인‘희랍인 죠르바'가 나오더니 어느새 죠르바의 고향 크레타 섬으로 넘어간다. - 시인은 가난해도 좋은 차를 마셔야 하오. 좋은 언어로 좋은 세상을 꿈꾸어야 하니 좋은 차를 마셔야 한다오.. 라는 여연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았던 글이었다.
(참고로‘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이 글에서 처음 알았는데 그 뒤로 신기하게 다른 책에서 연속해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근데 다른 책은 제목이 생각 안난다;; -_-;;) 알고보니 굉장히 유명한 책이었다는;; 조만간 읽어보려고 한다; ^ ^;)

 
‘차를 덖는다'라는 표현을 처음 알게해 준 강우방님의 글. (계속 읽어나가니 뒤의 글들에도 수두룩~;;)
이제껏 차는 쪄서 볶는줄 알았지 덖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줄은 몰랐다;; (무식;;;;)
일본은 찌고, 중국은 발효시키고, 우리는 덖는단다. 이 중에서 우리네의 덖는 방식이 가장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단다. 그러나 그 맛은 그윽하고, 색은 맑고 깊으며, 향은 은은하단다. (뒤의 부록을 보면 덖는 과정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다. ^ ^)

정목일님은 계절마다 꽃-매화,연꽃,국화,난초-과 차를 노래한다. 그 중 마지막 구절이 참 좋았다.
- 꽃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건 계절과 세월의 흐름을 눈여겨 보자는 심사이다. 아름다움은 찰나에 불과하다. 모든게 사라져간다. 우리 주변에 철따라 피고 지는 꽃이 있다는 건 얼마나 신비스런 일인가. 꽃을 보면서 계절을 느끼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행복을 물질에 두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차와 꽃과 벗이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는가.  (p. 67)

김영진님은 영화평론가답게 차와 영화를 연결해서 이야기 한다.
그 중 부산영화제에서 인상깊게 봤던 <스테이션 에이전트>의 이야기는 많이 공감됐다.
- 차를 마시는 것의 요체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저렇게 우리 삶은 흘러간다. (중략) 그 와중에 문득 잠시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보는 것, 또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지는 것, 슬로모션으로 내 자신과 주위 사물이 지각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비밀의 입구가 아닐까. (p. 77)

 
다풍(茶風)에 대해 이야기 한 유건집님의 글 또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는 글이었다.
우리는 흔히 무릎을 꿇고 앉아 엄숙하고 절제된 자세로 차를 마시는 예절을 우리 전통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일제치하에서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던 우리의 다속(茶俗)이 끊어지고 일본의 것이 넘어온 것이라고 한다. 소위 교양있는 사람들이 배우고 행하는 그 '다도'는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의 것이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 0-;;
- 우리의 다풍(茶風)은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에 바탕을 둔다. 차의 색향미를 자연 속에 녹여 한가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최근 중국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서 돋보는 재미를 곁들여 오감을 즐기는 예(藝) 쪽으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고, 일본은 줄곧 찻자리에서 절제된 행위의 구속 안에 자신을 내맡기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 특징이다. (p.91)

지허 스님도 일본의 다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다인이신 일본의 한 스님이, 한국에 다도가 없다고 하자 일본엔 다도가 있고 한국엔 다도가 없으니 일본이 차의 원조요, 선진국이란 확신을 갖고 일본으로 가셨다고 한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우리네의 차문화. 정말 일본보다 못한 걸까.
지허 스님은 아니라고 얘기 한다.
- 일본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즘 한국에도 다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무엇이든 내용을 구가했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으며 규격짓지 않았다. 형식으로 다도를 찾는 것은 허공의 구름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다. (p.144)

찻잎으로만 끓인걸 차라고 할까.
엄격히 말하면 그렇겠지만 굳이 그렇게 차의 범위를 좁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연자님은 여러 꽃을 이용한 꽃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찻차 속에 꽃을 피우는 그 차들을 당장 마시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올 가을에는 나도 국화차를 마셔보리라~~~ ㅎ.ㅎ*)
참!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아카시아'는 일제 때 생긴 이름이고 순우리말로는 ‘아까시'란다. 우리 생활 곳곳에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일제의 잔해에 새삼 놀랐다;;

 

 

이 책에는 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물론이고 거기에 담긴 철학, 그리고 종류와 차를 만드는 방법.. 더불어 잘못된 차예절이나 바로잡아야 할 풍속 등.. 차에 대한 감상과 지식이 골고루~ 담겨있는 책이다.

차는, 차를 마시고 음미하고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차를 마시는데 굳이 무슨 규칙과 법도가 필요할까. 오히려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려다 그 형식에 얽매여 진정한 차의 맛을 알지 못할 것 같다.
느긋하고 자유롭게 차를 마시는 그 시간.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의 버거움 속에서 잠시나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여유, 그게 내가 차와 함께 하는 이유다.

차를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그닥 관심없는 분들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차에 흥미가 생길 것 같은,
여유로움과 향긋함이 함께 하는 책,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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