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 참 궁금하다. 대체 뭘 구해달란 얘긴가?
그러나 책을 덮을 때쯤엔 제목 참 적절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가진 상처와 아픔에서 나를 구해 주렴, 그 무거움을 벗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렴..

이 책, 요즘 입소문이 솔솔찮다. 책을 읽어 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좋았다 하고, 인터넷 서점의 판매순위도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이 더 궁금해졌다.
우선 집에 배달된 책을 봤을 때 생각보다 두툼해서 놀랐다. 무려 411쪽. 묵직하다.
그렇지만 두께의 압박에 시달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읽기 시작하면 그 두께가 무색해지게 책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 ^


샘과 줄리에트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 순식간에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곧 닥쳐올 이별이란 장해물에 혼란스러워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물일 것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곧 뜻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고, 의문의 형사 그레이스의 등장으로 이제껏 로맨스물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갑자기 판타지 미스터리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와 아픈 상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간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크고작은 상처를 한둘 쯤은 갖고 있다. 물론 그 크기와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구해줘>에서도 상처와 아픔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여러 종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까지 왔지만 절망만 경험한 배우지망생 줄리에트,
지금은 성공한 의사지만 과거의 어두운 기억들과 아내의 자살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의사 샘,
경찰의 직분을 다 하고자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그레이스, 
그런 그녀를 너무 사랑했었기에 그녀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는 루텔리,
엄마를 잃고 마약중독자가 되어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 조디,
과거의 상처를 견대내지 못해 결국 스스로 죽음에 이른 페데리카,
어두운 과거를 종교의 힘으로 극복한 셰이크까지..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펼쳐진다.

이들은 직접 입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이들은 자신의 이런 고통과 상처로부터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과거의 아픔들로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제 이런 고통은 지긋지긋하다고, 당신의 사랑과 용서로 나를 구해달라고.. 그들은 어쩜 우리들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구해줘>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각조각 연결되어 완성되는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를 통한 치유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과 함께 샘과 그레이스의 관계, 그레이스와 루텔리, 조디와 샘의 인연까지.. 그들을 관계를 보며 인간이 만든 상처는 다시 인간을 통해 치유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단점은.. 이야기가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다음 내용이 어느정도 예상가능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에 나름의 반전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마지막 케이블카를 향해 갈 때는 정말 정신없이 책장을 넘겨댔다;; ㅎㅎ;;)
그리고 독자에 따라 장점 또는 단점이 될 수 있는 특징은 바로 기존의 프랑스 소설 '특유의' 분위기보단 미국적인 냄새를 더 물씬~ 풍겨댄다는 것이다.  '줄리에트'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인들이 등장하는 뉴욕이라는 배경도 무시못할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뭐.. 별 상관없었다;; ^ ^;;)

더불어.. <구해줘>의 장점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못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점수 한껏 먹고 들어간다. ^ ^;
젊은 작가답게 속도감 있는 스피드한 전개와 세련된 필치는 책을 읽는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감각적 영상기법으로 글자를 읽음과 동시에 머리속에 필름이 돌아가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옮긴이의 말대로 이 소설을 스크린에서 만날 날이 그리 멀진 않을 듯 하다. (영화로 만들기에 아주 딱 맞는 소설이란 생각도 든다) 또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에서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구성적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에 준비하고 있는 깜짝 선물도. ^ ^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상처입은 영혼들의 용서와 화해, 사랑의 정서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재미있고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구해줘>
만약 지금 우리를 옥죄는 고통과 상처가 있다면 그것들로부터 우리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방법일 듯 하다.

<구해줘> 나는 추천! ^ -^

 

 

 

* 궁시렁궁시렁;;

이 책을 읽다보면 단 한 번. '한국'이란 단어가 나온다.
샘이 10년만에 그의 오랜 친구 셰이크를 만나고 나오는 그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흠.. 미국인도 아닌 프랑스인의 눈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 그렇게 많이 보였던 것일까. 한국이란 단어에 순간 반갑다가도 어째 기분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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