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 신화가 된 르네상스 맨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6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김경랑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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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꼽는다면 빠지지 않은 것이 바로 『모나리자』일 것이다. 웃을 듯 말 듯 신비스런 미소, 완벽하게 표현된 손모양, 안정된 구도, 일부러 안 그렸는지 아님 못 그렸는지 궁금한 그녀의 민둥눈썹, 등뒤로 신비한 기운을 내뿜는 배경,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이 애매모호한 얼굴 등 『모나리자』를 둘러싼 이야기는 끝이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솜씨가 집약적으로 표현되었고 미술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이 작은 초상화 한 점은 현재 예술의 상징이 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으로 대표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나 그는 단지 '화가'로만 규정하기엔 다양한 분야에서 넘치는 재능을 뽐낸 '팔방미인'이자 '천재'였다. 레오나르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회화, 조각 뿐만 아니라 토목, 군사, 건축, 수학, 물리학, 기하학, 해부학, 음악, 공연기획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밀라노에 도착한 그가 루도비코 일 모로 공작에게 쓰는 편지에서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는 부분에 서른 가지 이상의 항목을 열거했다고 하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레오나르도-신화가 된 르네상스 맨>은 다 빈치의 '출생과 유년시기', 그가 평생에 걸쳐 관심을 보이며 연구하고 몰입했던 것들을 기록해 둔 '레오나르도의 노트', 여러 곳을 옮겨다닌 그의 행적과 그가 남긴 작품과 노트를 통해 살펴 본 '수련과 천재성을 인정받은 시기'와 '절정의 솜씨를 뽐냈던 원숙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레오나르도 신화' 등을 통해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삶의 궤적을 좇아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함께 르네상스를 이끌고 꽃피웠던 대표적인 예술가다. 레오나르도를 도제로 받아들여 수련시켰던 베로키오가 제자의 재능이 자신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는 붓을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다 빈치의 재능은 일찍부터 빛을 발했다. 또한 그는 해부학과 다른 과학분야에도 능통해 그것들을 그림에 적절히 응용했다. 해부학과 수학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 완벽한 비율의 인체의 모습을 재현했고, 윤곽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히려 없애거나 아주 연하게 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통해 명암의 입체감은 물론 『모나리자』 특유의 환상의 미소를 만들었으며, 뒷배경을 통해 원근감과 거리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 천재는 그림에만 전념하기엔 너무나 많은 재능을 가졌기에 안타깝게도 다른 화가들에 비해 아주 적은 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마저도 미완성으로 남은 것이 많은데 밀라노와 피렌체, 프랑스, 로마 등 여러 곳으로 거쳐를 옮긴 것도 미완성의 이유 중 하나란다. 또한 그의 또다른 걸작으로 불리는 벽화 『최후의 만찬』은 당시에 벽화에 사용되던 프레스코 기법을 따르지 않고 유화로 그린 탓에 완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칠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험난한 운명을 겪었는데, 몇 번의 복원을 거쳤지만 완벽하게 복원되긴 힘들단다. 그가 기록한 모든 내용들이 담긴 그의 '노트'들은 사라지거나 훼손되어 세계에 흩어져 있다.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좀 더 많은 작품들과 기록들을 감상하지 못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책에 담긴 여러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그의 '노트'에 대한 부분이었다. 미술, 음악, 식물, 동물, 기계, 건축, 토목, 해부학, 기하학, 물리학, 수학, 기체역학 등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방대한 관심사와 연구결과 등이 담겨져 있는 그의 노트는 레오나르도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던 다 빈치는 죽으면서 자신의 유산을 제자 프란체스코 멜치에게 남겼다.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했던 프란체스코 멜치가 죽자 레오나르도의 노트들은 도난 당하거나 분실 또는 훼손되어 현재 원본의 1/5 정도의 분량만 남아있단다. 그가 결혼해 자식을 두었다면 그것들의 운명이 달라졌을까 하고 잠시 상상해 본다. 비교적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노트에 대한 설명은 아주 흥미로웠다. 

또한 수련기와 원숙기에서는 그가 옮겨다녔던 삶의 흔적을 따르면서 그때 완성한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간략한 설명만 달려있어 저 그림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의의가 있는 그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미술관 기행'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림 각각이 그려진 상황과 표현기법, 미술사적 의의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완성작과 함께 습작이나 비슷한 그림, 영향을 받은 다른 화가의 그림 등을 함께 실어 몰랐거나 미처 눈치채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멀뚱멀뚱 그림만 보던 나의 눈에 새로운 빛을 주었다고나 할까. 작품 설명이 무척이나 유익해 맘에 들었다.


<레오나르도-신화가 된 르네상스 맨>은 다 빈치의 삶과 작품, 기록 등을 통해 레오나르도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흠모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이유를 알려준다. 그의 삶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때론 후세의 예술가들에 의해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생이나 작품들이 다소 미화되거나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가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라는 점이다. 그것만은 부정하지 못할 분명한 사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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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3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누에 2007-10-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화되고 과장되어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보기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껍데기 뒤에 있는 그의 그림은 정말 감동이었어요.